[긴급진단-제주문화예술재단](1) 중징계→경징계 오락가락, 가해자·피해자 한 부서 인사조치 '잡음'

취임 1년을 넘긴 '고경대호'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삐걱 대고 있다. 제주문화 정체성 확장을 위한 조직정비와 사업 정교화에 주력해야 할 재단이 '조직혁신'이라는 자평을 무색하게 하는 불미스러운 신호가 재단 안팎에서 다수 감지된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문화예술재단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 대해 긴급진단 해본다.   [편집자 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고경대)이 직원 성희롱 사건으로 시끄럽다. 가해자에 대한 인사위 징계처분 수위가 오락가락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부서에 인사조치했다가 '2차 피해' 지적이 제기되자 급히 번복하는 등 코미디같은 일도 벌어진다. 

인사위에서 피해 여직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모 인사위원의 부적절한 발언도 재단 내부에서 회자되는 등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지난 7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세 차례 인사위원회를 열고 남직원 A씨의 징계를 논의했다. 

A씨는 지난 7월 2일 재단 직원들이 참여한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B씨 볼에 갑자기 입을 맞췄다. 현장에는 여러 동료들이 함께 한 상황이었다. B씨가 이를 피하는 과정서 오른손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B씨는 이틀 뒤 재단 내 고충처리위원에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 고충처리위원은 피해자 B씨와 참고인 두 명, 가해자 A씨를 차례로 만나 확인 조사에 나섰고, 7월 22일 이사장에게 A씨의 징계를 요구한다.

고충처리위원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직장 안에서 운영한다. 상시 3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근로자의 고충을 청취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고충처리위원을 둔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고충처리위원을 맡고 있는 국모 씨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성희롱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주의소리>도 국씨가 페이스북에 이같은 성희롱 건을 게재하기 이전인 지난 9일 정보공개 청구절차를 통해 성희롱 건을 비롯한 재단 내 몇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취재를 시작했다.  

국 씨는 페이스북에서 “피해자 B씨와 나는 조직(재단)의 공정함은 가해자에게는 한없이 관용적이고 피해자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재단 운영진과 징계 여부를 판단하는 인사위원회를 공개 비판하는 심경으로 말문을 뗐다.

# 정직 중징계가 감봉 경징계로 낮아진 이유

국 씨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제기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징계 수위 감경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인사 조치 ▲인사위원의 언행이다.

성희롱 가해자 A씨는 두 차례 인사위원회를 거쳐 정직 1개월이란 중징계가 내려졌다. 이에 A씨는 재심 청구를 요청했고, 세 번째 인사위원회에서 징계는 감봉 3개월로 감경됐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성희롱으로 규정한다. 행정안전부가 정하는 지방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 지침에는 ‘음주운전, 성폭력범죄, 성매매, 성희롱, 금품 및 향응 수수와 공금의 횡령 유용의 비위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국 씨는 이날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감경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에 여러 차례 사과했고 이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축소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중징계냐 경징계냐 따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 간의 사과가 이뤄졌다고 해도 이미 절차를 거치면서 조직 내 문제가 됐기 때문에 최초 징계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징계가 경징계로 낮춰진 이유에 대해 재단 측은 일단 인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사장을 포함한 임직원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판단이라는 점이다. 재단 인사위원회는 총 7명으로 재단 내부 직원 1명,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1명,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재단 관계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 약속 등도 징계수위가 낮아지는 이유가 됐다”면서 “노무사를 통해 이같은 조치의 효력도 확인 받았다.”며 절차상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고경대 재단 이사장은 <제주의소리> 취재진에 자신의 권한으로 인사위원회에 다시 A씨의 중징계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언론 취재가 시작된 이후 고 이사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다시 재심의를 요구하고 사과, 보상 등의 이유로 감경된다면 향후 조직 내 성희롱 사건이 터졌을 때 예방 효과가 있을지 우려가 있고 좋지 않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재단 안팎에선 성희롱 사실이 분명한 사안을 두고 1차 인사위에서 자료보완을 이유로 '재심의' 결정을 내렸을 당시에 고 이사장이 '무관용 원칙'하에 인사위에 일벌백계 입장을 피력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뒤늦게 논란이 확산되자 '중징계 요청 입장'을 보이는 것은 뒷북이라는 비판이다.  

# 성희롱 가해자를 피해자와 같은 본부로 인사 조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코미디 같은 인사 조치도 이어진다. 가해자 A씨의 징계 감경 조치가 내려진 3차 인사위원회는 9월 3일에 열렸다. 이틀 뒤인 9월 5일, 재단은 A씨를 징계 차원에서 다른 본부로 전보한다. 재단은 경영기획본부와 문화예술사업본부 2본부 체제다. 재단은 가해자 A씨를 피해자 B씨가 속한 본부로 발령했다. 물론 팀 단위로 보면 다른 팀에 발령됐지만 같은 본부 산하로 업무상 마주쳐야 할 빈도가 높아져 피해자는 크게 반발했다.

피해자 B씨와 국씨는 인사 조치 당일 이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성희롱 문제 발생 시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보호조치”라고 항의했다. 면담 직후 A씨에 대한 전보는 결국 취소된다. 모두가 한나절 만에 일어난 오락가락 인사 조치다. 

이와 관련해 고 이사장은 “징계 차원에서 다른 부서로 옮기려 했다. 그래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른 층에서 근무하려 했는데, 같은 본부라면 부딪히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사권자인 내 불찰”이라고 밝혔다.

# 피해자 '2차 피해' 안긴 인사위원 자질 논란 

피해자와 고충처리위원 국 씨는 모 인사위원의 언행도 문제라고 일갈했다. 

국 씨는 “모 인사위원의 부적절한 발언은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인사위원의 자질 문제”라면서 “첫 번째 인사위원회에서 이 사건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고충처리심의위원회가 징계 요구 권한이 있는가에 대해 쟁점이 불거졌는데 모 인사위원이 부적절한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사위원은 외부 인사 5명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11일에 해당 인사위원의 발언에 대한 문제를 추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두 달이 넘는 직원 성희롱 처분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재단 사정을 잘아는 관계자는 "재난 내부에는 현재 크고 작은 현안들이 산적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재단 조직이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어 큰 문제"라고 일침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성희롱 문제도 직원들의 기강해이와 조직 내 안이한 상황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재난 내부에는 이외에도 최근 여러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재단 이사장의 리더십 부재,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고참급 직원들 등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피해자 B씨는 이번 입장문을 통해 “이처럼 입장문을 통해 공론화하는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나 여론몰이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전제, “신속하고 공정하며 합리적 처리 책임이 재단 최고책임자인 이사장과 인사부서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다시는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함임을 거듭 밝힌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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