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공직선거법 제96조 여론조사 공표 쟁점...전파가능성 인지 여부 판단도 달라

여론조사 공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뒤집히면서 양영식(민주당.연동 갑) 제주도의원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양 의원은 곧바로 의원직을 잃는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의원의 항소심에서 1심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벌금 150만원을 11일 선고했다.

양 의원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가까이 앞둔 지난 2018년 6월4일 동갑내기 연동 지역구 주민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가짜 여론조사 결과를 알린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전화 통화에서 양 의원은 “자체 여론조사를 했는데, 거의 28.5%, 30% 이긴 걸로 나왔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성당은 몰표. 80프로 이상 먹어”라고 말했지만 실제 여론조사는 없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제96조(허위논평·보도 등 금지) 제1항과 제252조(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 제2항을 적용해 2018년 12월7일 불구속기소했다. 구형은 벌금 300만원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양 의원이 언급한 여론조사가 실제 법률에서 정하는 여론조사의 형태를 갖췄는지 여부다. 이 발언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에는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해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꾸민 경우도 왜곡해 공표한 경우에 포함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양 의원이 여론조사라는 단어와 지지율 수치를 언급했지만 전체 대화 내용은 자체 판세분석을 자랑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여론조사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양 의원이 ‘여론조사’라는 단어와 구체적 퍼센티지(%)와 소수점까지 언급한 점에 비춰 선거법에서 정한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라고 판단했다.

당시 양 의원의 여론조사 소식을 들은 상대 후보가 선관위에 직접 확인에 나섰고, 출마자도 2명에 불과해 나머지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여론조사의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도 1,2심의 판단은 확연히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양 의원의 발언 자체가 교류가 잦은 동갑내기 친구에게 자연스럽게 언급한 것으로 선거구민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양 의원으로부터 여론조사 이야기를 들은 친구의 사회적 지위와 발언 내용 등에 비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전파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양 의원이 평소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 전화해 여론조사 결과를 알렸고 상대 인사가 여러 단체 활동을 하며 여러 후보의 선거사무실에도 자주 찾았던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공직선거법 제252조에는 제96조 제1항인 여론조사 결과 왜곡 공표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최저 형량이 벌금 300만원으로 높다.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적용해 양형을 절반으로 줄여도 벌금 150만원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이상 당선무효를 피할 수는 없다.

재판 직후 양 의원은 기자와 만나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저도 당혹스럽다”며 판결문을 받으면 변호사와 상의해 곧바로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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