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슈 빨리감기] (14) 제주동물테마파크 논란, 어떻게 봐야할까요?

제주 중산간 숲에 사자와 코끼리 등을 키우는 대형 동물원을 만든다? 여느 중산간이 아닙니다.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마을이자 람사르습지 마을입니다. 그러나 동물원 추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 땅에 사자·호랑이·코끼리 등 20여종 500여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관람하는 시설 그리고 4층짜리 호텔 등을 짓는 사업입니다.

작년 11월, 이 사업이 제주도의 마지막 심의 단계를 통과하자 논란이 커졌습니다. 비와 눈이 많은 제주 중산간 지역에 열대 맹수가 사는 동물원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컸습니다. 

곶자왈 지대의 지하수 오염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조천읍 선흘2리는 세계가 인정한 람사르습지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이 위치한 곳입니다.

2019년 4월 마을총회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77.8% 주민이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높습니다.

이 사업은 애초 2006년 12월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뒤, 2007년 조랑말 중심의 승마장, 전통 체험장 중심 사업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고, 2016년 대명그룹으로 넘어간 뒤 대규모 사파리 형태의 동물테마파크로 재추진됐습니다.

863억원에서 1674억원으로 투자 규모도 늘어나고, 사업내용도 많이 바뀌고, 공사가 오래 중단됐는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현행법상 ‘공사 중단 후 7년이 지나면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중단된 시점은 2011년 1월. 그리고 ‘기반공사와 부지 정리를 한다’며 재착공한 시점은 2017년 12월. 7년을 피해 정확히 6년 11개월 만에 공사 절차를 재개한 겁니다. 당연히 꼼수 논란이 나왔습니다.

(#지금 말하는 '대규모 사파리 형태'의 동물테마파크의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12월 당시의 공사는 '최초 사업자가 제출한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부지정리 정도였습니다. 땅 정리도 공사라면 공사니까, '재착공' 절차를 지키긴 지킨 셈이죠)

(#'면적이 30% 이상 증가할 경우'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받아야 하지만, 전체 사업면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이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현재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한계가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로 마을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사업 반대 입장을 밝혔던 선흘2리 마을 이장이 ‘7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사업자로부터 받고 마을회가 사업추진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한 겁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주민들은 ‘밀실협약’이라며 분노했고, 결국 마을총회를 통해 이장은 해임됐습니다. 

지금 마을에서는 반대대책위와 찬성대책위가 내건 플래카드가 쉽게 눈에 띕니다. 찬성과 반대 주민 사이의 고소고발전도 진행중입니다. 

사업자인 ‘대명’은 해임된 전 이장과의 협약이 적법하다며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법적조치를 포함해 엄중 대응하겠다”고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원희룡 도지사의 최종 판단. 청정과 공존을 강조해 온 원 지사는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까지 ‘유네스코 3관왕’입니다. 스스로 환경 보물섬이라고 말하지만 동물테마파크 외에도 오라관광단지, 송악산뉴오션타운 등 난개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의 중산간과 곶자왈.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행정절차를 다 거쳤으니 사업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 걸까요? 정말 제주에 대형 동물원이 필요할까요?  

제주섬은 오늘도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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