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범죄 핵심 증거 졸피뎀 동일성 논란 종지부...대검 감정관 “피해자 혈흔 속 졸피뎀 맞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여)이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졸피뎀 흔들기에 나섰지만 과학적 증거 앞에서 역풍을 맞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3시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압수물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졸피뎀을 검출한 대검찰청 DNA·화학분석과 소속 감정관 2명을 검찰측 증인으로 불러 심문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계획적 범행이냐, 정당방위를 위한 우발적 살해냐 여부다. 고유정측은 법정에서 사체 손괴와 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계획적, 고의적 살인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2일 열린 2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계획적 살인의 증거로 제시한 혈흔 속 졸피뎀의 동일성을 문제 삼았다. 제3자의 혈흔도 나올 수 있는 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별도로 대검찰청 감정을 통해 가로 세로 2m 크기 고유정의 무릎용 담요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졸피뎀을 추가 확보했다.
고유정측은 국과수에서 확보한 혈흔 속 DNA와 졸피뎀이 나온 혈흔과의 동일성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을 포함한 제3자의 혈흔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검 감정을 통해 검출된 혈흔에서도 일부에서만 졸피뎀이 검출됐다며 오히려 검찰 스스로 DNA와 졸피뎀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고유정측이 국과수와 대검의 감정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를 위해 국과수와 대검 감정관 각 2명씩 총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대검 DNA·화학분석과 소속 DNA 감정관 A씨는 압수물에서 154개의 샘플을 확보하고 이중 이불에서 채취한 13개 시료 중 7곳에서 인혈반응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혈반응은 사람의 혈흔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관은 해당 혈흔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해 고유정의 전 남편이자 피해자인 강모(38)씨의 DNA를 추가로 확인했다.
피해자의 시신이 없어 강씨 부모님의 구강표피 세포를 확보해 DNA 대조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DNA가 절반씩 일치했다. 친자의 경우 생물학적으로 부모의 DNA가 50%씩 나타난다.
졸피뎀도 명백했다. 추가 증인으로 출석한 대검 화학분석 감정관 B씨는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된 이불에서 화학적 감정을 벌여 2곳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유도제 성분(졸피뎀)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혈흔에서 졸피뎀이 나온 것이 맞냐는 재판부와 검찰의 질문에 두 감정관 모두 맞다고 답변하면서 고유정측이 머쓱한 상황이 됐다.
검찰은 피해자 혈흔과 졸피뎀에 대한 증명력을 높이기 위해 다음 기일에 국과수 감정관 2명을 추가로 불러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후 고유정측 변호인은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켜본 재판 그대로 판단해 달라”고 잘라 말했다. 고유정의 입장문 내용에 대해서도 “재판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짧게 말했다.
피해자측 변호인은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됐고,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된 사실이 명백히 검증됐다”며 “결국 고유정의 주장이 모두 거짓임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신이 없어 과학적인 검증결과를 통해 범행을 입증할 수밖에 없다”며 “고유정측이 향후 어떤 주장을 할지 모르지만, 이번 재판으로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유정에 대한 4차 공판은 30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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