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1) 제주의 군사기지화 문제, 70년 전과 닮았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에 세워진 제주해군기지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에 세워진 제주해군기지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가 ‘명실상부한’ 군사기지의 섬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때문이다. 

얼마 전 '공군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사실상 공군기지 건설계획이 포함되면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군 작전사령부가 설정한 군 작전구역에 유일하게 제주 제2공항 건설예정지인 성산과 우도 일대에 포함된 것도 공군기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문제(또는 공군기지 건설 문제)를 제주의 군사기지화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70년 전 제주의 정세에서 찾아보려 한다.

1946년 10월 21일 AP통신은 “조선 제주도가 장차 서부 태평양지구에 있어서의 '지브롤터'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브롤터 섬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군사적 요충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군사기지로 활용되면서 독일군의 폭격을 받았던 곳이다. 제주의 정세를 이곳 지브롤터를 비유해 표현한 것이었다. 

7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무역 갈등 속에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제주는 미국에 의한 대중국 전초기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대목에서 제주4.3을 떠올리게 된다. 1947년 3월 1일,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일어난 정부의 탄압에 저항하고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및 단독선거를 반대하며 봉기한 제주4.3의 정신은 무엇인가. 

국가권력에 의한 대학살 이전에 ‘항쟁의 국면’의 제주4.3은 분단반대 운동이었다. 또한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군사기지화 되는 것을 막고 나아가 분단으로 인한 전쟁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국가를 만들지 않으려는 평화운동이었다.

2019년 현재,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제주의 군사기지화를 막고 제주의 암울한 미래를 막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70여 년 전 전쟁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지 않으려는 민중들의 지극히 당연한 소망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 둘의 목소리가 오버랩 된다.

지난 16일 동아시아의 군사기지화 저지를 소망하는 한일 청년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만남이 있었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와 일본 도쿄 세이조대학 심리사회학과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현대사와 한일관계’ 세미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6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현대사와 한일관계 세미나. ⓒ 김명지
지난 16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현대사와 한일관계 세미나. ⓒ 김명지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른바 ‘스나가와 투쟁’을 중심으로 한 일본 시민들의 기지건설 반대운동이 소개됐다. 1951년 일본 정부는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하면서 일본 영토 어느 곳이든 미군이 원하는 곳이라면 미군기지를 둘 수 있게 됐다.

이어 인근 타치카와 기지 확장 계획으로 스나가와 마을 일부가 미군기지로 편입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주민들은 기지 확장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오랜 투쟁 끝에 1968년 12월 19일 미공군사령부는 다치가와 미군기지를 확장하려던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결국 1977년, 원래 있던 다치가와 미군기지 마저 일본정부에 반환했다. 스나가와 투쟁은 일본의 기지반대 운동의 성공적인 케이스로 불린다. 

우리도 과연 시민들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는 뼈아픈 기억을 하나 안고 있다. 제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2016년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 깨부순 자리에 해군기지를 그 자리에 세웠다.

그리고 자신들의 동아시아 질서를 세우려는 미 해군은 지금도 한미 군사훈련을 목적으로 강정 해군기지에 드나들고 있다. 제주에 공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이 곳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과연 제주는 70여년 전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제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평화를 만들어가려는 시민들의 의지만이 제주의 미래를 움직일 수 있겠다.

김명지(27)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다.

제주의 바다와 오름을 사진으로 남기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지켜지길 소망한다.

기록과 콘텐츠의 힘으로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지켜가고 싶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