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로 유죄 판단...2018년 대법원서 강화된 아동학대 양형기준 적용

제주에서 발생한 다섯 살배기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죽은 아이의 몸에 난 상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법원은 아동학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최고 형량을 주문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모(37.여)씨에 징역 15년을 16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2018년 12월6일 두부열상으로 제주한라병원에 입원한 A군(2013년생)이 입원 20일 만인 그해 12월26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부검결과 아이의 몸 곳곳에서 멍 자국과 화상 자국이 확인됐다. 머리에서는 외부 충격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도 있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친부와 의붓엄마인 윤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윤씨의 학대가 아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며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의 쟁점 역시 의붓엄마의 학대행위가 아이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여부였다. 목격자와 범행도구 등 직접증거는 없고 의료진들의 의학적 판단마저 갈리며 여러 의구심이 생겼다.

결국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등 간접적인 증거들을 종합해 아동학대치사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했다.

간접 증거의 핵심은 죽은 아이의 몸에 남겨진 상처들이었다. 부검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A군의 머리와 얼굴, 가슴 등에 난 상처는 시기를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재판부는 이를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해석했다. A군의 머리 상처에 대해 윤씨는 계단에서 굴러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의학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A군의 응급실 입원 전후 윤씨의 태도도 의심을 키웠다. 윤씨는 아이의 입원 전날인 2018년 12월5일과 당일인 6일 이틀간 다쳤다는 이유로 A군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실제 윤씨는 이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외부인과도 만나지 않았다. 어린이집 교사에는 병원에 다녀왔다는 허위문자를 보냈다. 재판부는 이를 윤씨가 범행을 감추려한 행위로 해석했다.

A군이 병원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던 2018년 12월8일에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번개탄 피우는 법’ 등을 검색하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작성하는 등 부자연스러운 행동도 보였다.

재판부는 여러 간접 증거를 종합해 윤씨가 2018년 11월29일부터 그해 12월6일까지 손 또는 불상이 물체로 피해자의 머리와 등, 팔, 다리 등을 수차례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의 처단형 범위는 징역 5년 이상 30년 이하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6년 이상 10년 이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18년 8월15일부터 아동학대치사죄의 가중영역 상한선을 기존 9년에서 10년으로 높였다. 재판부가 특별조정에 나설 경우 최고 징역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6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가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국민적 법감정을 반영한 결과였다. 양형기준이 대폭 강화 된 이후 제주에서 징역 15년이 선고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아이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머리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 뇌가 부어 숨조차 쉴 수 없었다”며 “상당한 수준의 학대를 가한 누군가는 다름 아닌 피고인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가 개시되자 자신의 휴대전화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며 “재판과정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죄질이 매우 무겁고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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