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17) 두 차례 방송토론회에도 갈등 해법 없는 제주도, 공론화 필요성 높아져

최근 제주도가 주최한 제2공항 관련 방송토론회가 있었다.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의 필요성과 대안, 입지선정 과정의 의혹, 그리고 제2공항의 갈등 해소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번 토론회 개최는 제2공항으로 인한 도민사회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으로 인해 제주의 환경수용력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에 제주도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제2공항 갈등 해법 부재한 제주도

하지만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제2공항의 의혹을 해소하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제주도의 의지나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토론자가 나와 사실무근의 현실 판단을 하고, 실체가 없는 장밋빛 계획만 내놓을 따름이었다. 

원희룡 지사가 출연한 일대일 토론에서 쟁점이 된 제2공항 갈등 해법에 있어서는 사실상 제주도가 갖고 있는 대안은 없었다. 성산을 후보지로 결정하면서 시작된 갈등이 이제 4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제주도의 갈등 해결 방안은 원희룡 지사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대책위에서 제시하는 갈등 해법인 도민공론화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제2공항 갈등 해법으로 제시된 도민공론화에 대해 원 지사는 ‘전문가들끼리도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도민들이 결정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도민공론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더욱이 ‘제2공항은 국토부 사업으로 제주도가 의사를 결정한 것은 전혀 없다’며 제주도가 도민공론조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고도 했다.

지난 4일 열린 '제2차 제주 제2공항 공개 방송토론회' 방송 장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4일 열린 '제2차 제주 제2공항 공개 방송토론회' 방송 장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민공론화로 제2공항 갈등 풀어야

원 지사의 이런 입장은 도백으로서의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발언들이다. 우선 국토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에게 의뢰해 나온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끼리 견해가 엇갈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제2공항 문제를 전문가의 영역으로 한정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제2공항의 사업추진으로 제주사회에 끼칠 영향을 볼 때 이는 전문가들의 기술적 영역에 앞서 도민들의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 영역으로 봐야 옳다. 제주섬에 사는 도민으로서 공항인프라 확충으로 제주관광의 양적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키울 것이냐의 판단은 당연히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우리 도민의 몫이다. 섬의 환경수용력을 유지하면서 허용할 수 있는 개발의 규모를 판단하는 것 역시 결국에는 도민들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도민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도민들이 결정한 사항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지 도민의 생각과 판단을 대행하는 역할은 아니다.

또한 제2공항 사안처럼 공공갈등이 극명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도민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갈등을 해소해 가는 것이 맞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보더라도 국토부의 일방적인 정책결정과 강행 추진하는 방식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갈등의 사례는 제2공항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강정마을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 갈등처럼 매우 심각하게 확산되고 지속될 수 있다. 

제주도의회, 도민공론화 나서라

따라서 제2공항 문제는 도민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제주도는 국토부 사업이라는 이유로 방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공갈등을 유발하는 국토부의 사업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도민공론화를 적극 요구해야 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이러한 필요성과 자기 역할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면을 볼 때 국토부와 제주도는 도민공론화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결국 현 시점에서 제주도의회가 나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겠다. 지역의 갈등을 해소하고, 주민자치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일이라는 점에서 도의회가 앞으로 나서는 것은 적절한 수순이다. 제주도의회는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제주도민의 판단의 결과를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루 빨리 해야 한다. 정부와 제주도의 안일함으로 커져버린 제2공항의 갈등이 도민공론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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