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여희숙 대표 '자발적 독서습관' 지도법 호응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독서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된다. 자발적으로 독서를 하는 A그룹, 시키면 그나마 따라오는 B그룹, 시켜도 따라오지 않는 C그룹이다. 문제는 우리 자녀들의 경우 A그룹에 속한 비율이 10%대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열에 아홉은 독서라면 치를 떠는 C그룹에 속하고 있다는데 있다.

"부모가 아무리 노력해도 강제로 책을 읽게 할 수는 없어요. 독서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의 부담을 줄여주며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2019 부모아카데미'의 일환인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한 우리 가족 책으로 말해요' 프로그램이 18일 오전 9시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는 책상에 앉아 10분도 채 버티기 힘들어하는 우리 자녀들을 위해 '책 읽고 싶어지는' 독서지도 방법을 상세하게 전했다. 독도도서관친구들 대표, 행복한아침독서 홍보대사,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는 여 대표는 <책읽는 교실>, <토론하는 교실>, <아이는 도서관에서 자란다> 등을 저술하며 독서습관을 위한 지도법을 전파하고 있다.

이날 강연장에는 같은 고민을 공유하던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줄을 지었다. 당초 예상됐던 인원보다 더 많은 학부모들이 찾아오면서 일부 참가자들은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장장 3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강연장에서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여 대표는 "독서습관에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스로 하게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굳이 '이거 읽어라, 저거 읽어라' 하지 않고 아이가 흥미를 가진 분야의 책을 골라서 읽게 된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그 이후에 독서를 즐기는 경지까지 가면 그 다음 단계는 완전히 뛰어넘게 된다"고 제언했다.

여 대표는 진정한 독서교육이란 부모가 도와줬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끔 자녀가 스스로 '평생독자'가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는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수준에 맞는 책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의 수준을 독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자녀들이 중학교에만 들어가면 독해를 하지 못해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수준에 맞는 독서습관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토론도 독서로 인해 충분한 배경지식이 쌓여야 가능한 것이다. 배경지식 없이는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충분하고 건강한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독서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닌 생각할 수 있는 힘의 근본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 대표는 설익은 독서교육이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 대표는 "청소년기의 80~90%의 아이들이 책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고 한다. 학교에 가면 교장 선생님이 일주일마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훈시하고, 학교 곳곳에는 독서를 권고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심지어 교실 뒤편에는 누가누가 책을 많이 읽나 경쟁을 붙이는 표가 붙어있다. 집에서 만나는 부모님도 조금 쉬려고하면 '그 시간에 책이나 읽어라'고 한다. 어떻게 독서를 좋아할 수 있겠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하다못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도 '어제 축구 해왔니?', '오늘은 축구하면서 뭘 느꼈니?', '느낀 점을 축구로 표현해봐라' 하면 지긋지긋해 할 것이다. 독서교육하면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에게 꼭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이 책 좋아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라, 책 싫어하지만 않게 해달라. 책 지긋지긋하다는 말만 안하게끔 해달라'고 한다"며 "이렇게 괴롭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책읽기를 좋아하는게 이상한게 아닌가 싶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독서습관이 길러지기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뇌과학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여 대표는 "최근 뇌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원래 책 읽는 기능 자체를 갖지 않고 태어난다고 한다. 인류가 문자를 읽고 쓰기 시작한 것은 약 3천년 전이다. 인간이 태생적으로 지닌 사고패턴은 질문이 주어지면 답을 찾는 '직관적 사고'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성적 사고'는 이후에 길러지는 것"이라며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독서는 후천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또 여 대표는 뇌의 생물학적 성장 속도와 독서능력의 발달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너무 앞서가도, 너무 뒤쳐져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여 대표는 "인간의 뇌는 꾸준히 성장해가는 반면, 독서력은 계단처럼 발전한다. 평생독자가 되기까지는 큰 도약의 시기가 있는데 약 5단계로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했다. 1단계는 태중에서 생후 2000일까지, 2단계는 처음 언어를 접하는 초등학교 1학년, 3단계는 어휘력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초등학교 2~3학년, 4단계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5단계는 독서가 숙련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5살때부터 책 읽기 시작한 아이와 8살부터 책읽기 시작한 아이들의 독서 능력은 월등히 차이가 난다. 오래 독서를 한 5살때부터 독서를 한 아이가 뛰어날 것으로 생각할 것인데, 8살부터 독서를 한 아이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며 "5살때 문자 지도를 하면 뇌에서 어떤 호르몬이 나오고 뇌가 어떻게 엉키는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의 나라는 학교 취학 전 문자교육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여 대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에는 책일 읽어주는게 아니라 책을 들려주는 것 중요하다. 독서를 통해 아이의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닌 독서라는 경험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사랑을 받는 과정'이라는 인식으로 남게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8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여희숙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구체적인 독서지도 방법으로는 함께 모여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독서모임'이 가장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여 대표는 "책 읽는 행복을 주기 위해 먹거리를 준비해 두는 것도 좋고, 독서 후에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매듭짓는 것도 중요하다. 내용이 좋다면 만화책도 좋은 접근법이 될 수 있다"며 "독서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마음속에 책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게 해야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서습관은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모든 학교의 여건이 그럴 수 없다면 가정에서 부모가 부족한 역할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독서를 부담이 아닌 하나의 놀이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