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칼럼] (1) 왜곡된 편견과 싸우는 ‘학교밖청소년들’   

학교밖청소년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이 여전하다. 제도권 교육 안에 있지 않은 청소년들에 대해 문제아 또는 낙오자 등의 왜곡된 시선은 '학교밖'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에 대한 또다른 차별이다. ⓒ제주의소리
학교밖청소년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이 여전하다. 제도권 교육 안에 있지 않은 청소년들에 대해 문제아 또는 낙오자 등의 왜곡된 시선은 '학교밖'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에 대한 또다른 차별이다. ⓒ제주의소리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비뚤어졌다. 패배자, 문제아, 혹은 낙오자…. 그들에게 붙는 왜곡된 꼬리표다. 제도권 학교를 떠났어도 학교밖청소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 끊임없이 날개를 펴려 한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대안교육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밖청소년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글] 

삶엔 정답이 없다. 그런데 학교는 늘 정답만을 골라내길 요구한다. 그래서 정말이지 학교는 답이 없다. 그러니 학교만이 교육의 전부라고 믿는 우리 교육은 더더욱 핵노답(!)이다. 

물론 몇 줄의 말장난 같은 비판으로 우리 교육 전체를 평가해도 될 만큼 교육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바꿔보겠다고 소신을 갖고 온갖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수많은 전문가 그룹이나 교육자들, 현장 교사들로선 억울한 일일게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훌륭한 해법들이라도 희한하게 우리 현실에만 적용하면 더더욱 엉켜만 갔다. 그래서 여전히 답은 없고 엉킨 실타래는 점점 더 조여 오는 형국이다. 그리고 지금 이것이 우리 교육을 바라보는 보편적 시각이다.

‘우리 교육이 뭐가 문제냐’라고 하는 사람은 적어도 필자 주변엔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학교가 문제투성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그 학교 밖으로 겨우(!) 탈출한 아이들에게는 또 ‘문제아’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모순이다.

우리 교육 현실의 깊은 문제의식을 가진 부모들이 제도권 학교를 벗어나 ‘비인가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낸다. 이 아이들은 오늘도 ‘학교’에 등교를 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법은 이 아이들을 ‘학업 중단 학교 밖 청소년’으로 규정한다. 언어도단이다.

천재적인 음악성을 인정받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해 가수로 승승장구하는 어떤 남매는 알고보니 학교를 안다녔다더라, 빼어난 몸놀림으로 외국에서 벌써부터 인정받은 축구선수 누구누구는 일찍부터 자기 꿈을 위해 학업보다는 축구를 선택했다더라, 인간으로서는 유일하게 알파고를 딱 한번이라도 이겼봤다던 어떤 바둑기사도 남들 학교다닐때 바둑에 몰입했다더라 등등의 성공 스토리들. 꽉 짜인 학교생활에서는 퇴색됐을지도 모르는 그들의 ‘창의력’에 다들 열광한다. 그런데 정작 주변에서 자기 꿈의 실현을 위해 학교 밖으로 나오겠다는 아이들을 향해서는 ‘철딱서니 없는…’이라며 그들의 꿈을 강제로라도 유예시키려든다. 이율배반이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들은 안 믿는 세상이다. ‘요즘 돈 없어서 고등학교를 못 다니는 아이들이 어디있느냐?’는 어른들이 있다. 맞다.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 못 다니는 아이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런데 등록금만 낸다고 학교 다닐 수 있을까? 아이들은 교복도 사 입어야 하고 급식도 먹어야 하며 참고서도 사야한다. 백번 양보해서 이런 것들은 각종 복지 정책들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치자, 그렇다면 과연 그뿐인가? 동 시대를 사는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이 어떤 문화적 혜택 속에서 생활하는지를 보라.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건 애저녁에 글러먹었다며 진학보단 기술배우겠다고 취업에 나선 흙수저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 그런 아이들 가슴에 세상은 ‘공부 못해서 일하는 아이’라고 대못을 박는다. 매정하다.

학교폭력에는 가해자도 있지만 피해자도 있다. 가정폭력에도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다. 운 좋게 권선징악으로 일단락 된 사건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도망쳐야만 하는 일이 더 많다. 너무 일찍부터 세상의 불의함을 알아버린 이 아이들에게 세상은 ‘너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었겠지’라며 무심코 돌을 던진다. 폭력이다.

영화 ‘설국열차’는 ‘앞으로 갈 것인가, 밖으로 나갈 것인가?’를 우리에게 물었다. 아무도 살수 없는 위험한 곳이라던 열차 바깥에서 정작 새로운 가능성은 움트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학교 밖에도 청소년이 산다. 그들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그곳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있다. 어쩌면 희망은 거기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학교밖청소년>은 정규교육에 있지 않은 9~24세의 청소년을 가리킵니다. 과거(2002년~2014년)에는 학교밖청소년 대신 ‘학업중단청소년’ 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일각에선 여전히 '학교밖청소년' 이라는 단어에도 부정적 의미가 묻어있어 더 긍정적이고 포용적 명칭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양희는?

유양희 보물섬교육공동체 간사 ⓒ제주의소리
유양희 보물섬교육공동체 간사, 제주대안교육협의회 간사 ⓒ제주의소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다. 평범한 목회자의 길을 택하기에는 공부가 체질이 아니란 자각을 거쳐 종교전문언론 기자로 바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언론 현장 역시 녹록치 않아 흘러 흘러 식품산업 전문지 <식품음료신문> 차장대우를 끝으로 짧은 기자 생활은 마무리 지었다.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 간디학교에서 대안학교 교사양성과정을 거쳐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에서 대안학교 교사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건 그만큼 실패를 염두에 뒀어야 하는데, 10년 끝에 맛본 좌절로 훌쩍 떠나고 싶어 제주 이주 열풍에 슬쩍 몸을 실었다. 이제는 제주의 보물섬학교 부모 입장에 서서 대안교육운동을 복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물섬교육공동체의 간사 일과 제주대안교육협의회 간사를 맡아 학교밖청소년의 교육기본권 보장을 위한 생각들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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