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칼럼] 청년미래 위해 교육부를 해체해야만 하는 까닭

제주신화 <차사본풀이>에는 최근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보다 먼저 알려진 ‘과양생이 처’가 있다. <차사본풀이> 앞의 이야기는 잘라내고 그녀가 결정적으로 자기 자식을 죽게 한 엽기적 대목부터 살펴보자. 과양생이 처가 자신의 아들 셋이 과거에 급제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의 집 자제가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는 줄 알고 ‘목이나 톡 부러져 죽어라’고 저주를 퍼부어 결국 세 아들은 어머니 때문에 목이 부러져 죽게 된다. 

과양생이 처는 대성통곡하다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을의 김치 원님을 찾아가 하소연하고 급기야 횡포를 부리자, 원님은 이 청원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부리던 강림을 불러들이고, 염라대왕을 데려와 대왕으로 하여금 이 사건을 판결하게 하자는 방안을 냈다. 원님 밑에 있던 강림이는 식구를 하직하고 저승으로 향한다. 조왕신과 문전신의 도움으로 길을 찾고, 본처가 만들어준 떡으로 저승의 문지기를 회유하여 저승문에 당도한 후 그곳을 지나던 염라대왕을 압박한 결과 염왕이 이승에 오게 된다. 염왕은 과양생이 처의 그간의 죄상을 알고 사지를 찢어 빻아서 바람에 날리니 각다귀와 모기가 되었다고 한다. 

과양생이의 처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남의 집 아들 삼형제를 죽였다. 그리고 자기 자식이 과거급제하여 오는 줄도 모르고 저주를 퍼붓다가 제 자식들도 죽였다. 그리고는 억울하다고 관가에 가서 살려내라고 악을 쓴다. 하루에 세 번, 백일 동안 청원을 올린다. 재물에 목숨 걸고,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질투하고, 자식의 일에 지나치게 집요한 과양생이 처를 보면 요즘 서울 강남의 아줌마들이 생각난다. 자식을 일류 대학에 입학시켜 상류층의 일원으로 살게 하려고 초등학교부터 극성스럽게 과외를 시키고 아이들을 속박하여 초죽음에 이르게 한다. 자식의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하루에 세 번씩 백일 동안 교회든 절이든 합격 기도를 올린다. 그래서 그들은 성공했을까. 이 강남 아줌마들을 과양생이 처의 패망을 알고 있을까.

교육이 지나치고, 권세와 부를 차지한 강남 아줌마들의 세습 욕망이 지나치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우리의 현실이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조국 법부무장관의 부인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강남 방식이 우리를 주눅 들게 했다. 세계 42명이 세계 전체 부의 절반을 가지고 있고, 세계 1%가 세계 전체 부의 82%를 가지고 있는 세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부가 세습되고, 특권층의 힘도 세습되며 그 격차감은 날로 심해진다. 우리 시대의 극단적 상황이 모두 교육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겪다가 자식이 겪게 되니 평생 교육에 시달린다. 이 교육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이제 교육부를 해체하자.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반문할 것이다. 가능하다. 우선 초중고 교육을 각 도의 교육청으로 넘기면 된다. 각 지역은 지역에 맞는 교육을 하며 지역 정체성도 기르고 지역 인재도 키우고 지역 산업도 키우면 된다. 제주도는 말만 키우는 곳이 아니다. 제주어를 가르치고 제주 정체성을 가르치고 제주 산업에 맞는 인재를 잘 길러내면 된다. 그 다음 대학은 어찌할 것인가. 각 대학에 맡기면 된다. 이제 우리 대학들은 자기 성장 동력을 충분히 갖추었고 지역 현실에 맞게 교육 방향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하였다. 혹여 특권층의 비리에 영합할 지도 모른다는 기우를 하겠지만, 골목마다 지키는 CCTV만큼 세상을 지키는 눈이 있어 공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교육부는 어찌할 것인가. 청년부로 바꾸어 청년의 일자리를 창출해 주고, 청년이 독립할 때까지 장학금을 주고 생활비를 보조하는 제도 수립과 운영에 힘쓰면 된다. 취업 때문에 결혼도 미루고 아이 낳는 것도 미루고 모든 희망을 미루고 불행한 청년을 앞장 서 구해야 한다. 남북문제가 해결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징병제도 없애 남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아울러 모병제를 실시해 10만 일자리도 창출하면 된다.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성숙시키는 것도 우리 시대의 과제다. 이 모든 것이 청년부의 몫이다. 

 

강남 아줌마의 패망 스토리를 반면교사로 삼자. 그리고 우리 모든 불행의 근원인 교육을 개혁하자. 늘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늘 과대한 목표에 매달려 불행한 우리의 청년들을 구해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은 늘 이 미래 가치와 과대 목표만 중시해 왔다. ‘지금 여기’ 행복을 찾기 위해 반드시 교육부를 해체해야 한다. / 허남춘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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