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비엔날레' 공무상비밀누설‧배임‧직권남용 ‘무혐의’…“사필귀정 결정, 평화예술 매진” 밝혀 

김준기 전 제주도립미술관장(현 경기문화재단 ‘평화예술대장정’ 총감독·전시기획자)이 <2017 제주비엔날레> 추진 과정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일체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무상비밀누설, 업무상배임, 직권남용권리행사 등 김 전 관장에게 제기됐던 모든 혐의에 대해 검찰은 11개월에 걸친 고강도 수사를 벌인 결과 지난 17일 ‘혐의 없음’ 처분결정을 내림으로서 김 관장은 그동안 미술계를 중심으로 떠돌던 모든 누명을 벗게 됐다. 함께 기소됐던 도청 소속 사무관 K씨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배임 등의 혐의가 무혐의로 밝혀진 김준기 전 관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준기 전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 전 관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전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 사건’ 종결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관장직을 수행하면서 추진한 ‘2017 제주비엔날레’와 관련해 제게 씌워졌던 공무상비밀누설과 업무상배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라는 혐의가 지난 17일 모두 ‘혐의 없음’으로 밝혀져, 피의자 신분이라는 굴레를 벗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전 관장에 따르면 제주도는 도립미술관에 대한 도 감찰과 감사과정에서 관련 혐의가 의심된다며 지난해 8월 경찰에 김 전 관장과 도립미술관 행정운영을 맡았던 도청 소속 사무관 K씨를 수사의뢰했다. 제주서부경찰서도 약 2개월 간 수사를 진행하고 지난해 10월 30일 김 전 관장과 사무관 K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1개월에 걸친 검찰의 수사결과는 달랐다. 검찰은 “사업자 선정방식인 ‘공동수급체 구성방식 및 협상에 의한 계약 절차’는 입찰공고에 포함된 내용으로서 일반적인 입찰 절차에 관한 사항이므로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검찰은 “(도립미술관 산하 현대미술관의) 취소된 특별교류전의 예산을 비엔날레 예산으로 사용한 것은 미술관의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관장의 권한으로서 사업변경이 가능한 것이고, 상급관청이나 도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더라도 위법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고 봤다.

또 “비엔날레 사무국은 임시 조직이지만 사무국이 사용하는 공간은 지속적으로 존치하는 것이므로 해당 공간의 집기와 비품 등을 비엔날레 예산만이 아니라 미술관 예산으로도 구입한 것은 불법적인 예산 사용이 아니”라면서 세 가지 혐의 모두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김 전 관장은 의견서에서 “사실의 힘과 진실의 빛에 기대어 다시 제 갈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피의자 신분 김준기에서 평범한 시민 김준기로 돌아오기까지 1년여가 걸렸다. 이번 결정이 있기까지의 1년은 사필귀정이라는 상식을 확인하는데 걸린 기나긴 시간이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 전 관장은 “이렇듯 그 결과가 뻔 한 일이었지만, 과정을 지나오는 동안 저만이 아니라 저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던 분들마저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그동안 고생하신 분들에게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전한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김 전 관장에 대해 경찰 수사의뢰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그가 2년 임기를 마쳐 연임 여부를 판단할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김 전 과장은 “저를 음해하여 관장 재임을 막아보겠다는 세력들의 전방위적 공세로 인해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보다 그동안 저를 겨누고 있던 비열하고 천박하고 불순한 음해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에 훨씬 안정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세히 해명할 가치조차 없는 낭설과 의혹들이 난무했고 저는 그 시간들을 참고 견뎌야 했다. 지리멸렬한 기다림의 시간을 지탱해 준 것은 사실의 힘에 대한 확신이었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덧입혀진 ‘피의자’라는 누명을 벗은 김 전 관장은 “일명 '김준기 사건'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공공미술관이 처한 문제와 위기가 총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김 전 관장은 “디렉터십과 큐레이터십, 늘공과 어공, 행정 관료와 전문가, 지역 출신과 타지역 출신 등 공공미술관에 존재하는 모순들이 총체적으로 보였다”면서 “한국의 다수 미술관들이 처한 위기의 국면에 저 또한 포함돼 있으므로 향후 미술관 종사자들을 비롯한 여러 주체들과 잘 의논해 이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전 관장은 2년간의 제주 생활은 고난뿐만 아니라 ‘평화예술운동’에 눈뜨게 해주는 유의미한 계기였다고도 말한다. 

그는 “4.3미술을 접하면서, 제가 2014년부터 해오고 있는 ‘지리산프로젝트’의 의미와 ‘대추리평화예술운동’(2004-2007)의 가치를 되새겼다”면서 “퇴임 이후에는 오키나와, 타이완과의 지역간 교류를 지속해왔고, 올해 말에는 <2019 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PAP)>를 개최할 예정이며 계간 <평화예술매거진>의 창간도 앞두고 있다. 또한 경기문화재단 주최의 ‘평화예술대장정’ 총감독을 맡아 동아시아와 한반도 34개 도시를 돌고 평화 의제를 모아 ‘DMZ평화예술선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퇴임 이후의 삶을 요약해 소개했다.

김 전 관장은 “이 모든 것이 평화의 섬 제주도가 저에게 준 선물이자 과제이므로 저는 제주도가 저에게 준 이 뜻 깊은 선물을 감사하게 받아 안고 더욱 성실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관의 힘과 민의 지혜가 공존하지 않으면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면서 “민(民)의 역량을 강화해 민관협치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장기적인 포부도 덧붙였다. 

김 전 관장은 “제주에서 일한 2년 동안, 그리고 퇴임 이후 이번 사건의 종결을 기다리는 동안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 겸허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더욱 성실하게 건강한 마음으로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거듭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 올린다”고 도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 전 관장은 2016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제주도립미술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경기문화재단 정책자문위원장 겸 ‘평화예술대장정’ 프로젝트 총감독, 예술과학연구소장, 지리산프로젝트 예술감독,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