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전 제주연구원장 “제주밭담 가치 확대에 앞장” 

김동전 제주연구원장 ⓒ제주의소리
김동전 제주연구원장이 ‘제주밭담’의 가치 극대화를 위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업 추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5회 제주밭담축제가 오는 28~29일 이틀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제주밭담테마공원 일원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세계농업유산 제주밭담의 보전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제주연구원의 김동전 원장은 “제주농업을 지켜온 버팀목이 바로 제주밭담”이라며 “독특한 문화유산으로서 제주밭담의 다양한 가치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전 원장은 최근 <제주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제주밭담은 특정인의 소유물이라기보다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할 공동유산”이라며 “무엇보다 제주 자연이 더 이상 훼손되도록 방치해선 안된다”면서 ‘제주밭담’ 보존과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제주밭담과 연계한 전문서적 발간, 빅데이터 구축, 밭담전문가 육성, 밭담아카데미 운영‧지원, 제주밭담공유화사업 등의 추진을 통해 제주밭담의 가치 극대화에도 제주연구원이 앞장서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제주연구원은 그동안 연구원 산하에 제주밭담6차산업화사업 기반구축사업단을 운영하며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되는데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밭담. 검은 돌담이 구비구비 서로 이어져있다.  ⓒ오마이뉴스 김태진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밭담. 검은 돌담이 구비구비 서로 이어져있다. ⓒ오마이뉴스 김태진

다음은 김동전 원장과의 질의 응답. 

Q. 세계농업유산 제주밭담의 가치는 어떤 것?

A. 제주밭담은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지역별로 토양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그 길이는 약 2만2000km에 달한다. 제주는 전적으로 밭농사 중심의 농업경영이 이루어져왔고, 그 과정에서 제주밭담은 매우 긴요한 기능을 해왔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었나?

A. 크게 네가지 기능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는 농지의 경계표지 기능을 지니고 있다. 둘째는 거센 바람을 걸러 내어 농작물의 생육을 돕고 농경지 표토(表土)가 바람과 비로 인해 유실되는 것을 완화함으로써 제주 농업을 지켜온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셋째는 소나 말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의 기능을 해왔고, 넷째는 섬 전체를 수놓은 밭담은 빼어난 문화경관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검은 현무암으로 길게 이어 쌓은 모양 때문에 ‘흑룡(黑龍)’으로 불리는 제주밭담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이미 지정된 것도 이런 가치들 때문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은 그동안 지천에 깔려 있어 그 중요성을 몰랐던 제주밭담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제주밭담은 농업인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농업유산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는 후대들에게 전해줄 교육적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김동전 제주연구원장 ⓒ제주의소리
김동전 제주연구원장 ⓒ제주의소리

Q.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역사적 유산으로서도 가치가 높지 않은가?

A. 제주 섬은 태초에 수성화산활동을 통해 태어났다. 제주 섬은 탄생 당시의 지형과 지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이러한 탄생배경은 제주섬을 돌의 나라로 만들었다. 땅을 일구면 돌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며, 섬 전체의 77%가 화산회토 토양이다. 밭담은 개간과 농경과정에서 캐낸 돌을 이용해 바람과 토양을 관리하기 위해 쌓아졌다. 밭담은 제주농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동력이었다. 

역사적으로는 고려 고종 21년(1234년), 제주에 판관으로 부임한 김구가 토지분쟁이 잦자 토지 소유의 경계로 돌을 모아 담장을 쌓도록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어쨌든 무너지지 않으려면 서로 어깨를 겯고 함께 버텨내야 하는 제주밭담의 모습은 어쩌면 척박한 환경을 인내와 노력으로 함께 개척해온 제주인의 모습과도 너무 닮아 있다. 상징적 가치 또한 지니고 있다. 제주밭담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 싸운 삶의 역사이며, 생존을 위한 버팀목이었다. 역사유산으로서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Q. 제주밭담은 과거 유산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가치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가치 전망은?

A. 제주밭담은 제주인의 개척정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온 여정을 담은 독특한 유산으로 그 가치가 크다. 농어업유산 지정을 통한 제주밭담의 다양한 가치 확대, 친환경농업, 관광농업 등 제주형 미래농업 발전의 토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밖에도 문화관광, 농촌관광 등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산업을 견인하고, 밭담에 깃든 선대들의 지혜·개척정신을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교육적 가치도 꾸준히 개발할 여지가 많다. 

Q. 제주밭담과 목축문화의 연계활용 필요성도 높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A. 우선 과거 목축문화와 연관된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제주목에는 1소장부터 6소장, 대정현 지역에는 7소장과 8소장, 그리고 정의현 지역에는 9소장과 10소장이 있었다. 조선시대 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중산간 초원지대에 잣성을 새로 쌓거나 정비하여 세워진 국영 목장(1~10소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각 소장에는 국마와 주민 소유의 사마가 공동으로 방목되었는데, 이형상 목사는 ‘마정(馬政)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제주에서 말을 키우고 공급하는 일을 중대사였다. 지금도 10소장의 잣성(상잣성, 중잣성, 하잣성)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돌을 쌓던 밭담문화와 목축문화의 연계 지점이다. 

Q. 그렇다면 제주밭담과 목축문화를 연계한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 중인 것이 있나?

A. 제주도가 마을공동목장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 고유의 목축문화의 명맥을 잇고 있는 마을공동목장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마을공동목장에서는 잣성(돌담)과 순환방목 및 상산방목, 방앳불놓기와 마령밭 등 제주 고유의 목축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원형을 제대로 복원하면 세계 어느 곳의 목축문화보다 훌륭한 콘텐츠가 될 것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은 조상들의 피땀이 어려 있는, 그리고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사용해온 공동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인의 소유물이라기보다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할 공동의 유산이다. 제주의 자연이 더 이상 훼손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제주밭담의 가치 극대화를 위한 제주연구원의 역할?

A.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연구원에서는 제주밭담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다양한 실천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크게는 세 가지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주밭담 보전관리사업 ▶제주밭담길 지역연계사업 ▶제주밭담 브랜드활용사업 등이다. 

1. 제주밭담 보전관리 사업
  ·지역공동체 연계 제주밭담 테마공원 활성화 구축
  ·제주밭담 테마공원 관리 및 방문자 모니터링
  ·공원 내 밭담 캐릭터 벤치 제작(포토존 및 쉼터 조성)
  ·지역연계 제주밭담 테마공원 주차공간 조성 (밭담축제 등 다목적 활용)
  ·제주밭담 유형 발굴 및 기초연구 조사 (제주 전역 대상)
  ·제주밭담 보전관리 종합계획 과제 보완 등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2. 제주밭담길 지역연계 사업
  ·지역공동체 연계 밭담길구축(월정, 평대, 난산, 신풍, 수산, 동명리)
  ·2019년 밭담길 신규 1곳(귀덕1리) 조성.

3. 제주밭담 브랜드 활용 사업
  ·밭담-SHOP 활성화 언론홍보

구체적인 세부사업들로는 향후 제주밭담과 연계한 전문서적 발간 및 지원, 제주밭담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제공 및 축적을 위한 빅테이터 구축, 밭담 전문가 육성 및 홍보 확대를 위한 밭담아카데미 운영 및 지원, 밭담장인 발굴 및 지원을 통한 밭담의 지속적 보전 관리 지원방안 모색, 마을별 밭담 실태조사를 통한 밭담우수마을 지정 및 지원방안 모색, FAO 세계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의 보전 관리 및 활용을 위해서 장단기 종합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제주에서 곶자왈 공유화사업이 있듯이, 제주밭담 공유화사업을 추진해 자손만대에게 귀중한 유산자원을 남겨주기 위한 도민 공감대 형성에도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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