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 청사진, 문제는 소통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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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시선]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립에 부쳐

‘互通無界 好樂無限 濟州’(호통무계 호락무한 제주). 

처음엔 뭔 뜻인가 했다. 이게 한 때 제주의 비전이었다면 믿겠는가. 

불행(?)하게도 도민들은 이 말을 제주의 비전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국적불명의 비전을. 공감 여부는 논외였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11년 12월 확정된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종합계획·2012~2021년)에 제주의 비전이 이같이 한자로 떡하니 명시됐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종합계획은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제주 미래 설계도이자 청사진이다. 국제자유도시에 관한 한 최상위 법정계획이기도 하다. 제주 가치와 지향점에 대한 리더들의 곤궁한 사고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13억5000만원에 용역을 맡은 삼성경제연구소 말로는 ‘교류와 비즈니스의 경계가 없고, 무한한 만족과 즐거움을 얻는 곳, 제주’라는 뜻이라고 했다. 앞 부분은 흔히 국제자유도시를 논할 때 쓰는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본 뜬 게 아닌가 싶다.

그로부터 3년쯤 지나 <제주의소리> 인터뷰에 응한 국제자유도시 전문가 A씨는 “정체불명의 비전”이라고 일갈했다. 

이렇듯 제2차 종합계획은 철저히 중국에 방점에 찍혔다. 제주에 중국인이 무서운 기세로 밀려들기 시작할 때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A씨는 인터뷰에서 “중국을 전략 시장의 하나로 목표화(targeting)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중국만이 살길이라고 올인하는 정책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특히 중국 경제가 경(硬)착륙할 경우에는 예기치 않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었다. 

예견은 적중했다. ‘중국발 직격탄’의 소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였던게 예기치 않은 점이었다.   

제2차 종합계획은 비전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용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그 중심에 ‘랜드마크적 복합리조트’가 있었다. 국제자유도시 조성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시드머니(Seed Money) 차원에서 제시됐다. 핵심 시설은 카지노. 중국인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지만, 내국인관광객도 염두에 뒀었다. 같은 도백이 과거 도정에서 추진하다 각계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메가리조트를 떠올리게 했다. 메가리조트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카지노가 핵심이었다. 논란 끝에 카지노에 도민은 입장을 못하도록 궤도가 수정됐지만,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장밋빛 프로젝트들도 제대로 추진될리 만무했다.  

종합계획은 제1차(2002~2011년) 때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구호는 거창했지만, 뜬구름과도 같았다. 오죽하면 2차 계획을 세울 때 1차 계획에 의해 추진된 사업들에 대해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내부 고백이 나왔을까.   

‘제주판 3김’의 폐해 종식을 고하며 등장한 원희룡 도정이 제주미래비전을 통해 청정과 공존을 핵심 가치로 삼은 것은 적확했다.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이후 줄곧 유지된 기조, 난개발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20여년 제주 개발사(史)에서 빚어진 문제점을 잘 짚었다고 봤다.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법정계획도 아니었으나, 변화를 꾀해보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여겼다. 16억여원의 혈세 투입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당시는.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주야장천 환경과 보전을 부르짖었으나 다분히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다. “난 달랐다”고 억울해할지 모르나 시민사회의 평가는 냉정했다.   

최근 도의회 임시회에서 일어난 상황이다. 공항 등의 시설을 지을 경우 사회적인 공론화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담긴 제주미래비전의 실효성을 따져묻는 도의원에게 원 지사는 “제주미래비전은 제주를 위해 가장 이상적이고 발전적인 방안을 총 취합한 것”이라고 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피력한 것이었겠으나, 미래비전 수립 당시의 호기는 엿보이지 않았다. 

무심한 세월은 흘러흘러 바야흐로 제3차 종합계획(2022~2031년)을 수립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계획대로라면 용역은 내년 2월에 시작되는데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다. 과업지시서 초안을 입수한 시민사회는 제2공항을 기정사실화한 일방계획이라고 발끈했다. 이에 제주도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지금은 과업지시서 초안을 다듬는 단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무심한 세월은 흘러흘러 바야흐로 제3차 종합계획(2022~2031년)을 수립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늘 그렇듯 문제는 공감과 소통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둘 다 이해는 간다. 시민사회의 우려는 초안에 제2공항이 언급된데 따른 합리적인 의심의 표출이다. 제2공항이 기정사실이 아님을 명토박아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종합계획 수립의 방향은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앞으로 도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제주도의 해명도 면피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제주도는 특히 초안에서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 도민을 직접 참여시키겠다며 최초의 ‘도민참여단’ 구성을 천명했다. 초안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대목에서 다시 곱씹게 되는 비전에 관한 A씨의 일침. 5년이 흘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비전의 서술은 간단 명료하되 미래의 야망을 내포하여 공동체 전 구성원이 쉽게 기억하고, 밝고 큰 미래를 곧바로 연상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은 리더와 구성원이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어야 하므로, 구성원 전원의 공유와 공감이 생명이다. 허황되거나 과장되게 현란한 수식어로 설정된 비전은 비전의 운영 초기부터 구성원에게 피로감을 주거나 외면당하기 십상이며 리더의 신뢰를 파괴하게 된다”   

늘 그렇듯 문제는 공감과 소통이다. <논설주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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