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정병규 대표, "그림책 '아이들 전유물' 편견"

0세부터 5세까지의 그림책, 5세부터 7세까지의 동화책, 어린를 위한 고전 전집. 우리의 자녀들은 학습지 회사가 만들어놓은 틀에 따라가야 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역시 선택의 범위가 넓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짜여진 프로그램대로만 지키면 적어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방식이 통했어요.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의 동화처럼요. 이제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주적이고 자발적이고 창의적이 사고를 길러야 해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2019 부모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한 우리 가족 책으로 말해요' 프로그램이 25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25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병규 어린이책예술센터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25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병규 어린이책예술센터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정병규 어린이책예술센터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그림책 30년'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그동안 학부모들이 지니고 있던 '그림책'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그림책은 원색을 많이 사용해야 하고, 단순해야 하고, 자극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림책은 결코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5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병규 어린이책예술센터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25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병규 어린이책예술센터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정 대표는 이날 강의를 통해 1945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림책의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세우고, 활짝 꽃을 피운 다양한 작가들이 한국의 그림책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연대별로 소개했다. 해외 곳곳으로 뻗어나간 우리나라 그림책의 우수성도 알렸다.

정 대표는 "지금의 그림책 작가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그림책을 만들어댄다. 젊은 세대, 이보다 더 젊은 세대에게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림책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최근에 나온 그림책을 보면 아버지가 알콜중독자로 나온다. 술친구였던 아버지가 끝내 술을 끊지 못했고, 죽고나서야 술을 끊었다는, 이전까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온다"며 "그림책이라는게 예쁘고,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다양하고 몹시 색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그림책 작가는 아파트 고층 베란다에서 아래를 쳐다보는 관점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다. 얼마전까지 제주지방법원에서 근무해 온 작가도 색다른 관점의 책을 냈다"며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그림책을 보여준다는 것은 진부해질 것이다. 내가, 나의 방식으로, 나의 취향으로 그림책을 어떻게 고르느냐가 가능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림책은 픽션, 논픽션, 다큐 등 형태를 가리지 않지만, 그림책 본연의 고유 기능이 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임에도 아무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림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안의 이야기들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25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병규 어린이책예술센터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25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병규 어린이책예술센터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자녀에게 어떤 그림책을 권하는 것이 좋겠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현실적인 조언도 건넸다.

정 대표는 "양질의 그림책이 있고, 저질의 그림책이 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함량미달인 그림책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어린이들은 묘하게 함량미달의 그림책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며 "절대 제지하지 말고 계속 보라고 권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어른은 어른대로 그림책을 같이 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꼭 만들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어린이 독자에게 '이 책은 굉장히 작품성이 높은거야', '이 작가는 대단한 작가야'라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떤 작가든 노력을 해서 나름의 철학대로 그림책을 만들었을 것이고, 그 무엇인가가 아이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룡책을 쉼 없이 마르고 닳도록 보는 아이들도 나중에는 질려서 보지 않는다.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계속 공룡책을 끼고 사는 아이는 박사가 돼 고고학자가 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며 "사람마다 각각  취향이 다른데 이건 안되고 이건 되고 분류하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볼 수 있는대로 권장해서 보게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2019부모아카데미는 '우리 가족 책으로 말해요'라는 주제로 부모의 올바른 교육 철학과 자녀와의 긴밀감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의 그림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강연은 오는 28일 오후 1시 제주우당도서관에서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주제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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