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이사만 9곳...“영화문화 발전 위해 전용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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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제주여성영화제 집담회...“다양성 살리는 예술영화 전용관 필수”

“20년간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공간만 9곳을 옮겨갔습니다. 이제는 여성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성년이 된 제주여성영화제의 과거·미래를 살펴본 집담회가 열렸다. 비단 여성영화제에 그치지 않고 제주지역 영화 문화 전체의 발전을 위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사단법인 제주여민회는 27일 오후 5시 30분 메가박스 제주점 7관에서 집담회 ‘스무살, 지평을 넓히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올해로 20년을 맞는 제주여성영화제를 돌아보면서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집담회 사회는 이경선 제주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윤홍경숙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발제자로 나섰다. 강유가람 감독,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정숙 홍보대사, 이민경 제주여민회 기획팀 직원, 고미 제민일보 기자가 토론을 진행했다.

윤홍경숙 집행위원장은 주제 발표에서 “초창기 제주여성영화제는 7월 여성주간에 맞춰 진행했다. 이때가 대부분 장마철이어서 비나 태풍에 대한 기억이 빠질 수 없다. 영화제 기간 내내 비가 내릴 때도 있었고, 어느 해는 태풍으로 인해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상영 공간 여기저기에서 비가 샜다. 새는 비를 받기 위해 양동이에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감상하기도 했다”면서 “상영공간의 퀴퀴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쉬는 시간 내내 방향제를 뿌리거나 환기를 위해 이러 저리 뛰어다니기도 했었다. 12회부터는 궂은 날씨를 피하고, 영화 배급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9월로 옮겨 진행하고 있다”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영화제를 마무리한 후 평가를 통해 다음 해 계획을 세우지만, 안정적인 인원 배치가 어려우면 상영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은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는 영화제를 준비하는 별도의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상근인력의 운영이 연속적이지 못하고 한시적이다 보니 영화제를 치르기에만 급급한 면이 있었다”고 나아진 점과 한계를 동시에 살펴봤다.

그는 영화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주저없이 “안정적인 상영 공간 마련”을 꼽았다.

윤홍경숙은 “초창기에는 영화제를 끝내자마자 다음 해 상영 장소를 구하는 것이 큰 난관이었다. 영화관을 빌릴 수 있는 별도의 예산이 없기에 무료로 대여 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며 찾아다녔다.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자재만 갖추고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다”며 “지금까지 총 9곳에서 영화제를 진행해왔다. 다행히 한 해도 빠짐없이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영화제 취지에 공감하여 흔쾌히 공간을 빌려준 여러 기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관계자들에게 간사의 인사를 전했다.

제주여성영화제가 거쳐온 상영 장소는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 제주교육박물관, 제주교육문화회관, 국립제주박물관,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영화문화예술센터, 김만덕기념관, 메가박스 제주점 등이다.

그는 “최근 몇 년은 전용극장으로 나름 최적의 공간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 이는 영화문화예술센터와 메가박스 제주점이 장소를 대여했기에 가능했다. 허나, 영화문화예술센터는 상영공간을 임대해 운영하는 입장이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메가박스 제주점 역시 영리공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윤홍경숙은 “안정적인 상영 공간 마련은 우리 영화제의 지속가능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제주에는 제주여성영화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영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제주에서 열리는 영화제 행사는 제주장애인권영화제, 제주영화제, 제주프랑스영화제, 제주혼듸독립영화제 등이 있다. 옛 코리아극장에서 메가박스 제주점으로 옮긴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영화문화예술센터가 주로 쓰인다. 부족한 여건에 일반 영화관이나 대강당, 실내공연장을 대관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면서 동시에 영화 교육·자료 보관 등의 역할까지 소화하는 전용관, 일명 '시네마테크'가 제주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은 오랜 시간 지역 영화계에서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2000년부터 올해까지 제주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는 507편이다. 매해 평균 25편을 도민들에게 소개한 셈이다. 특히, 상업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운 아프리카, 스페인, 브라질, 캐나다, 일본, 코스타리카, 폴란드, 인도,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작품이 다수를 이룬다.

윤홍경숙은 “제주여성영화제는 새로운 영화를 보고싶어 하는 관객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창구 역할이었다. 나이, 성별, 종교, 성정체성, 계층, 계급 등을 초월한 영화들을 여러 차례 상영해 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통로로써 문화다양성을 높이는 역할도 했다”면서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에는 여성신문사가 주관하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피력했다.

또 “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망지니’는 영화제의 진행 뿐 아니라 영화제 기획부터 함께한다. 관객으로 참여했다가 여성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원활동가로 활동의 폭을 넓히더니, 나중에 영화제 스텝으로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며 “영화제 초청상영작, 요망진 당선작(단편 경선)은 제주도에 여성영화인들을 소개하고, 신진여성감독을 발굴·지원하며, 여성주의 영화제작의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인적 자원을 키우는 역할도 부각시켰다.

윤홍경숙은 “그동안 영화제 담당부서는 사무국 → 문화위원회 → 영상미디어센터 ‘꿈틀’ → 집행위원회 등으로 달라졌다. 오랫동안 영화제를 치른 경험으로 나름 노하우가 쌓이긴 했지만 한시적으로 조직을 구성-운영하다 보니, 연속성이 부족했다”며 “앞으로의 과제로 영화제 전담인력 배치가 시급하며, 이를 중심으로 일상적인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들은 전담팀 역량강화 프로그램 진행, 상시적인 영화상영과 관련 프로그램 진행, 제주여성영화인 발굴과 지원 프로그램 논의, 전용상영공간 마련을 위한 방안 모색 등 여성영화제와 관련해 전방위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올해 제주여성영화제는 24일 개막해 29일까지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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