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32. 예스터데이(Yesterday), 대니 보일, 2019

예스터데이, 그때 우리는 마냥 꿈만 꾸지는 않았다. 그 꿈을 의심하고 회피한 적도 있었다. 대니 보일 감독이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 1996)을 만들 때는 마흔 전이었다. 그가 성공을 바랐다면 그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지만 기회가 왔다. 거지라고 해도 청춘이면 좋았던 그때. 헤로인 중독자라고 해도 청춘이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영화. 그 영화도 이제 추억이 되었다. 

1996년에 나는 강원도 철원에 있었다. 스물세 살 초병은 냉장고계곡 초소에서 은하수를 봤다. 군장에 시집을 넣고 다녔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사람이라도 끌어안았다. 눈 그친 뒤 눈을 쓸면 될 텐데 눈 내릴 때 눈을 쓸라는 명령을 받들었다. 와수베가스라 불리던 와수리 어느 비디오방에서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봤다. 이완 맥그리거와 헤어 스타일이 같았다.

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예스터데이>, 이 영화는 비틀즈의 영화가 아니라 잭 말릭의 영화다. 무명가수 잭 말릭. 꿈의 락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잭의 유일한 팬은 엘리 뿐인 걸. 엘리만 유일하게 잭의 노래에서 매력을 발견했다. 그리고 엘리는 꿈꾼다. 잭의 노래에 자신이 분류되기를. 

추억의 카테고리에 누군가는 있고 누군가는 없다. 그 사람의 추억에 내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참 쓸쓸한 예스터데이가 되어 여름 노래나 불러야 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나의 노래는 여름 노래.

노래는 위문편지 같다. 추억의 노래는 잃어버린 우표첩 같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 여름 노래다. 나는 음악 영화를 편애한다. 음악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들으면 삶의 운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잭 말릭이 슈퍼스타를 포기한 건 양심 때문이 아니다. 그가 부르는 비틀즈의 노래는 잭 말릭의 사연이 없었다. 그의 사연은 엘리 애플턴과 함께 한 시간에 있다. 그러니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당연한 결말이다.

비틀즈의 노래 <In My Life>처럼 비틀즈의 노래는 비틀즈의 노래일 때 존재한다. 나의 예스터데이로 들어오세요. 나의 삶에 들어와 함께 노래해요. 잊히거나 변하는 것도 내 삶에서 가능해요. 내가 멍하니 당신을 잊는다면 그것도 내 삶의 노래예요. 내 삶에서 그 무엇보다 당신을 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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