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이정모 관장,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강연

전자렌지 전자파, 음이온 방출 제품, 콜라겐 화장품 등 우리의 생활속에 무심결에 녹아든 속설에 대한 과학의 통쾌한 반격이 펼쳐졌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이 28일 오후 1시 제주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은 '책, 올레?'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독서문화대전과 연계해 그 의미를 더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일상의 사례를 통해 삶과 과학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과학을 어디서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이들에게 어느새 과학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소개했다.

28일 제주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8일 제주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관장은 "대부분 과학자 하면 아인슈타인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가 과학자의 상징이 되어버려서 사람들은 과학자를 오해하고 있다"며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체가 아닌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의 거의 모든 학문을 집대성한 아리스토텔레스도, 천동설이 당연한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도 안드로메다 은하의 존재를 몰랐다. 찰스 다윈도 저보다 진화이론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누가 더 훌륭한 과학자임을 물으면 답이 나오지 않나. 다윈이나 갈릴레오는 생각하는 방법을 바꾼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제주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8일 제주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관장은 "현대 과학은 '우리는 모른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학 선생님의 사명은 제자들에게 의심을 하게하는 것"이라며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겸손이란 본능과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이라고 했다. 공자 또한 '믿기만을 좋아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사회적인 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과학공부는 의심하는 학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장은 과학적으로 의심하지 않아 온 우리사회의 보편적 인식에 대해 하나씩 꼬집었다.

먼저 이 관장은 "물에다가 좋은 말을 하면 물의 결정이 예뻐지고, 나쁜말을 하면 결정이 못생겨진다는 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70만권이 팔렸는데,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사실일까. 긍정적이고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이 팔리기는 했지만, 이것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또 "어느집에 갔는데 전자렌지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무섭다며 발코니에 놓고 쓰더라"며 "전자기파의 가장 강한 종류인 감마선은 에너지가 엄청 강해 쐬면 절대 안되고, X선 역시 마음대로 쬐면 안되는 것은 맞다. 그 다음 강한 전자기파는 자외선이고, 그 다음은 가시광선, 그 다음은 적외선, 그 다음이 마이크로파"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무지개 뜬다고 '위험해! 숨어!' 하지 않고, 리모콘에서 나오는 적외선으로부터 도망다니는 일 없지 않나. 전자렌지에 쓰이는 마이크로파는 적외선보다도 영향이 작다"며 "방송에 자꾸 '전자파 나오니 전자렌지 쓰지말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전자파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이 심각하다면 우린 무지개 뜨면 다 죽는다"며 "기존의 속설을 뒤집었다.

28일 제주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8일 제주우당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비소가 함유된 예방주사, 살충제 달걀 파동 역시 과학의 눈으로 바라봤을때는 온도차가 확연했다.

이 관장은 "이전에 사용하던 예방주사에도 비소가 포함돼 있었지만, 너무 조금이어서 검출이 안됐을 뿐인데, 갑자기 예방주사에 비소가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가자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몇십억을 쏟아부어 약물을 고쳤다"며 "다만 우리는 숫자로 의심을 해야 한다. 예방주사 한 대의 비소 함유량은 우리가 밥 먹을 때 밥 한 숟가락에 있는 비소의 양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살충제 달걀에 독성이 있는 프로피닐이 검출된 것도 맞지만,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하루에 5.5개의 살충제 달걀을 평생동안 먹어도 우리의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의 간에 독성이 생기려면 이 살충제 달걀을 하루에 246개 먹어야 한다. 달걀 246개를 먹으면 간에 독성 생기기도 전에 배가 터져 죽을 것"이라고 현실을 신랄하게 풀어냈다.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관장은 "사람들이 '우리 어릴땐 안그랬잖아!'라곤 하지만 올해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때가 100㎍/m³ 전후였는데 반해 1986년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09㎍/m³였다. 88올림픽 당시만해도 집집마다 연탄을 떼다보니 도시 자체가 거대한 석탄발전소였던 셈"이라며 "그때는 미세먼지라는 개념이 없었을 뿐이지, 지금 우리나라 공기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중국만 없다면 우리나라 공기가 좋아질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 또한 숫자로 판단해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80~90%라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중국이 사라질 경우 우리나라의 공기가 남극이나 아이슬란드 정도로 좋아져야 한다. 중국의 책임을 50%라고 해도 공기는 독일-프랑스만큼 좋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 공기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해를하면 엉뚱한 곳에 힘을 소비하게 된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돈벌려고 하는 헛소리는 더 심각하다. 잠잘때 발바닥 패치를 붙이고 자면 패치에 시커먼게 묻어나온다는 제품 얘기 들어봤을거다. 이를 몸에서 독소가 빠져나간거라고 광고하는데, 그럼 이 나라의 병원들 다 망한다. 그저 땀이 빠져나온 것이고 시커멓게 보이는 성분이 패치에 있을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관장은 "사람들이 음이온에도 관심이 많다. 광고를 보면 음이온이 항산화작용, 알레르기 체질개선, 폐기능강화, 면역기능 강화, 혈액정화 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음이온은 소금이 물에 들어가면 발생한다. 음이온이 우리 몸에 좋다고 하면, 소금을 무작정 먹으면 저 기능이 생기나. 오히려 한쪽에서는 '소금을 몸에서 제거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얼마나 모순됐나"라고 했다.

'콜라겐 화장품' 역시 "피부 아래에 있는 단백질인 콜라겐이 나이가 들수록 양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그 콜라겐을 발라서 피부를 탱탱하게 한다는 것인데, 콜라겐이 피부를 통과할 수 있다면 그 구멍에 박테리아나 세균이 막 들어와야 한다. 콜라겐은 피부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장은 "조금만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의심해봤으면 좋겠다. 훨씬 과학이 재미있어질 뿐더러, 더 안심하고, 안전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제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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