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함평 나비축제와 나비마을
나비축제로 함평을 바꾼 나비박사, 정헌천 소장

# 제주산 나비가 함평을 바꾸다?

함평 나비축제장면

10년 전만 해도 함평하면 ‘함평고구마사건’을 떠올릴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부정적이고 못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구 4만여 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23%를 차지할 정도로 인구감소(65년 14만명)와 노령화의 이중고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던 곳이다. 농수산업이 70%를 차지하고 관광자원이 거의 없는 대표적인 깡촌 지역이었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1년에 20만명도 채 안됐었다.

그런데 이러한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버린 효자가 있다. 바로 ‘나비’다(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99년부터 시작한 ‘나비축제’이며, 이를 제안한 정헌천 곤충연구소장이다). 작년 나비축제 때는 전국에서 170만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2001년 이후 매년 1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함평을 찾았다. 여덟 번의 축제를 하는 동안 75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경제효과가 과대포장돼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투자비에 비해 수익은 2배 이상이다. 작년에는 입장료만 7억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이로 인해 함평만이 아니라 무안 화순 등 주변지역까지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개최되는 9회 축제는 오는 3일부터 8일까지 함평천수변공원 등에서 열린다.

이런 점에서 ‘나비’는 함평을 국민들에게 새롭게 각인시켜준 효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비’가 제주산 나비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나비축제로 함평을 바꾼 나비박사 정헌천 곤충연구소장의 얘기다.

정헌천 곤충연구소장

곤충연구소 전경
정소장 사무실 앞에 게시돼 있는 세계 나비분포도 현황판

처음 이석형군수와 의기투합하여 나비축제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 90% 이상의 주민이 반대했다. “함평하고 나비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이런 촌구석까지 누가 구경하러 오겠어?” 제1회 나비축제가 열리는 해인 99년 2월, 나비 10만마리를 책임지겠다고 장담한 나는 곤충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제주도로 건너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빨리 봄이 찾아오는 곳, 그래서 나비도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 제주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들판과 오름을 쏘다녔지만 좀체 나비는 얼굴을 드러내 주지 않았다. 다행히 마지막날 애월읍에서 한무리의 나비를 만났다. 양배추 집단재배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100여마리 잡아와 곧바로 유리온실로 옮겨져 부화시켰고, 이 100마리가 1만 마리로, 1만마리가 10만마리가 되는 기간은 두달 밖에 안 걸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5만명 정도만 모으면 성공이라 했던 것이 예상수의 10배를 넘어 6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은 것이다. 제주산 나비가 함평을 바꾼 것이 아닌가!

나비축제가 해를 거듭하며 성공을 거두자 처음에 냉소적이었던 공무원과 주민들의 반응이 눈에 띠게 달라졌다. 또한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 대신 나비가 사는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이 변화된 이미지 때문에 함평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더 많이 팔 수 있게 되었다. ‘나비쌀’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친환경쌀을 판매한 결과 99년 2억3천만원에 불과하던 판매액이 2004년에는 56억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또한 ‘나르다(Nareda)' 라는 나비디자인 상품을 개발 43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 새로운 도약, ‘2008 세계 나비·곤충엑스포’

함평군은 내년 나비축제 10회째를 맞이하여 그전과는 다른 특별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축제를 준비 중에 있다. 바로 ‘2008년 세계 나비·곤충엑스포’가 그것이다. 그동안 관광차원에 머물렀던 나비축제를 한차원 도약시켜 관광과 산업이 어우러진 축제로 만들려는 것이다. 340억원의 예산으로 45일 열리게 될 엑스포는 정소장이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곤충도 하나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정소장은 요즘 나비축제와 나비사육 외에도 ‘나비·곤충 R&D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 사업은 ‘나비마을’ 지원과 ‘곤충산업’ 개발사업으로 나누어 진다.

그 중 나비마을은 현재 10농가를 모집하여 애완용으로 판매할 나비와 장수풍뎅이 사육시설을 만들었고, 사육에 필요한 교육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25농가를 더 모집하여 이들 농가가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후자는 누에처럼 나비와 곤충도 반드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잘만 하면 곤충에게서 기능성 물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곤충을 이용해 백신이나 이로운 미생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러면 이와 관련한 벤처회사를 만들어 지역소득 증대에 이바지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시작했다.

이를 위해 현재 6개 대학 54명의 교수들이 참여한 ‘함평군 곤충산업지원연구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함평자연생태공원 안에 ‘함평군·전남대 공동 R&D센터’를 개설하여 곤충을 연구하고 있다. R&D투자만 올해 1차로 2억7천을 2차로 3억 등 총 6억여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소장은 백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하여 예산확보에 만전을 기울일 생각이다. 군의 재정형편상 국비지원이 없이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내년 엑스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 ‘곤충의 보고(寶庫)’ 제주는 뭘 하나?

이 지점에서 우리는 되물어보아야 한다.

‘곤충의 보고’라는 제주는 뭘 하고 있는가?
왜 우리는 이를 상품화시키지 못하고 있는가?
불현듯 오키나와의 나비공원도 생각난다. 오키나와의 나비공원은 큰 호랑나비들의 군무와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우리는 왜 이런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는가?

정소장의 답은 이렇다.

한국의 나비는 크기도 작지만 수명도 짧다. 2백평 온실 안에 일주일에 2~3천마리 키우기도 힘들다. 남방식인 일본은 크기도 크고 수명도 길다. 종표(암나비) 채집을 위해 제주에 자주 온다. 제주는 배추흰나비 천국이다. 제주는 양배추나 유채, 무 등을 많이 심기 때문이다. 이종들은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나비다. 우리 눈높이에서 놀기 때문이다. 또한 호랑나비도 많다. 호랑나비 종류는 나무 꽃에서 자라는데 귤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정소장의 말을 종합하면 나비곤충체험관이나 이벤트도 제주가 적격이라는 말이 된다. 함평만 하더라도 나비생태공원을 겨울철에는 휴관한다. 겨울철 난방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이다.

그에 비해 제주는 아마 1년 중 한달정도만 난방하면 될 거라고 얘기하는 정소장. 10여년 전부터 제주에서 사람들이 나비 곤충 상품 개발하겠다고 찾아왔었지만 정작 투자하고 개발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또한 자신이 고교 시절 제주를 첫 방문한 이후 자주 갔었지만 제주의 자연생태를 이용한 시설은 별로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참다래유통사업단의 정전무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왜 우리는 이런 얘기를 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를 상품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 가치를 왜 도외인의 눈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일까?
 
곤충을 이용한 이벤트는 물론 R&D투자를 제주의 현실과 비교하며 아쉬워하자, 정소장 한마디 더 거든다.

“제주가 아무것도 안했다는 것은 앞으로 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나는 정소장의 이 말이 립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 할지라도, 정말 제주도 당국은 명심했으면 좋겠다.   

# “나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 나비·곤충마을 박인섭 단장(40)

정소장과 대화를 마치면서 혹시 나비마을을 소개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선뜻 승낙을 받고 함께 사무실을 나오는데 마침 나비마을의 대표 박인섭 단장이 찾아왔단다.

그와 함께 마을로 찾아가, 나비 사육시설을 보고 그의 집에서 얘기를 나눴다. 

나비곤충마을 박인섭 단장
언제 귀향했나?
귀향한지 10년째다. 모친이 암에 걸려 치료차 97년 귀향했다.

10농가가 함께 시작했다는데
10농가중 1농가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만두었다. 현재 9농가가 3개반으로 나누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잘되면 법인으로 등록할 생각이다. 이외에 3개 마을 10개농가가 새로 시작하고 있으며 올해 10농가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들을 합해 ‘나비곤충협의회’가 구성돼 있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사업을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이지만 실제 사육과 판매를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 가동한 셈이다. 2년은 준비기간으로 보면 된다. 판매차 서울로 올라갔더니 반응 좋다. 농가소득 비전 있는 것 같다.

교육은 어떻게 받는가?
함평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사업이 활발하다. 작년 함평관내, 연구소, 생태공원 등에서 곤충 사육농가 초청 교육이 15회 정도 있었다. 전국 투어(견학)도 실시했다.

향후 계획은
우리 마을에는 자체 ‘전시관’과 ‘4계절 체험관’을 계획하고 있다. 추석 전후 ‘꽃무지축제’ 시기에 나비곤충축제를 같이 할 예정이다.

   
 
 

   
 
 

육묘장 내부 전경

육묘장 옆에 다시 하우스를 짓고 있다.

육묘장 옆 하우스
필자가 방문한 시기는 3월 경이어서 나비들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었다. 이 흔한 배추흰나비 한마리가 6~7천원이란다. 

박인섭단장이 스크랩해 보관하고 있는 신문기사

곤충사육 외에 농사는?
논농사 1만평, 밭농사 8천평 경작하고 있다. 70%가 임대다.

나비는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값을 매기나?
하우스 1동(80평)에 1만마리 생산한다. 요즘 시기(3월)에는 배추흰나비 한 마리에 6~7천원에 판다. 4~6월에는 3~4천원 하지만..호랑나비는 8~1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필자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흔한 흰나비 한 마리에 6~7천원이라니?)
그렇게 비싸게 파나?
겨울철 1마리당 4천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난방비, 관리비, 먹이식물 등... 강원지역에서는 보온을 위해 두겹 판넬을 씨운다.

전국적으로 사육농가는 몇이나 되나?
전국곤충농가(나비제외) 3~5백농가가 있다. 그러나 나비사육은 10농가 이하다.  

얼마나 투자했나?
투자비가 많이 든다. 10억 투자했다. 개인으론 부담이다. 가격은 규약(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나비 대량판매, 대량사육은 함평밖에 없다. 올해까지 4억 투자했다, 자부담 20~25% 수준이다.(신활력사업으로 지정되어 국비지원을 받은 것은 큰 도움이 됐다)

최근의 판매실적은?
인천공항에 3월 17일부터 7주동안 세팅된다. 작년에 용인골프장에 5만마리 납품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 18일에는 부천식물원의 나비체험 행사 스폰서를 하기도 했다.

전망은 어떤가?
곤충이 환경의 지표가 되므로 전망있는 사업이라 생각한다. ‘신활력사업’으로 지정, 도움을 받고 있다. 나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이들도 눈이 충혈돼 있을 것이다.

함평의 모든 공공시설은 나비디자인이 들어가 있다
버스 정류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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