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2) 혁신인재 양성기관 제주더큰내일센터 출범을 바라보며

지난 달 24일 진행된 제주형 청년 혁신인재 양성기관 '제주 더 큰 내일 센터' 개소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달 24일 진행된 제주형 청년 혁신인재 양성기관 '제주 더 큰 내일 센터' 개소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형 청년 혁신인재 양성기관인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지난 달 24일 본격 출범했다. 개소식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더큰내일센터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를 실감케 했다. 내빈의 규모도 대단했다. 원희룡 도지사를 비롯해 정부 인사, 제주대학교 총장, 도의원, 각급 기관장 등으로 족히 수십명은 돼보였다. 

더큰내일센터는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가 준비한 회심의 프로젝트이다.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수정계획(~2021년)에서 청년뱅크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원희룡 도지사의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교육이 제공되는 2년 동안 참가자에게 월 150만원 수준의 생활지원을 제공하는 ‘선(先) 지원, 후(後) 교육’ 구조다. 청년들이 혁신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제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 타 시도의 인재 양성 정책과의 제일 큰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왜 제주에서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을까. 

우선 더큰내일센터의 전신 격인 청년뱅크재단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수정계획은 청년 고용의 미스매치 문제를 지적한다. 제주지역 청년들은 고용보장이 전제된 단순 취업욕구가 높기 때문에 제주로 이전한 기업의 수요에 부합하는 전문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뱅크재단의 목적은 선(先) 지원을 통해 청년들의 참여를 유인하여 기업들에게 원활히 양질의 전문인력을 공급해 고용의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청년들의 인식만을 문제삼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고용보장이 전제된 단순 취업욕구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부실한 산업기반, 40%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 비율, 전국 최저의 평균임금과 같은 경제적 토대 속에서 청년들의 일자리 선택은 강요되어 왔다. 

공부 열심히 해서 육지로 올라가라던, 제주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다며 객관식 선택지를 들이밀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가. 아무리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지만, 제주에 이전한 기업에 맞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연간 수백억을 투자하자는 발상은 제주의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청년뱅크재단과 비교했을 때, 더큰내일센터의 비전은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인재상을 통해 드러난 더큰내일센터의 미션은 단순히 기업에 입맛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혁신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여전히 시장의 수요와 기존 산업구조의 틀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 틀을 넘어설 수 있는 혁신역량의 계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한다. 

또한 단순 취업을 원하는 제주청년을 위한 유인책에 불과했던 생활지원책은 역설적으로 청년의 삶을 짓눌렀던 구조를 넘어선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되었다. 기업 중심, 일자리 중심이라는 정책적 한계가 오히려 새로운 혁신의 공간을 열어준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혁신역량과 같은 혁신의식이 제주의 내일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혁신의식을 뒷받침해줄 사회경제적 토대다. 그러한 토대 없이 혁신은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 그 토대를 만드는 일들은 오히려 더큰내일센터의 바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개소식의 ‘내빈’이었던 제주도정이, 도의회가, 공공기관들이 함께 해결해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동안 그들은 국제자유도시라는 미명 하에 지역경제를 살린다면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해왔지만 결국 열약한 노동조건과 부동산 버블을 양산했다. 또한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각종 스마트 산업에 투자했지만 기형적인 산업구조에 기여했을 뿐이었다. 

모두가 더큰내일센터의 새로운 도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결코 더큰내일센터와 청년들의 가능성을 응원하는 외부자의 위치에 있어서는 안된다. 사회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충분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미래에 대한 해답을 청년들의 의식에서 찾으려는 것은 위선이다. 

김종현 센터장은 개소식에서 더큰내일센터의 혁신인재상인 ‘탐나는 인재’에 대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라고 정의했다. 나는 이 정의를 뒤집어보고 싶다. 사회는 개인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공동체는 개인에게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청년 일자리 문제, 인재양성의 문제는 청년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제주 사회에 근본이 되는 사회경제적 토대에 관한 문제다. 혁신인재 양성과 토대의 혁신은 반드시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제는 응원이 아닌 협력이 필요한 때다. 

현우식(29)

바라는 것은 깃털같이 가벼운 삶

탈제주를 꿈꾸며 서울로 향했으나
돌연 제주로 돌아와 사회학을 공부중

가까운 것엔 삐딱하나 먼 것에는 관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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