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무공원 ‘미카3형’ 증기기관차, 제주 온지 딱 30년
박정희 前대통령 어린이날 선물, 78년 5월2일 입도

▲ 지난 1978년 어린이날을 기념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주어린이들에게 선물한 증기기관차. 그해 5월2일 제주에 처음 들어왔으니 정확히 30년 세월이 지났다.

마실 삼아 기차여행이라도 훅하니 떠나면 좋음 직한 5월이다. 요란한 기적소리와 함께 내뿜는 뿌연 연기가 저 동구 밖에서부터 밀려오는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해본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제주에서 실제 타볼 수 없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기차이고 보면 기차여행에 대한 갈증은 제주사람들에겐 특별한 것이다.

제주사람에겐 생경했던 기차···30년전 박 前대통령 어린이날 기념해 선물, 당시 큰 구경거리

그런 제주에 입도 30년 된 낡은 기차가 한대 있다. 제주시 삼무공원에 전시된 ‘미카3형’ 증기기관차다.

움직일 순 없지만 기차공부를 하기엔 손색이 없는 이 증기기관차는 지난 1978년 제56회 어린이날을 기념해 故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차가 없는 제주도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선물한 기차다.

  실제 증기기관차가 달리던 모습
기차에 대한 이해도 돕고 학습자료로 활용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이었다. 당시 대통령의 뜻에 부응해 각 급 학교의 견학이 줄을 이으며 문전성시를 이뤘고 이때 기차를 난생 처음 본 제주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기차란 것 자체가 생경한 것이었고, 마치 수세식 화장실 이야기(가만히 앉아 있으면 대소변이 저절로 내려간다는)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감이 잡히지 않던 시절이었다.

최근엔 웨딩사진 촬영이나 유치원·어린이집 현장학습장으로 간간이 이용될 뿐 예전처럼 신기한 전시물은 아니다.

삼무공원 바로 인근에 사는 김범종(55)씨는 "지금이야 아이들도 인터넷, TV 등 많은 정보창구가 있어 기차를 직접 타보지 않았다해도 낯설지 않지만 30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기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몰랐었기 때문에 이 기차가 견학생들로 큰 인기를 누렸다"며 "그래도 이 기차가 한때 북한 신의주와 부산을 오갔던 기차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증기기관차의 제주도 이동 경로도 화제다. 1978년 4월30일 철도청 영등포공장을 출발, 부산을 경유해 당시 가장 큰 여객선인 카페리호에 선적된 후 바다건너 5월 2일 제주항에 안착했다. 정확히 30년이 지났다.

당시 제주항에 도착한 이 기차를 보기 위해 시민들로 제주시내가 들썩였고, 삼무공원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아직까지도 화젯거리로 남아있다. 기차 수송작전은 중앙로의 도로폭이 좁아 제주항~우당도서관 사거리(6호 광장)~신제주로 옮겨가는 특급작전을 방불케 하는 일화를 남겼다.

분단 전 한때 신의주~부산 부지런히 오가던 철마···총 운행거리가 226만4000km, 지구5바퀴

  1960년대 풍경
사실 이 기차는 정확히 말하자면 한 대가 아니라 두 대가 맞다. 앞부분의 두 량은 1944년 철도청 부산 공작청에서 제작된 ‘미카3형’이고, 뒷쪽의 객차 한 량은 1963년 인천 공작청에서 제작된 것.

앞부분의 증기기관차 ‘미카3형’은 길이 22.094m, 폭은 301m, 높이 4.507m, 무게는 107.5톤, 최대견인 973마력, 철도선로의 너비는 1435m의 제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관차는 지금은 박제된 야생동물처럼 가만히 멈춰서 있지만 한때 부산과 신의주를 왕복하던 철마(鐵馬)로 뼈대(?)있는 기차다.

남북분단이후에는 경부선과 호남선을 넘나들었고 총 운행거리가 226만4000km로 지구를 56바퀴나 돈 셈이다.

뒤쪽 광궤용 객차는 철도청 인천 공작청에서 제작된 차량으로 승차인원 80명, 무게 36톤, 길이 21m, 폭 3.006m, 넓이 48㎡의 제원을 기록한다. 

5월2일, 제주에 둥지를 튼 지 꼭 30년째를 맞은 미카3형 증기기관차. 거친 기관소리를 내며 북녘 땅에서 한반도 남단을 수없이 왕복했을 삼무공원 기차를 찾아 이번 어린이날엔 30년 전 자신의 모습이었을 자녀들을 데리고 가보는 것은 어떨까.

최첨단 고속철도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