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싸맨 책 보따리 풀면 펼쳐지는 '보물같은 이야기'
곱게 싸맨 책 보따리 풀면 펼쳐지는 '보물같은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아카데미] 황수경 관장, "책보따리 핵심은 '상호 간의 대화'"

"책보따리를 준비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가 얘기하는 게 아니라, 보따리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책보따리의 핵심이에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2019 부모아카데미'의 일환인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한 우리 가족 책으로 말해요' 프로그램 네 번째 강의가 2일 오전 10시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몬딱가공소(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책보따리&이야기보따리'라는 주제로 강단에 선 황수경 평화를품은집 평화도서관장은 책과 더욱 친숙해지고, 책을 주제 별로 좀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책놀이 방법을 소개했다.

ⓒ제주의소리
2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몬딱가공소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황수경 평화도서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책가방이 생기기 전, 보자기에 책을 싸 어깨에 메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기억을 되살려, 보자기에 책과 관련 놀이도구를 만들어 넣어준 게 바로 '책보따리'다. 보따리 안 책이 마치 보물처럼 느껴지고, 즐거운 보드게임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토론거리를 제공한다.

모둠 별로 앉아 알록달록한 책보따리를 나눠 받은 부모아카데미 수강생들은 빙고게임 등 놀이를 진행하며 책 내용에 깊이 빠져갔다. 즐거운 책 읽기에 웃음과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2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몬딱가공소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에서 황수경 평화도서관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황 관장은 "노인정에 책을 가져가 '읽어드릴게요' 하면 눈길도 주지 않으시고, 고스톱을 치시더라. 결국 수확 없이 책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를 들은 도서관 동료가 노인정에 갈 때는 먹을 걸 꼭 챙겨갈 것, 뭔가 만들어 집에 가져갈 수 있는 걸 기획해 갈 것, 아무리 힘들어도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것을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어르신 보따리'. 조금이라도 책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사탕과 떡 등의 먹거리와 직접 한지 거울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어르신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의 그림책을 고운 보자기로 싸서 가져갔다.

황 관장은 "어르신 보따리를 받으신 분들께선 오랜 시간동안 즐겁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으며 많은 아픔과 시련을 겪어온 세대의 생생한 경험도 들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마을의 역사를 알게 됐고, 인터뷰와 녹음 등으로 기록·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책보따리에는 주부쉼 보따리, 청소년 보따리, 초등 고학년 보따리, 유치부 보따리, 유아 보따리, 군인들 보따리 등 대상과 주제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황 관장은 "군인 분들한테 전쟁 책을 가져가 '전쟁은 나쁜 것'이라 얘기하면 와 닿지 않을 것"이라며 "고심해 선정한 책이 《두 사람》(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저)이었다. 철학적으로 '관계'의 이야기를 푼 책이다. 고향을 떠나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얘기를 담았다. 군인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사랑하는 부모, 애인, 친구 등 다양한 관계의 보따리를 풀 수 있도록 그 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2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열린 부모아카데미의 '책으로 말해요'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모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황 관장은 "책보따리는 절대 혼자 쌀 수 없다. 독자인 본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이라고 결코 모든 타인에게 좋은 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전달자의 일방적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끌어내 서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책보따리는 학습 도구가 아니다. 책을 재밌게 읽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책만으로 문학성이 뛰어난 건 굳이 보따리에 넣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 혹은 내 생각 뿐 아니라 다른 이의 생각도 열 수 있는 책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싶지만 저한테도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책을 선정한다. 위안부, 제주4·3 등 꼭 알아야할 역사를 담고 있지만 흥미를 끌기 어려운 책을 좀 더 확산하고 싶을 때 책보따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2019 부모아카데미는 '우리 가족 책으로 말해요'라는 주제로 부모의 올바른 교육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녀와의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써 그림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책으로 말해요' 프로그램은 다음 주 9일 한글날로 한 주 쉬어가며, 10월 16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에서 '북토크와 그림책 몸으로 읽기'를 주제로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의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