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칼럼](3) 헌법 제31조 1항 ‘모든 국민 균등 교육 권리’ 왜 제도권 교육만?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비뚤어졌다. 패배자, 문제아, 혹은 낙오자…. 그들에게 붙는 왜곡된 꼬리표다. 제도권 학교를 떠났어도 학교밖청소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 끊임없이 날개를 펴려 한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대안교육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밖청소년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글] 
우리나라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의 교육 받을 권리'에도 불구하고 비인가대안학교의 청소년들은 여전히 차별과 편견으로 정상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3조에는 ‘학습권’에 대하여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도 되어있다.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제도권 교육’ 또는 ‘제도권 학교 교육’이라고 명시한바 없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이라는 말을 학교 교육이라는 말로 자동 번역해 이 조항을 읽어 내려간다. 물론 이러한 무의식적 습관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법들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학교 밖에서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시대는 바뀌었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법도 그 흐름에 따라 바꿀 것은 바꾸어야 하고, 해석을 달리해야 할 것은 또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 그래서 입법부인 국회가 있는 것이고 법의 유권해석을 위해 헌법재판소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제도권 학교 밖 교육에 대해서 제대로 된 법 하나쯤 생길 때도 됐고 그 연장선에서 법을 폭넓은 시각으로 해석할 때도 됐다.

위 법조항에서 보듯 교육은 ‘권리’다. 하지만 이 권리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과거 가난했던 시절을 비추어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켜내자는 강한 의지로 ‘의무화’한 것뿐이다. 이것이 법의 근본 취지다. 

그런데 현실은 ‘의무’라는 명분으로 학교밖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부인한다.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임에도 의무 취학 유예자로 관리되는 것이 비근한 사례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대하는 부모들이 있음을 이유로 똑같은 매뉴얼을 비인가 대안학교 아이들과 부모에게도 들이댄다. 대안학교에 재학중임을 서류로 확인해주어도 소용없다. 심지어 부모동의 없이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확인하고 돌아간다든지 경찰까지 동원해 아이들의 근황을 파악해가는 일도 있다. 도대체 아동학대는 누가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4조에선 교육의 기회균등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습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간의 교원 수급 등 교육 여건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부모들 또는 아이들의 신념이 기존의 보편적 인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밖 청소년이나 비인가 대안학교 부모들은 현실 속에서 오늘도 차별을 받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법이 여태껏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 제3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대해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직도 국가 및 지자체부터가 편견과 차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법이 있어 달라진 것도 있지만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국가 및 지자체, 교육청이 있기에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대안학교 법제화의 노력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6개의 대안학교가 특성화고등학교로 인가를 받으면서 대안교육을 제도화하려는 첫 시도가 있었다. 2003년에는 ‘대안교육 확대․내실화 방안’에 발맞춰 초중등교육법을 손질해 그 안에 60조의 3항을 신설하고 각종학교로서의 대안학교를 정의했다. 이 법은 2005년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두 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의 대안학교들은 여전히 비인가 상태다. 혹자는 대안학교들을 탓한다. 하지만 절대다수가 그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바꿔야 할 것은 대안학교가 아니라 법이다. 

최근에 다시 국회에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2005년 이후에도 여러차례 대안교육 법제화의 시도는 있어왔다. 다만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는데 이번만큼은 어떨지 모르겠다. 국회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지자체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비인가 대안학교의 대부분이 몰려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은 활발한 상황이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더 늦춰서도 안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학교밖 청소년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의 교육기본권을 보장하라!

유양희는?
유양희 보물섬교육공동체 간사, 제주대안교육협의회 간사 ⓒ제주의소리
유양희 보물섬교육공동체 간사, 제주대안교육협의회 간사 ⓒ제주의소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다. 평범한 목회자의 길을 택하기에는 공부가 체질이 아니란 자각을 거쳐 종교전문언론 기자로 바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언론 현장 역시 녹록치 않아 흘러 흘러 식품산업 전문지 <식품음료신문> 차장대우를 끝으로 짧은 기자 생활은 마무리 지었다.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 간디학교에서 대안학교 교사양성과정을 거쳐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에서 대안학교 교사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건 그만큼 실패를 염두에 뒀어야 하는데, 10년 끝에 맛본 좌절로 훌쩍 떠나고 싶어 제주 이주 열풍에 슬쩍 몸을 실었다. 이제는 제주의 보물섬학교 부모 입장에 서서 대안교육운동을 복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물섬교육공동체의 간사 일과 제주대안교육협의회 간사를 맡아 학교밖청소년의 교육기본권 보장을 위한 생각들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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