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소망이 꼭 필요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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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詩 한 편] (32) 돌탑을 보며 / 김영숙

2017년 3월부터 약 1년여간 [제주의소리]에 '살며詩 한 편'을 연재했던 김연미 시인이 돌아왔습니다. '살며詩 한 편'은 김 시인이 직접 고른 시를 만나고, 여기에 담긴 통찰을 일상의 언어로 접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코너입니다. 시와 사진, 김 시인의 글이 어우러지는 '살며詩 한 편'은 2주에 한 번 토요일에 찾아옵니다. 김 시인의 글로 여러분의 주말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 쌓여있는 돌탑들.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 김연미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 쌓여있는 돌탑들.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 김연미

간절한 게 참 많은 세상에 산다, 우린

곧추선 기도 위에 돌멩이 얹으려다

아니야, 손을 거둔다 욕심 하나 버린다

-김영숙 <돌탑을 보며> 전문-

시인이 가진 마음의 결은 어디까지일까. 여름내 지친 백일홍 꽃잎의 솜털에 와 닿는 바람결 같은, 강가에 선 바랭이 긴 줄기 끝에 물방울 두어 방울 남기고 가는 물결 같은, 혹은 아침 햇살에 언뜻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딸아이 머릿결 같은, 작고, 여린 것들에게 유독 마음이 닿는 사람들.  

세심한 감정으로 세상과 소통하기에 아주 작은 욕심일지라도 그 결을 통과하는 건 어렵다. 어디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면 세워지는 돌탑. 간절함이 많은 것이라고 어여삐 여기다가도 이렇게 많은 소망이 꼭 필요했던 것일까. 혹 습관적으로 부려보는 욕망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미 습관적으로 돌탑 위에 다시 돌을 얹으려는 자신이 부끄럽다. 딱히 무어 그리 간절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소망도 습관이다. 습관이라는 단어에 숨은 ‘생각 없음’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던가. 습관적으로 말을 하고, 습관적으로 생활을 한다. 부조리인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눈을 감았던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 또 습관적으로 남의 탓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돌 하나 올려놓는다하여 누가 뭐랄 것도 없는데,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시인을 보며 나도 뭉뚱그려 넘겼던 습관들 속에 숨어 있을 지도 모를, 은밀한 욕망들을 세심하게 되짚어 보게 되는 것이다.

김연미 시인은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출신이다. 『연인』으로 등단했고 시집 『바다 쪽으로 피는 꽃』, 산문집 <비오는 날의 오후>를 펴냈다.

젊은시조문학회,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글만 쓰면서 먹고 살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 ‘어리숙한 농부의 농사일기’ 연재를 통해 초보 농부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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