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빚은 아기자기한 제주 마을길, 알고보면 ‘세계유산’
돌로 빚은 아기자기한 제주 마을길, 알고보면 ‘세계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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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귀덕1리에 ‘영등할망 밭담길’ 조성...“주민들의 자부심 되길”
제주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에서 만난 밭담. ⓒ제주의소리
제주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에서 만난 밭담. ⓒ제주의소리

제주 서쪽의 아늑한 마을 한림읍 귀덕1리에 세계중요농업유산을 연결한 ‘살아있는 박물관’이 탄생했다. 제주도가 밭담 보전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조성 완료한 ‘영등할망 밭담길’이다.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후 구좌읍 월정과 평대, 성산읍 신풍과 난산, 한림읍 동명, 애월읍 수산에 이어 일곱 번째로 열린 밭담길이다. 

길의 테마가 된 영등할망은 마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영등할망은 2월 초하루 귀덕1리의 ‘복덕개’라는 포구로 들어와 15일여를 머무르다 돌아간다는 바람과 풍요의 여신이다. 해산물의 풍요를 가져오는 바다와 바람의 신이다. 

반농반어의 생활문화가 뚜렷하게 남아있는 귀덕1리는 어로활동과 함께 양배추, 콜라비, 비트, 쪽파 등 밭작물이 주 산물이다.

제주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잣담'. 도로와 인접하지 않은 맹지를 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곳으로 제주 선인들의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잣담'. 도로와 인접하지 않은 맹지를 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곳으로 제주 선인들의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영등할망 밭담길 4km 코스를 걷는 내내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어우러진 다양한 제주밭담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쪽에는 바다가 손에 닿을 듯 보이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한라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편안한 분위기 가운데 '제주다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귀덕1리는 밭담이 잘 보존된 대표적인 마을 중 한 곳인데, 크고 작은 돌멩이로 성담처럼 넓게 쌓은 ‘잣담’이 많다. 

다른 밭담과 달리 아랫부분에 작은 돌을, 윗 부분에 큰 돌을 쌓는 형태인 ‘잣굽담’도 쉽게 볼 수 있다. 농지 개간 과정에서 인접한 땅과이 높낮이 때문에 생기는 토양유실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이남근 귀덕1리 이장은 “지역이 품은 소중한 유산이지만 널리 자랑하고 알릴 기회가 없었는데, 밭담길 조성이 좋은 계기가 됐다”며 “마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남근 귀덕1리 이장은
이남근 귀덕1리 이장은 "어린시절 뛰어놀던 길이 이젠 세상에 자랑할 수 있는 밭담길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주민해설사를 통한 마을투어를 비롯해 밤마실 플리마켓 등 마을의 다양한 시도들을 밭담길과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

그는 “급작스런 변화로 마을주민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며 “마을의 발전과 활기를 주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 주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겪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밤마실 플리마켓 규모를 너무 키우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라며 “지역주민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마을관광의 적정규모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장은 “어린시절 뛰어놀던 밭담길이 시간이 지나 자랑할 수 있고, 누군가 와서 고유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돼서 자랑스럽다”며 “마을에서 오랫동안 사셨던 분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한 후 제주연구원 제주밭담 기반구축사업단은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사업을 본격화했다. 제주 고유의 아이콘인 밭담을 통해 마을의 건강한 변화, 지속가능한 농업, 관광의 다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에서 만난 밭담. ⓒ제주의소리
제주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에서 만난 밭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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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9-10-11 14:27:27
참신하게 보이는 사람이 마을을 위해 이장으로 봉사하고 있네요. 찬사를 보냅니다. 무엇보다도 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말이 와 닿군요.
122.***.***.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