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 조항 없고 ‘방패장’ 주민투표 결정 선례 있어

국방부와 제주도가 해군기지 '주민투표 불가론'을 내세우며 여론조사를 강행하려는 대해 해군기지반대도민대책위가 '주민투표 요구 서명운동'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 문제가 과연 주민투표 대상이 되는지, 또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을 과연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제주도의회에서 두 번째로 해군기지 관련 설명회를 가진 국방부 최광섭 자원관리본부장은 주민투표에 대해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 국가 이익을 위해 반드시 건설돼야 하는 사업으로 주민투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정부에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최 자원관리본부장은 주민투표 불가론을 밝히면서도 “도민들에게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여론조사는 되고, 주민참여의 일환으로 주민투표법에 보장된 주민투표는 안된다는 것이다.

▲ 2일 제주도군사기지반대도민대책위원회가 "주민투표는 안되고 여론조사는 된다는 식의 논리는 기지건설 추진을 정당화하기 위한 면피용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군기지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는 문제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행 주민투표법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제7조)'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하고 있다(7조1항 ②). 그러면서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ㆍ분합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8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기지반대대책위가 2일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법에 나와 있는 '주요시설의 설치'를 들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8조 8항을 인용한 것이다. 

국가사무이나 국가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 2005년 11월 중∙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로 경주시를 선정한 것도 ‘주민투표’로 결정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해군기지 문제가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주민투표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 즉 국방부 장관이 주민투표를 요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대책위는 해군기지 문제가 방패장 문제와 마찬가지로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고 보고, 국방부가 이미 주민투표를 거부했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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