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① 잇단 낙하산 임명 이어 한전 출신 전문가도 불명예 퇴진...조직장악 문제

제주에너지공사가 심상치 않다. 풍력의 공공자원화와 신재생에너지의 체계적 개발을 위해 2012년 7월1일 설립된 제주에너지공사. 그러나 조직 수장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고, 조직 내부에선 옥상옥 또는 하극상 비판도 제기된다. 급기야 공사 안팎에선 사장과 임원들의 무능·무소신, 기강해이 지적도 따갑게 제기된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사업추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연속 보도로 제주에너지공사를 긴급진단한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차우진, 이성구, 김태익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왼쪽부터 차우진(1대), 이성구(2대), 김태익(3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기사 수정=17시50분] 제주에너지공사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조직수장인 사장이 마뜩치 않은 이유로 중도하차하고, 조직 기강해이, 사업부진 등 공사 안팎에서 따가운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2012년 7월1일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보급 촉진을 위한 전담기구로 설립됐다.

풍력자원을 공공자원화해 환경과 경관을 보존하면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도민이익 극대화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너지공사는 설립 이후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초대 차우진 사장부터 2대 이성구 사장, 3대 김태익 사장까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면서 경영공백도 심각한 상황이다. 

1대 사장인 차우진 사장은 제주도 고위공직자 출신이면서 민선 5기 우근민 전 지사의 측근으로 낙하산 임명됐고, 도정이 바뀌면서 2년 1개월여만인 2014년 8월 교체됐다.

2014년 10월 2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성구 사장 역시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원희룡 도정인수위원장을 지낸 신구범 전 지사 사람이다. 당시 신 전지사 추천으로 원 도정에서 낙하산 임명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사장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경영평가도 꼴찌를 하자 취임 2년 1개월만인 2016년 11월 불명예스럽게 에너지공사를 떠났다.

3대 김태익 사장은 3차례 공모 끝에 2017년 4월에 취임했다. 제주도는 6개월 간 사장 공백 끝에 한국전력 출신의 전문가라면서 그를 발탁한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 역시 임기 6개월여를 남긴 지난 9월18일 원희룡 지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가 밝힌 사직 이유에 대부분 고개를 갸웃했다.  

김 사장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잔여 임기가 6개월 가량 남았지만 공사의 경영이 안정화됐고,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의 수정.보완이 이뤄진만큼 제주도와 공사 발전을 위해 새로운 인사가 새로운 플랜을 적용하고 실행해야 할 때"라며 "그래서 지금 사임할 적기로 판단했다"고 사직이유를 밝혔다.

김 사장이 취임한 후 2018년 당기순이익 32억원을 달성하면서 지방공기업 중 유일하게 행정안전부로부터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만큼 대외적인 경영환경은 좋아졌다. 하지만 김 사장의 말대로 임기 6개월을 남겨 놓고 사직서를 제출할 정도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김 사장은 조직 장악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3년 연속 행안부로부터 제주 지방공기업 중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음에도 원 지사가 김 사장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원지사가 김 사장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사직을 반복해서 권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김 사장은 후임 사장 임명시까지는 사장직을 유지 중이다.  

그동안 에너지공사의 공공주도 해상풍력사업은 3년 째 제자리걸음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다각화도 진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동·평대 해상풍력은 도의회에서 지구지정을 통과했지만 사업추진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해상풍력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수권자본금을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올해 3월에야 확대됐고, 637억원 규모의 현물 출자도 제주도로부터 뒤늦게 받았다.

김 사장의 경우 한전 출신의 전문가가 사장에 임명되면서 종전 1~2대 사장들이 도 고위공직자 출신의 낙하산 인사와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사 안팎에선 김 사장이 제주에너지공사를 반석 위에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내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면서 결국 중도하차 하게 된 것이다. 

김 사장에 대한 조직 장악 문제가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원 지사에게 내부적으로 보고되면서 결국 원 지사는 김 사장의 교체를 결정하게 됐다.

김 사장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조직 장악력 문제는 경영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며 "저는 강압적인 게 아니라 소프트하게 지난 2년 6개월 동안 에너지공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행안부 경영평가를 좋게 받았고, 공사 발전을 위해 반석을 놓았다고 평가한다"고 자평하며 "내외부에서 사퇴 압력도 받은 적이 없고, 저 스스로 후임자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출범하고 7년 동안 3명의 사장을 원 지사가 낙점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적임자를 발탁하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이면서 적임자를 찾지 못한 원희룡 지사의 책임도 크다. 

에너지공사가 출범 당시 목표대로 풍력자원을 공공자원화해 환경과 경관을 보존하면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도민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제대로 된 적임자를 사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신임 사장은 조직 장악력을 갖춘 리더십이 필수 조건이고, 도민 공공의 이익을 대변할 에너지 전문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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