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② 본부장 당연직 '인사위원'-특별감사도 가능...승진-채용 등 실권 집중

제주에너지공사가 심상치 않다. 풍력의 공공자원화와 신재생에너지의 체계적 개발을 위해 2012년 7월1일 설립된 제주에너지공사. 그러나 조직 수장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고, 조직 내부에선 옥상옥 또는 하극상 비판도 제기된다. 급기야 공사 안팎에선 사장과 임원들의 무능·무소신, 기강해이 지적도 따갑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사업추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연속 보도로 제주에너지공사를 긴급진단한다. [편집자주]

 
창립 7년차를 맞고 있는 제주에너지공사가 도민의 에너지 공기업으로 뿌리도 내리기전에 조직 내부의 기형적 구조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사장 아래 본부장과 2처(경영기획처, 운영효율처), 1센터(에너지개발연구센터)로 구성돼 있다.
 
정원은 57명인데 현재 52명으로 5명 부족한 상태이고, 2급 1명, 3급 1명, 4급 10명, 5급 14명, 6급 18명이다.
 
[제주의소리]가 확인한 에너지공사 인사규정을 보면 직급상 본부장은 상임이사나 1~2급, 처장은 3급 이상이 맡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재 본부장은 1~2급이 아닌 3급인 L씨가 맡고 있다. 에너지공사는 3급인 L씨를 직무대리로 발령했고, 3급 이상이 맡게 되어 있는 처장 역시 4급이 직무대리로 맡고 있다.
 
다른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나 제주관광공사의 경우와도 다르다. 개발공사나 관광공사의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상임이사가 맡고, 외부공모를 통해 선발하거나 제주도에서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공기업과 달리 본부장이 사실상 '사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공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제주도 고위 관계자는 “현 김태익 사장 취임 이후 경영과 인사, 사업, 감사 등 모든 분야에서 사장이 주도적으로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사장을 보좌해야 할 본부장이 공기업의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듭돼 왔다”고 말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지난해 2월 정원이 50명을 넘어서면서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본부장' 직급을 마련했다.
 
에너지공사에는 본부장을 달 수 있는 1~2급 대상자가 단 1명이 있다. 2급 직원인 A씨는 현재 에너지개발연구센터에서 보직 없이 부장 직급을 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형적 구조는 더 있다. 4급 직원이 처장과 센터장을 맡고 있어 2직급이나 높은 2급 직원이 4급 센터장 밑에서 무보직으로 근무하는 상태다.
 
이같은 기형적 구조에 대해 에너지공사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선 “현재 본부장체제 하에서 본부장 중심의 인사규정과 감사규정을 개정했다”며 “에너지공사의 실권은 본부장이 모두 장악해 사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의 또다른 직원 C씨는 “현재 에너지공사는 공기업으로서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내부직원들의 자괴감이 크다”며 “사장과 본부장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지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직원은 “본부장 중심의 규정 개정을 무슨 이유인지 사장도 막지 못하다보니 직원들은 공기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기 보단 특정인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밉보이지 않으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는 직원들이 저 하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사시행규칙에 따르면 인사위원회에서 위원은 사장이 임명하는 사내ㆍ외 인사로 구성하며, 본부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외부위원은 3인 이상으로 하되 위원장은 위원중에 호선한다.(개정 2015.06.25.)고 규정돼 있다.
 
2015년 개정 당시에는 본부장이 없었지만 2018년 2월 이후 본부장 직제가 만들어지면서 본부장이 직원들의 승진이나 채용, 처벌 등을 할 수 있는 칼자루를 갖게 된 것이다.
 
감사규정도 문제다. 지난 5월7일 개정된 감사규정 4조(감사의 구분) 2항을 보면 '특별감사의 경우 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장 또는 본부장의 지시가 있을 경우에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상적으로 다른 공기업의 경우 '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실시할 수 있는데 '본부장'이 특별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개정된 것이다.
 
여기에 본부장은 사규심의위원장, 각종 내부심의위원장 등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공사를 모든 권한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된 구조다.
 
이밖에도 본부장은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경영목표 및 업무기획 수립 및 관리, 예산집행.절감 계획 수립 및 집행실적 보고, 사규심의위원회 일반 운영 사항, 조직 및 정원과닐 관련 자료 분석 및 검토 보고 등 89건에 대해 사장 대신 위임 전결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급수 기준에 맞지 않는 3급 본부장이 ‘직무대리’ 편법승진을 통해 에너지공사의 모든 실권을 장악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공사 직원 D씨는 “직원들 사이에선 현재 사장을 '김 부장'이라고 부르고, 본부장에겐 ‘L 사장’이라고 부른다. 조롱이라기 보단 현실이 그렇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니 조직 내부에서는 특정인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승진이나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주고, 인사이동이나 퇴사까지 종용한다고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 제주도의 관리감독 권한이 미치지 않는데 대한 비판도 크다.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는 “본부장과 처장의 직무대리의 경우 공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식 직급보다 낮은 3급과 4급이 직무대리로 임명돼 왔다"며 "상임이사는 공기업법상 정원이 부족해 임명할 수 없고, 제주도에서 파견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는 현재 본부장을 맡고 있는 L씨와 수차례 전화 인터뷰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본부장에 대한 어떤 견제나 제재장치가 없이 실질적인 사장 역할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에너지공사 안팎에선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제주도가 더이상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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