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회, 국회 앞 '4.3특별법 처리 촉구' 노제 봉행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4.3특별법 개정 통과를 촉구하는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4.3특별법 개정 통과를 촉구하는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후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분노한 4.3유족들이 국회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였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송승문)는 1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4.3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4.3노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송승문 회장을 비롯해 상복을 차려입은 100여명의 유족들이 참여했다. 몇몇 유족들은 삭발을 감행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4.3유족회는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아픔은 곧 제주의 역사이며,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6만여 유족과 제주도민 앞에서 당당히 말했다. 매해 추념식에 참석했던 각 당을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들과 지역구 국회의원들 모두 한 목소리로 '올해 안에 제주4.3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을 일삼고, 서로 남 탓하는 모습만 보일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2019년이 저물어가는 마당에 국회가 지지부진한 4.3특별법 개정에는 한 치의 진전도 없이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하는 작금의 행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이제 국회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바랄 것도 없음을 알면서도 이렇게 또 다시 국회 앞에 모여 4.3영령들께 제사를 올리며 사죄하고 삭발을 하며 울부짖어야 하는 오늘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4.3특별법 개정 통과를 촉구하는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4.3특별법 개정 통과를 촉구하는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4.3유족회는 "지난 70주년 추념식 때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유족과 도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유족들은 대통령을 국회의사당에 있는 국회의원들과 한통속으로 엮고 싶지 않다"며 "부디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서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역사적 비극을 외면하지 말라',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라'고 한 마디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결연한 의지와 사즉생의 각오로 또 다시 4.3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고난의 투쟁의 여정을 멈춤 없이 가려고 한다"며 "다시 한 번 호소한다.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이곳 국회의사당 앞에 와서 비통함과 절실함을 외치는 저희의 요구를 결코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국회에 대해서는 "저희가 쏟아놓는 분노가 거북하고 서운하게 들릴지 모를지언정 지금 국회 안에서 벌이는 행태를 보면 어느 누가 냉소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나. 하루 속히 국회 골방에 처박혀 있는 4.3특별법 개정안을 꺼내 대화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라"며 "철저한 논의를 거쳐 기필코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4.3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실 등의 검토과정을 거쳐 2017년 12월19일 여야의 국회의원 60명의 서명을 받아 오영훈 국회의원(민주당.제주시을)이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규정과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4.3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4.3관련 내용들이 담겨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올해 4월1일 회의를 열어 4.3특별법 개정안 4건을 병합심사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파행으로 제대로 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2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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