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제주4·3-여순항쟁 71주년] ③여수 갤러리 노마드, ‘여순항쟁그림전-되찾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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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도민연대가 18일 여수 갤러리 노마드에서 박금만 초대전 ‘여순항쟁 그림전-되찾은 기억’을 함께 관람했다. ⓒ제주의소리

"여순항쟁 작업을 위해 계속 아버지께 물어봐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하셨다. 그러다가도 다른 유족의 질문에 아버지는 그때의 분위기와 정황을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아버지는 기억을 못 하시는 게 아니었다. 지금 나는 아버지의 기억을 가로막고 있는 그 무엇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응어리가 풀리도록, 여순 유족의 응어리가 풀리도록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제주4·3도민연대가 제주4·3과 여순항쟁 71주년을 기념해 지난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여수와 순천을 순례하고 있다. 이틀 째인 18일에는 여수 갤러리 노마드에서 박금만 초대전 ‘여순항쟁 그림전-되찾은 기억’을 함께 관람했다. 이번 박금만 초대전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되찾은 기억'은 여순 희생자 유족인 박금만 작가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발발한 여순에서의 항쟁을 그린 전시다.

박 작가는 여순사건 당시 할아버지와 외삼촌을 잃은 유족으로, 11살의 나이로 아버지를 잃은 그의 아버지 박영수(82) 씨의 기억을 되살려 여순사건의 '되찾은 기억'을 그려냈다.

박 작가는 18일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그림전을 통해 여순항쟁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전해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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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만 작가. ⓒ제주의소리

Q. 간단히 전시소개 부탁드린다.
- 15년 전부터 할아버지 흔적을 찾다가, 2년 전 최초로 인터넷에서 정부 측 기록을 통해 찾았다. '좌익활동, 장소는 광천 다리 밑, 총살.' 자료에 이렇게 나와있었다. 분노가 치솟았다. 참을 수 없는 마음을 다잡아 작품에 녹여냈고, 그리고 이 전시를 준비했다.

Q. 작년부터 여순사건 관련 전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웠던 점이 있나.
- 작년엔 길에서 전시를 했다. 작품 손상도 많이 됐었다. (길에서 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여순사건'의 제목으로 전시를 하라는 것이었다. 저는 작가 양심을 걸고 '여순항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약 1000명이나 되는 시민, 학생이 다섯 차례나 싸웠는데 이게 어떻게 항쟁이 아니겠냐. 사람들이 가리는 거다. 무서워서 그럴 수도 있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일 수도 있을 거다. 그런 것도 여순항쟁을 알리는 계기가 되니까 이해는 한다. 계속 해서 작품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Q. 이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나.
- 아직도 '반란'이라며 비슷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온다. 그런 것 보다도 이 전시를 통해 학살자나 학살을 당한 분들, 모든 분들을 위한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전시를 해보기로 했다. 피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다 뺐다. 대신 그 뒤에 일어날 상황을 묘사 했다. 이 작품들은 모든 분들을 감싸안고 싶은 느낌으로 그린 거다. 학살에 참여한 사람들도 커다란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자신도 통제 못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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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만 작가의 <파란새> 작품. 어머니(작가의 할머니)는 아기(작가의 고모)를 업고 소년(작가의 아버지)의 손을 잡고 광천교 밑에 서 있다. 광천교 밑에서 학살된 아버지(작가의 할아버지)의 시체를 이고 한 사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그렸다.

한편 제주4·3도민연대는 이날 전시 관람에 이어 여순항쟁 유적지 순례를 마치고 오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이순신 광장에서 ‘여순사건 71주기 희생자 합동추념식’ 행사에 참여하며 2박3일 여수 방문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 여수=최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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