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라톤] 여섯살 어린이부터 12년째 저금통 전달 부부까지

20일 제12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현장. 대회 조직위에게 십시일반 모은 동전이 가득한 저금통들이 전달됐다. ⓒ제주의소리
20일 제12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현장. 대회 조직위에게 십시일반 모은 동전이 가득한 저금통들이 전달됐다. ⓒ제주의소리

국내 최초 기부 마라톤 축제,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가 낳은 나눔의 열기는 뜨거웠다. 12회 대회가 개막한 20일 오전 제주 구좌생활체육공원 운동장에는 저금통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참가비 일부가 기부되는 만큼 대회 참가 자체가 기부에 동참하는 일이지만, 더 큰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픈 사람들이 많았다. 

2016년부터 매년 저금통에 조금씩 모은 정성을 기부해온 김도윤(10), 성엽(8), 범준(6) 삼형제는 올해도 빨간 저금통을 들고 대회 조직위를 찾았다. 삼형제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을 찾다 저금통 기부를 하기로 했고, 아이들이 매년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마음을 전했다.

매해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마라토너 시인' 김병심은 2018년 10월 13일부터 모은 빨간 저금통을 전달했다. 저금통에는 '글을 쓰고, 달리고, 깊이 나누는 삶이 내가 가는 길'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2018년 10월13일은 11회 대회 개최일이다. 마라톤 대회가 끝나는 즉시, 바로 다음 대회 기부를 준비한 셈이다.

시인은 올해 4.3평화문학상 수상금 가운데 100만원을 대회 주최 측에 따로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아들은 봉사활동으로 참여하면서 기부와 나눔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눈길을 끌었다.

20일 제12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에 1년간 모은 동전으로 채운 저금통을 기부한 김도윤(10), 성엽(8), 범준(6) 삼형제. ⓒ제주의소리
20일 제12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에 1년간 모은 동전으로 채운 저금통을 기부한 김도윤(10), 성엽(8), 범준(6) 삼형제. ⓒ제주의소리

제주마라톤클럽 소속 양전국(63)·허정회(62) 부부는 올해도 1년간 모은 동전을 전달했다. 이들 부부는 가게에서 모은 잔돈을 꼬박꼬박 저금통에 담아 매년 대회때 마다 기부하고 있다. 2008년 첫 대회부터 올해까지 벌써 12년째다.

애월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33명은 십시일반 모은 43만원을 기부했고, 오리온재단은 이날 개막식에서 대회의 취지에 공감하며 500만원을 전달했다.

제주마라톤클럽은 이날 받은 상금을 대회 준비를 하다 운명을 달리한 고(故) 노은숙 회원 명의로 대회 사무국에 기부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올해 모은 정성은 총 네 곳에 전달됐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장애인 주간 보호시설 천사나래 주간보호센터, 캄보디아 초등학교 도서관을 지원하는 제주청소년봉사단,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그리고 1952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사회복지법인 경동원이다.

'기부와 나눔'을 모토로 한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참가비 일부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올해 기부금까지 합치면 첫 대회부터 올해까지 총 2억6899만4146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서남아시아 수해지역 구호, 네팔 대지진 지역 학교 재건 활동, 제주동부 아름다운청소년센터 설립, 홀로 사는 어르신 생필품 지원 등 소중한 곳에서 아름다운 나눔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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