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김태관 제주아트센터 기획자(문화예술학 박사)

지난 달 27~28일 열린 제주아트센터의 기획 공연, 오페라 <카르멘>은 단발성 공연이 아닌 공공 공연장과 민간 예술가들이 힘을 합친 연속성 있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한 의미를 지닌다. <카르멘>을 만드는데 힘쓴 김태관 제주아트센터 기획자를 통해 제주 지역의 공연 예술, 특히 오페라의 흐름을 읽어본다. [편집자 주]

오페라는 문학, 음악, 연극, 미술, 무용 등이 녹아있는 종합예술로서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성악가 등 대규모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작업이다. 예산 또한 만만치 않아 전문오페라단이 없는 지역이나 예산을 가진 행정이 아니면 시도조차 쉽지 않다.

반면, 작년 겨울 서울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우리나라 70년 오페라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니벨룽의 반지>가 5일간 개최되면서 우리나라 오페라계가 다시 한번 들썩였다. 한국과 독일 수교 135주년 기념 양국합작 프로젝트로, 독일의 전 총리였던 슈레더의 인사메세지가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주목받았고, 4년간 총 120억원의 제작비는 오페라나 공연예술 분야에서 놀랄만한 일이었다. 또한, 2개의 오페라단과 제작진, 한국과 독일의 연합오케스트라, 국내외 성악가 등 약 500명 이상이 공동 참여한 오페라 대작으로 5일간 총 1만석에 가까운 객석은 거의 매진이었다. 

제주의 오페라 

오페라 공연은 몇 해 전만해도 우리의 일이 아닌 저 멀리 서울, 대구, 부산의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오페라를 보기위해서 서울로 가야만했던 아련한 기억들도 제주의 음악애호가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는 추억이다. 특히 우리 제주처럼 문화예술 기반이 허약하거나 대학의 전문학과가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제주에서의 오페라 시작은 1940~50년대 김국배 선생의 열정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는 목포 출신으로 평양숭실학교를 졸업해 경성관현악단 단원을 역임하고 제주여중 음악교사로 활동하면서 악극 형태의 콩쥐팥쥐, 장화홍련전 등을 작곡하는 등 오페라 운동에 힘썼다. 제주도음악협회 초대회장을 지내면서, 1964년 제3회 제주도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1981년 제주대학교에 음악학과가 개설되고 대학 주최의 오페라 공연이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고, 제대로 된 오페라 공연은 제주시립예술단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창작오페라 <백록담>이었다. 당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돼 수년간 수정 보완을 거치며 십여년간 지속되었으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이런 중에 2014년 개관한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는 오페라페스티벌이 지속적으로 올려지고 있고, 창작오페라 <이중섭>도 최근 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 초청 공연됐다. 또한, 제주문예회관에서도 오페라 <춘향전>이 베세토오페라단과 함께 기획돼 호평을 받았고 제주아트센터에서는 작년부터 오페라기획제작 시리즈를 추진 중이다. 2018년 대한민국오페라70주년기념으로 <라 트라비아타: 춘희>를 공동기획 제작했고, 올해는 프랑스와 제주 합작으로 글로벌오페라에 컨셉을 맞춘 <카르멘>이 올려져 97%의 객석점유율에 유료관객은 89%에 달했다. 

지난달 27~28일 열린 제주아트센터 기획공연 '카르멘' 기자회견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당위성  

최근, 제주에서는 민간 애호가와 전문음악단체가 힘을 합쳐 만든 오페라단이 창립됐다. 더욱 반가운 것은 창단 공연에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인 해녀를 소재로 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이나 공공기관에서의 오페라 제작에서의 핵심 과제는 기본 계획을 설계하고 공연의 전반을 통찰하는 좋은 기획자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설계된 계획을 차질없이 뒷받침할 운영 조직과 시스템, 그리고 적정한 예산이다.

지난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겸 단장) 취임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박형식 감독은 오페라단의 효율적 경영조직과 시스템 부재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 제작을 강조한 바 있다. 박형식 감독의 조언은 제주 예술계에도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겠다.

이미 100여년 전에 여러 문화경제학자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당위성을 경제논리가 아닌 다양한 논문과 이론을 바탕으로 주장했다. 문화예술의 효과는 계층 간, 세대 간 소통 및 관계회복, 이주민과 원주민과의 네트워크, 사회통합과 화합 등 경제 논리로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유산이기에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필수다. 특히, 오페라는 '종합 예술'로서 다음 세대인 우리의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돌아갈 돈으로 못하는 자산이기에 더욱 중요한 우리의 사명이다. / 김태관 제주아트센터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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