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제주도민의날 행사서 “제주도민과 같은 마음, 적극 지원” 약속...이번엔 진짜?

국회에 제출된 후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제1야당 원내대표가 “4.3특별법 처리를 적극 돕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제주4.3특별법 (국회 통과와 관련해서) 제주도민과 똑같은 마음으로 자유한국당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20일 서울 한국전력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열린 ‘제28회 서울제주도민의 날’ 행사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운동장을 메운 3000여명의 재외제주도민들 앞에서 한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명예제주도민’이다.

지난 20일 열린 '제28회 서울제주도민의날' 행사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나경원 원내대표 페이스북
지난 20일 열린 '제28회 서울제주도민의날' 행사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나경원 원내대표 페이스북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하는, 장관을 조금 전에 그만 둔 분(조국)이 저희 대학교(서울대 법대) 동기다. 거기는 1학년 3반이었고, 1학년 1반 동기가 원희룡 지사”라며 “(원희룡 지사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지만 확실히 일 잘하는 것 같다”고 추켜세운뒤 나온 발언이다.

<제주의소리>가 확보한 현장 영상에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 발언이 있은 뒤 단상에 있던 원희룡 지사가 밝은 표정으로 박수치는 모습도 잡힌다.

수천명의 서울제주도민회 참석자들 앞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가 한 약속인 만큼 꽉 막힌 4.3특별법 처리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도민사회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한국전력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열린 ‘제28회 서울제주도민의 날’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제주의소리
지난 20일 서울 한국전력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열린 ‘제28회 서울제주도민의 날’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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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서울제주도민의 날 행사가 10월20일 한국전력공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명예제주도민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참석해 원희룡 도지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4.3특별법 적극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제주의소리

이 같은 제1야당 원내사령탑의 ‘4.3특별법 처리’ 협조 발언은 이틀 전 국회 앞에서 4.3특별법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4.3유족들의 기자회견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송승문 회장 등 상복을 입은 4.3유족 100여명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및 ‘4.3노제’를 열어 4.3특별법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일부 유족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야당 대표의 ‘4.3특별법 처리’ 약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에서 나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단순 립서비스에 그칠 경우 역풍도 예상된다.

올해 4월3일 진행된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정당 대표 모두 4.3특별법 전면개정안 처리를 약속했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4.3사건은 다시 반복돼서는 안되는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4.3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제주4.3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국회에서의 논의조차 지지부진 상태다. 

한편 4.3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실 검토과정을 거쳐 2017년 12월19일 여야 국회의원 60명의 서명을 받아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을)이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규정과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4.3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4.3관련 내용들이 담겨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올해 4월1일 회의를 열어 4.3특별법 개정안 4건을 병합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국회 파행으로 제대로 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2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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