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범 칼럼] 검찰과 언론의 협업 하에 의혹만으로 파렴치범이 돼버리는 야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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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족들이 형틀에 묶여 피투성이가 되는 고통을 지켜보면서도 지난 수 십 년 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단명 장관이었음에도 조국의 역사적 역할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출처=오마이뉴스. 

일곱 차례의 지옥문

드디어 검찰이 조국 부인에 대한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사에 착수한지 거의 두 달 만이다. 조국 장관 가족만을 향해 전격적으로 특수부 검사 20여 명과 수사관 50여 명이 투입된 결과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때 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수사 인력이 동원된 검찰의 집요한 장기간의 수사는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만한’ 전설의 항우장사조차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물며 병색이 완연한 장관 부인을 ‘지옥문’으로 비유되는 검찰청 소환을 일곱 차례나 남발하고 ‘기레기’ 언론을 이용해 여론의 도마 위에 시달리게 만들었으니, 이제 그녀의 병세가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 요인인 뇌경색과 뇌종양으로 악화됐다는 진단은 결코 놀랍지 않건만 이제 구속까지 해야 한다니 정말 염라대왕을 뺨치게 한다.

이번 조국 사태는 십여 년 전 그 누구보다 검찰의 본성과 생리를 잘 알고 있었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의 본격적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를 잘 보여주는 만약의 후속편일 것이다. 검찰은 ‘논두렁 시계’라는 삼류소설 같은 선정적 정보를 각종 언론에 흘리며 수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론을 선제 장악하고 가족과 친지 등 주변 인물들을 공격하는 우회적인 심리전으로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노 전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던 날, 포토라인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검찰청 건물 고층에서 내려다보던 이인규를 비롯한 간부급 검사들이 지었던 거만한 웃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자신보다 가족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게 더 고통스러운 법.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났다.  

출처=오마이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던 날, 포토라인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검찰청 건물 고층에서 내려다보던 이인규를 비롯한 간부급 검사들이 지었던 거만한 웃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사진은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 출석할 당시 검찰 직원들이 웃고있는 모습. 출처=오마이뉴스.

짜고 치는 고스톱   
 
그러나 조국은 검찰의 예상과 달랐다. 장관후보직을 사퇴하지도, 장관직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거두었던 검찰의 '칼춤' 쑈(show)가 이번에는 완결편으로 펼쳐졌다. 검찰 수사는 한 마디로 가족들을 형틀에 묶어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저 놈이 지 죄를 알 때까지 힘껏 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라는 검찰 특수부가 대거 동원돼 가족과 주변 인사들을 가릴 것 없이 인지 및 표적수사, 먼지 털이 수사, 피의정보 흘리기 등 그동안 말로만 듣던 검찰만의 각종 검술신공이 모조리 동원됐다. 자식들에 대해서는 입시자료를, 부인에 대해서는 금융거래자료를, 연로한 어머니와 남동생에 대해서는 학교법인 관련 서류를 샅샅이 뒤졌다. 그동안 ‘떡검’, ‘스폰서 검사’ 등 숱한 큼지막한 스캔들로 모범생의 오해를 벗은 검찰에게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속담은 이번 수사의 철칙이 됐을 터.

결과는 두고 봐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단한 먼지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과의 짜고 치는 고스톱‘인 제 2의 논두렁 시계 사태에도 포기하지 않은 또 다른 ‘노무현’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평범한 가족은 졸지에 전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가족사기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부당한 검찰수사에 맞서는 대신 굳이 자살을 선택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설사 훗날 재판을 통해 무죄의 판결을 얻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장관직을 사임한 지금도 집요한 수사로 기진한 부인에 대한 소환은 계속됐고, 진단서마저 위조됐을 것이라는 ‘기레기’ 언론들의 가짜뉴스가 시청자들의 ‘쓸데없는’ 관음증을 자극하는 재료로 TV화면과 지면을 점령해 왔다. 평범했을 일가족이 확인되지도 않은 불분명한 의혹만으로 졸지에 가족 사기범으로 전락해버린 야만의 시대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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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23일 조국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검찰. 출처=오마이뉴스.

모기 잡는 대포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광기의 분위기에 가장 단순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조국 가족이 과연 그렇게도 중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혐의들 중 대부분은 근거 없는 혐의로 판명날 것으로 보이지만, 설령 사실이라 해도 지난 십 년간 전대통령들의 대대적인 국정농단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사소한 혐의로 엘리트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한 것은 한 마디로 ‘모기 잡으려고 대포를 쏜 것’에 다름 아니다. 세상에 조국 가족만 존재하는 것인가. 좀 솔직해지자. 만사를 제쳐놓고 이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조국이 검찰개혁을 이끄는 주역이었다는 사실 외에 뭐가 있겠는가. 조국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우리를 건들면 이렇게 된다’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방약무인의 오만함이 읽힌다. 

이러한 부조리는 검찰 혼자로는 힘에 부칠 터. 자고로 삼인성호(三人成虎)라, ‘호랑이가 거리에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사실로 만드는데도 세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지난 국정농단의 부역자였지만 조금도 뉘우침이 없이 무책임한 민주주의만 향유하는 야당과 언론들이 바로 그 격이다. 조국 이슈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야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언론들이 보여준 보도 행태는 왜 그들이 ‘기레기’로 촛불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는가를 잘 보여준다. 불과 두 달 만에 조국 일가에 대해 무려 200만 건에 달하는 기사를 쏟아냈지만, 대부분 검찰이 흘려준 것만 받아 쓴 것이었을 뿐 제대로 취재해 사실에 가깝게 보도한 경우를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공영방송인 KBS까지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중요한 증언을 왜곡해 검찰의 프레임에 맞춰 보도했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그가 피워낸 한 송이 국화꽃

이 공영방송에 대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검찰의 방송’이라는 비아냥도 결코 충분하지 않을 정도다. 앞으로 시청료는 국민에게 손을 벌리지 말고 검찰에서 받아야 할 것이다. 언론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당당한 보도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살아있는 권력은 과연 누구인가. 근거도 없이 의혹만으로 창작된 소설 같은 기사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고소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와 조국이 살아있는 권력인가. 아니면 장관 임명을 앞두고 대통령에게 결정을 철회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자신에 불리한 보도에는 발끈해 언론중재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부하 검사들에게 ‘셀프’ 고소를 ‘하명’ 지시하는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인가. 그에 대한 답은 이러한 검찰총장의 오만한 행태가 분명히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언론사들이 한 결 같이 입을 닫고 있는 것에서도 잘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사실로 입증된 것이 있다. 촛불 민주주의로 철저한 권력 분립이 이뤄졌지만, 이로 인해 견제의 사각지대가 돼버린 검찰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민주주의의 괴물’이 돼버린 검찰을 감시해야하는 언론은 본연의 사명을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기색도 의지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가족들이 형틀에 묶여 피투성이가 되는 고통을 지켜보면서도 지난 수 십 년 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단명 장관이었음에도 조국의 역사적 역할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제 대학 캠퍼스로 돌아가 연구에 여념이 없을 그에게 서정주의 시 <국화꽃 앞에서>를 헌정하고 싶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 김헌범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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