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 노인성, 남영호 등 서귀포 풍경-역사 이야기 한 데 모아 신간 발간

서명숙 이사장이 최근 펴낸 새 책 '서귀포를 아시나요'. 제공=마음의숲.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최근 새 책을 펴냈다. 고향 서귀포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서귀포를 아시나요》(마음의숲)이다.

이 책은 서 이사장이 서귀포를 매일 걸으며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서귀포의 신비와 아름다움, 그 속에 가려진 아픈 역사를 조명했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올레여행》,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처럼 제주의 길과 문화를 탐색한 내용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나고 자란 색다른 풍경 뿐만 아니라 서귀포의 생태, 사람 그리고 역사에 주목했다. 

서귀포에서만 보이는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서귀포에서 보면 다른 모습인 한라산 설문대할망,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다섯 개의 도심공원, 서복공원 절벽에서 스러진 4.3 희생자들, 그리고 2020년이면 50주기를 맞는 서귀포판 세월호 ‘남영호 사건’까지….

이 책은 서귀포를 그저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추천할 만 하다. 

현무암에 대한 내 높아진 자부심과 뒤늦은 사랑을 공고하게 만든 건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지 몇 년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건축가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잡는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중략)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이 내 귀를 번쩍 트이게 했다. “이 놀라운 성취가 가능했던 게 가우디의 천재성과 더불어 그의 재능을 아낀 이 도시의 유력자 구엘이 그의 대담한 시도를 재정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한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 가우디조차도 현장에서 시도하지 못한 소재가 있었답니다. 그건 다름 아닌 화산석인 현무암입니다.” 아, 현무암이라면 내가 나고 자란 서귀포 바닷가에 지천으로 널린 그 까만 돌들 아닌가. 가우디가 그 돌들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최고의 건축 소재로 여기고 그토록 쓰고 싶어 했다니. 아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도에는 그런 돌들이 널려 있다고요. 발에 차일 정도로요” 외치고 싶은 걸 애써 누르느라 혼이 났다. 현무암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새삼 몽골몽골 피어올랐다.
- <검은 돌을 나는 사랑했네> 중에서 

항구에는 그날의 아픔을 기리는 위령탑도 찾을 길 없다. 엉뚱하게도 남영호 위령탑은 그 바닷가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정방폭포 주차장 근처 산책로 한켠에 서 있다. 원래 항구에 세워졌던 위령탑은 항만 확장 때문에 바다와는 한참 동떨어진 중산간 자락으로 옮겨졌다가 그나마 유족들의 끈질긴 항의에 멀리서나마 바다가 보이는 곳에 다시 세워진 것이다. (중략) 2020년 사고 50년을 기해서 서귀포항에 남영호 추모비가 되돌아오기를. 그리하여 그 아름다운 서귀포항에서 어떤 죽음과 이별이 있었는지 기억하게 되기를. 
- <시린 눈물이 절절 고이는 서귀포항 > 중에서

출판사는 “서귀포에서 나고 자랐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다가 돌아온 뒤 서귀포에 대해 보고 듣고 알게 된 이야기를, 서귀포를 걸으면서 스스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인생의 길을 찾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길이란 무엇인지, 길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서명숙은 저자 서명숙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기고가로 일하다 1983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시사저널>과 <오마이뉴스> 편집장 등을 역임하며 23년간 언론계에 있다가, 2007년 제주로 돌아와 올레길을 만들었다. 

(사)제주올레 이사장, 아시아트레일즈네트워크(ATN) 의장, 월드트레일즈네트워크(WTN) 국제명예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올레여행》,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흡연 여성 잔혹사》, 《식탐》,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영초언니》 등이 있다.

마음의숲, 32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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