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내우외환’ 흔들리는 조직...후임자 공모, 결국은 또 낙하산?

왼쪽부터 차우진, 이성구, 김태익 에너지공사 사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왼쪽부터 차우진, 이성구, 김태익 전 에너지공사 사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공모는 널리 인재를 구하는 일이다. 내, 외부를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인사를 발탁하기 위함이다. 인사권자와의 친분은 중요치 않다. 본뜻이 그렇다는 얘기다. 

맥락은 다르지만, 당쟁이 심했던 조선 후기 탕평책도 출신에 관계없이 ‘글 잘하는 사람’을 등용하기 위한 정책이란 점에서 오늘날의 공모와 닮은 구석이 있다. 

언제부턴가 제주도정이 산하 기관장을 물색할 때 공모는 빠지지 않는 절차가 되었다. 

그러나 매번 공모의 본뜻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자리에 걸맞는 역량과 자질 보다는 측근이냐 아니냐는게 더 중시됐다.  

최종 합격자가 미리 정해져 있다는, 사전 내정설도 끊이지 않았다. 언론의 예상이 거의 적중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무늬만 공모’라는 비판이 늘 따라붙었다. 능력이나 경력만 믿고 도전했다가는 바보 취급 당하기 십상이었다. 

이런 점에서 도내 기관장 공모는 낙하산 인사와 맥이 닿아있다. 어쩌면 공모는 낙하산으로 가는 통로였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했다.  

낙하산 인사는 여러 면에서 부적합한 인물이 권력의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다. 여기에 전문성, 경력, 리더십 등이 끼어들 여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낙하산 인사가 국민의 재산을 훼손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국가의 미래를 망치게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여길지 모르나, 우리 사회의 토대를 허문다는 측면에서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여기서 ‘국민’을 ‘제주도민’으로, ‘국가’를 ‘제주도’로 바꾸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 결국 낙하산 인사로 피해를 보는 건 제주도민이다.

보완책으로 나온 인사청문회도 시빗거리다. 툭하면 실효성 논란이 벌어진다.   

2014년 9월,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이른바 ‘빅5’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방침을 밝혔을 때만 해도 기대는 컸었다. 굳이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빅5는 개발공사, 에너지공사, 관광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연구원을 일컫는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통과 의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의회는 많은 문제를 지적해놓고 어물쩍 넘어가거나 두루뭉수리 결론을 내기 일쑤였다. 어떤 경우에도 도지사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고로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출범 만 7년을 넘긴 제주에너지공사가 최근 내우외환을 겪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장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현재 제주에너지공사는 사장의 중도하차, 조직 내부 갈등, 사업부진 등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리더십의 실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뭔 약점을 잡혔는지 사장이 조직을 틀어쥐지 못하고 특정 인사에 의해 조직 자체가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인사는 사실상 사장 위에 군림할 정도로 하극상이 극에 달했다는 주장도 있다. 

풍력자원의 공공자원화와 신재생에너지 체계적 개발, 도민이익 극대화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 느낌이다. 3년 연속 양호하다고 나온 행정안전부의 경영평가 결과를 내세워 억울해할지 모르지만, 저간의 사정을 알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간 공사가 거둔 당기순이익은 출범 이후 제주도가 현물출자한 풍력발전설비에 기반한다. 이 설비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이익을 내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CEO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공사는 4년 전 후보지를 공모한 한동·평대 해상풍력사업을 공공 주도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다시 제주도로부터 600억원이 넘는 토지를 현물출자받았다. 번번이 제주도의 손을 빌리는 셈이다. 

공사 사장의 중도하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근민 전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1대 차우진 사장은 2년1개월(임기 3년)만에 물러났다. 2대 이성구 사장도 재임기간이 2년1개월에 불과했다. 1기 원희룡 도정(민선 6기) 인수위원장을 지낸 신구범 전 지사 사람으로 통한다. 경영평가 꼴찌가 치명타가 됐다. 

3대 김태익 사장은 임기 만료 6개월여를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취임 당시 그의 친동생은 원 지사 비서실장이었다. 

고위 공직자 출신의 1, 2대 사장과 달리 김 사장은 한전 출신으로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 엔지니어로서 능력은 있을지 몰라도 리더십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인사청문회 당시 평가가 오버랩된다.  

이 사장 역시 인사청문에서 소위 ‘비리 3종세트’ 의혹에 시달리는 등 가장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끝에 사장 자리에 올랐으나 불명예 퇴진을 피하지 못했다. 차 사장 시절에는 인사청문 절차 자체가 없었다.  

당초 후임자 임명 때까지 사표 수리를 보류하겠다던 제주도는 지난 21일 서둘러 김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는 제4대 사장 공모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공모의 본뜻을 살릴 수 있을까. 또 낙하산 인사가 현실이 될까봐 이제는 인사를 예상해보는 것조차 겁이 난다. <논설주간/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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