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3) 청년들이 말하는 공정은 요구 아닌 ‘비명’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이라는 화두가 우리 시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광화문과 서초동 어디에도 '청년'은 없었다. 

‘공정’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 입시 논란 등을 거치고, 정부가 대입 과정에서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는 말 그대로 공정 논쟁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지금의 공정 논쟁이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든 진영에서 ‘청년팔이’가 펼쳐지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언젠가부터 청년은 공정에 예민한 세대가 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 입시 논란을 둘러싼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 모두 우리 쪽에 청년들이 더 많이 왔다며 경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한 언론이 서울시 생활 인구 통계를 활용해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의 참가 연령대 구성비를 확인한 결과, 20대 비율은 광화문 0.9%, 서초동 5.7%에 그쳤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광화문과 서초동 모두 청년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를 들여다보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또한 공평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라고 명시 되어있다. 공정과 공평의 관계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공정은 공평과는 달리 옳고 그름에 관한 관념 즉 윤리적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윤리적 판단은 명확한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시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합의’된 가치라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공정은 윤리적 판단과 합의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논쟁만이 있고, 그 논쟁으로 여론이 흔들리면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들이 흔들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또한 지금의 공정 논쟁은 주로 개인의 경쟁과정에만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야기한 ‘공정 경제’라거나 ‘공정거래위원회’보다도 개인들의 공정한 경쟁을 의미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따라 기업이 어떻게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만들 것인가’보다 개인이 사회경제적 자원을 두고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만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지금의 청년세대는 시험 이외의 방식으로 배분을 하는 것은 경험해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청소년 시절엔 대학 입시로, 대학시절엔 스펙쌓기와 취업경쟁으로 끊임없이 경쟁해 왔다. 심지어 ‘취업을 하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거야’라는 기대는 낮은 임금과 비정규직 등의 문제로 무너졌다. 끊임없이 경쟁이었다. 

우리 사회 구조가 점점 불평등이 강화되는 상황이 청년들을 이렇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사회는 스스로를 탓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반응하는 공정은 ‘그럴 바에는 모두가 똑같이 경쟁하는 것이, 힘든 것이 차라리 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공정은 요구라기보다는 비명에 더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사회는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요구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닌, ‘도대체 저 요구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지’ 함께 듣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찾아야 한다. 

그저 대입과정에서 정시를 높이는 것이 아닌 사람의 개성과 재능을 묵살하는 사회구조를 살아간 청년들에게 어떻게 교육이 바뀌가야 할지, 개혁해 나가야할지 함께 논의하고 합의해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강보배는?

만 28세.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소년교육, 청년정책, 사회적경제,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제주'를 꿈꾸며 활동해왔다.

지금은 노마드처럼 전국을 다니며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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