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귀포문학공모전 시 부문 수상자 박미라(왼쪽), 소설 부문 수상자 이준호. 제공=서귀포예총. ⓒ제주의소리
올해 서귀포문학공모전 시 부문 당선자 박미라(왼쪽), 소설 부문 당선자 이준호. 제공=서귀포예총. ⓒ제주의소리

(사)한국예총 서귀포지회(회장 윤봉택)는 올해 제3회 서귀포문학작품 전국 공모전에서 박미라, 이준호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시 부문은 박미라(68, 충남)의 ‘당신이라는 서쪽’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시조 부문에서는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김미영(59, 제주시)의 ‘억새의 노래’가 선정됐다. 

김영남, 변종태, 오승철 심사위원은 시 당선작에 대해 “서귀포를 단순한 소재로 머물게 하지 않고 시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호평했다. 시조 가작은 “고근산의 공간적 배경이 용해되지 못했지만, 마지막 3수 끝에 ‘묻지 못해 떠도는 말’로 이어지는 연결묘사가 훌륭해 가작으로 뽑았다”고 평했다.

소설 부문은 고시홍, 한림화 작가가 심사를 맡아 이준호(54, 전북)의 ‘나는 야스쿠니에 있다’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들은 “소설 자체가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로 울림을 자극하면서, 구조의 연결고리와 행간에 숨겨진 화두가 복선으로 교차한다. 현재 시점인 ‘도입, 결말’ 부분은 판타지 소설 기법을 변용한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수필 부문은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김회권(61, 광주광역시)의 ‘서귀포 산방산에 들어’가 선정됐다. 김가영, 허상문 심사위원은 “산방산의 자연풍광을 통해 나름의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을 보이고 있으나, 분명한 주제 의식이 작품에 녹아있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가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시, 소설 당선작은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연말 TV영상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11월 말 서귀포시청 문화강좌실에서 가진다.

올해는 시·시조, 소설, 수필로 나눠 전국 공모를 진행했다. 시·시조 790편, 소설 47편, 수필 90편 등 총 927편이 들어왔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신청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본심은 25~26일 진행했다.

당선자에게는 각각 6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가작은 150만원과 상패를 받는다. 수상작은 모음집으로 모아 발간한다.

한편, 제1회 서귀포문학작품 당선작 수상자는 이종근(시)·김태선(소설), 제2회는 김효선(시)·권행백(소설)·조중연(시나리오)이 선정됐다. 1회 때는 동화, 2회 때는 시나리오 부문을 신설했으나 이번 3회는 추가로 넣지 않았다.

다음은 박미라 씨의 당선작 전문.

당신이라는 서쪽
박미라

대정현* 어디쯤에 눌러 살고 싶다
적당히 허물어진 돌담 안쪽에
점잖게 늙어가는 옛집이 계시다면 정성으로 모실 테지만
몸이 없는 것들이 오시는 모습을 알 수 없으니
담장을 다시 쌓거나 쓸고 닦지는 않겠다

당신이라는 서쪽을 향하여
큰 창을 두고
창밖에 먼나무**를 심겠다

울안이거나 삽짝 밖이거나
어디에 두어도 먼나무는 먼나무여서
먼나무 먼나무 부르다가 먼그대라고 잘못 부르면
하늘이 먼저 알아듣고
이호테우 해변보다 더 붉은 저녁을 펼칠지도 모른다

무너진 담장 사이로 바람이 다녀가시면서
선인장 꽃씨 하나 떨군다면
세상에는 없는 선인장꽃 문패를 내걸 수 있겠다
노란꽃 문패 달빛보다 환한 밤이면
불현듯 다녀가실 것을 믿는다

먼나무가 제주에 살기 시작한 것은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염려하는
당신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전설처럼 듣는다

*추사 유배지
**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감탕나무과의 상록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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