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초지의 다양한 활용을 위한 사료작물 모색 및 연구' 학술용역 심의 통과

제주시내 모 초지에서 불법 경작되고 잇는 농작물.
제주시내 모 초지가 불법으로 전용돼 농작물이 경작되고 있는 모습.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에 전용되는 제주의 초지가 수십만평에 달하면서 초지 보존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시가 초지의 경관자원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제주시가 제출한 ‘초지의 다양한 활용을 위한 사료작물 모색 및 연구’안이 최근 제주도 학술용역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현행 초지법을 위반하지 않은 식물을 심어 경관 자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초지는 목초를 재배하는 토지와 진입도로, 축사 등 부대시설을 포함한 토지다. 초지법에 따라 초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할 수 없으며, 화훼 등도 가꾸면 안된다. 초지에서 농작물을 불법 경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는 과잉생산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의 초지는 총 1만6033ha로, 우리나라 전체 초지의 약 48%를 보유한다. 제주시에만 8884ha의 초지가 있다.
 
초지법상 불법 전용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할 수 있지만, 원상복구에 대한 규정이 없어 법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장 부지에 제주의 초지 수십만평이 전용돼 쓰이고 있다.
 
제주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68필지 177ha의 초지 관리를 해제해 달라는 민원이 집중되고 있다. 이중 13필지 62ha는 해제 불가 처리됐으며, 55필지 115ha는 해제됐다. 초지 관리 해제된 55필지는 관리가 되지 않아 사실상 초지로서 기능을 잃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특히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의 초지 임대가 잦아지고 있다. 초지의 경우 목장용으로 임대해 줄 때 1평(3.3제곱미터)당 약 500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하지만,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1평당 약 10만원의 임대료로 토지주를 유혹하고 있다.
 
친환경 전력 생산시설이지만,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선 토지는 사실상 초지로서 기능을 잃게 된다. 제주 초지 소유주 중에 태양광발전 시설 관련업체 관계자를 안 만나본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고의적으로 초지를 훼손해 지목을 변경하려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행정은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할 초지이지만, 활용성이 극히 제한적이라 초지 활용성을 높이면 관련 민원 일부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학술 용역을 통해 초식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으면서 제주의 자연 경관을 유지할 수 있는 식물 찾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 등에서 초지를 경관식물로 조성한 사례들이 모토다.
 
일본 한 국립공원의 모습. 제주시는 현행 초지법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사진처럼 초지의 경관자원화를 위한 식물을 발굴, 초지 소유주가 초지를 보존하면서 경관자원화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이 '경관자원화'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하게 도입될 경우 제주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시는 매년 약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초지에 심을 종자를 지원하고 있다. 수단그라스나 이탈리안라이그라스, 호밀, 옥수수, 보리 등 수입품종이며, 옥수수와 보리 등은 사람이 먹지 않는 가축용이다.
 
제주시는 외래품종보다는 토종식물을, 꽃을 피우거나 다양한 색을 갖고 있는 식물의 종자를 이번 용역을 통해 발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초지를 자연경관화하면 인근 토지 개발이나 도로 개설 등으로 또 다른 개발행위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전문가 A씨는 “경관자원화되면 찾는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져 주변에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되고, 자연히 토지개발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초지를 보존하면서 주변 난개발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초지 활용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지 관리를 해제해 달라는 민원이 잦아지고 있다. 민원이 많은 만큼 초지 훼손 사례 등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초지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꽃을 피우는 등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식물을 초지에 심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초식동물의 먹이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제주의 목축문화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초지 경관자원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초지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초지 소유주들은 초지를 갖고 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 이번 용역의 핵심으로 풀이된다. 
 
다만, 제주 초지의 모습을 잃게 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무분별한 외래종 도입은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어떻게 반영될 지 용역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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