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제주 화북 금산마을 1개월 가까이 곳곳 계속 침수...용천수 추정 '대책 시급'

마을내 도로가 계속 솟아나는 물로 침수되면서 화북포구 인근 마을길이 물바다로 변해 버렸다.  

제주시 화북동 금산마을이 때 아닌 물난리를 겪고 있다. 마을기 곳곳에서 용천수로 추정되는 물이 솟아나면서 인근 도로는 물론 주택 마당까지 침수가 계속되고 있다.

가을볕이 내리쬐는 30일 오후 제주시 화북포구 인근 4층 다세대 주택. 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바닥에서부터 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물이 흘러나오는 마을은 화북마을에서 속칭 '중부락'이나 '큰짓물'로 불린다.
 
독자제보로 [제주의소리]가 현장을 찾아 침수된 곳을 자세히보니 이끼까지 껴 있었다. 물이 꽤 오랜 기간 동안 솟아났다는 추정이 가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물은 지난 9월 말부터 계속 솟아났다. 마을 곳곳을 물바다로 만든 물은 소금기가 없는 민물로, 상수도보다 더 차가워 지하수인 해안 용천수로 추정되고 있다.
 
솟아나는 물이 멈추지 않으면서 도로까지 침수됐다. 제주올레 18코스의 일부이기도 한 이 구간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행여 신발이 젖을까 조심조심 걷는 모습도 보였다. 몇몇은 “어디서 상수도가 터졌나보네”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계속 솟아나는 물로 인해 물바다로 변해버린 마을 도로.
화북포구 인근 마을이 때 아닌 물난리를 겪고 있다.

물이 솟아나는 지역은 다세대주택뿐만 아니었다. 인근 단독주택 부지에서도 물이 솟아나면서 잔디가 자란 마당은 온통 연못으로 변해버렸다. 이웃한 옆집 마당에서도 물은 계속 솟아났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큰짓물’이라는 이름처럼 마을 곳곳에 물이 솟아나는 ‘물통’이 있었다. 물통은 제주에서 용천수가 솟아나는 지역으로 제주의 생명수다.
 
계속 이어진 가을장마와 태풍 등으로 지하수 수위가 높아지면서 용천수가 지반이 약한 곳으로 새어나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원이 계속돼 현장을 찾은 강성의(화북동,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원은 “최근 물이 계속 솟아난다는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용천수로 추정되는데, 물길을 조속히 정비하는 등 단기적,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세대 주택 인근 집 마당에서도 물이 계속 솟아나고 있다.
잔디가 깔려 있던 집마당이 솟아나는 물로 거대한 연못처럼 변했다.

40년 넘게 큰짓물에 거주한 A씨에 따르면 몇 년 전 마을에 마지막 남은 ‘물통’인 중부락물을 매립했다. 중부락물은 올해 3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개최한 ‘제주도 용천수 보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용천수 매립·훼손 사례로 꼽힌 장소다.

A씨는 “중부락물이 있었는데, 몇 년째 용천수가 거의 솟아나지 않고 물이 고이면서 썩어갔다. 악취 등이 심해 민원이 많아져 매립된 것으로 기억한다”며 “중부락물을 매립한 뒤에 태풍이 오거나 하면 2~3일 정도 물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솟아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용천수가 바다로 흘러갈 수 있도록 집수구 정비 방안을 고려중이다. 용천수의 물길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겠다는 구상이다. 
 
화북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상하수 부서 및 건설 부서 등과 협의해 당장 용천수로 인한 침수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중이다. 또 장기적으로 같은 현상이 반복하지 않도록 집수구를 정비해 물길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SUV차량이 주차된 곳이 중부락물이 있던 자리다.
4층 규모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3곳 정도에서 물이 계속 솟아나고 있다.
가을볕이 내리쬐는 오후지만, 큰짓물 도로는 침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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