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신성욱 대표,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주시 아닌 응시"

 

“엄마의 품속이 모든 인류의 고향입니다. 그 자체로 고귀하고 위대한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품을 허락하십시오. 아이들을 품에 안고 바라봐주세요. 아이와 눈을 맞추는 게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이 응시가 없으면 나머지는 모두 물거품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2019 부모아카데미’의 일환인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한 우리 가족 책으로 말해요’ 프로그램 일곱 번째 강의가 30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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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2019 부모아카데미' 일곱 번째 강의를 펼친 신성욱 신미디어랩 대표. ⓒ제주의소리

신성욱 신미디어랩 대표가 ‘뇌 과학이 알려 준 새로운 생각-읽기, 이야기와 뇌 발달’을 주제로, 뇌 과학적 측면으로 바라 본 바람직한 독서교육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 대표는 “아이들의 경우,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미숙하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는 만6세도 ‘띨띨이’ 투성이다. 젓가락질도 12살은 넘어야 잘한다. 뇌와 몸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전부 연결돼 있다. 하지만 미숙한 신체능력과 별개로 시중에선 지능 개발, 독서 교육, 두뇌 발달 등 아이들의 뇌를 빠르게 학습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능 개발 등 뇌 발달 교육을 받은 아이들 중 일부는 묘기를 부린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내거나, 지하철 노선도 달달 외운다. 그런 아이들을 대개 신동, 영재라 말하지만 그 아이 중 상당수는 뇌가 아프다. 자폐의 한 증상인 하이퍼렉시아(과잉언어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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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2019 부모아카데미' 일곱 번째 강의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영재인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왜 자폐증도 아닌데 자폐 증상을 보이게 되는 걸까?

신 대표는 "미국 경제 신문사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한국의 백만장자 교사가 등장했다. 경제 부문에서 한국의 교육 특집을 다뤘다는 건 한국에선 교육이, 교육이 아닌 비즈니스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은 아주 짧은 시간에 교육을 완벽하게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뱃속에 아이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뭘 사서 안겨줘야' 아이가 똘똘해질까를 고민한다. 교육은 소비 행위가 됐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들어갈 때도 비교견적을 내고 어떻게 하면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상품을 선택할지 결정한다"고 했다.

그의 발표 자료에 일명 '사도세자 책상'이라고 불리는, 나무로 만든 1인용 밀폐형 독서실 사진이 떠올랐다. 학습효과를 높인다고 하지만 폐쇄적인 느낌이 드는 '공부 상자' 모양이다. 뇌 과학자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앉아서 크는 아이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명 ‘고립된 아이들(Isolated Kids)’라 불리는 아이들이다. 2007년 28명의 희생자를 만들었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 또한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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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제주벤처마루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일곱 번째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 ⓒ제주의소리

신 대표는 “고립된 아이들의 공통점은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놀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크고 복잡한 뇌를 갖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사회성을 기르는 놀이 행동”이라고 전했다.

신 대표는 “아이들은 온몸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을 느끼고 대화도 한다. 민들레, 하늘, 별과 말을 한다. 아이들은 왜 풀을 맛보고, 단풍잎 위에서 구르고 할까. 모든 감각을 다 써야 느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온 감각을 동원해 나만의 느낌을 갖는 것, 그게 바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 책 읽기”라고 강조했다.

또 부모의 역할에 대해 주시하는 것이 아닌 아이를 ‘응시’하는 것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신 대표는 “인간은 바라보는 존재”라며 “깊고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의 눈을 아이들은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한다. 응시는 아이의 뇌를 작품으로 만들지만 외면과 무시하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를 지옥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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