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14. 산업재해 보상 있지만 현실 문턱 높아

무언가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항상 바라는 소원이 있다. ‘나와 주변의 사람 모두 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물질적인 것이나 다른 것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꼭 나이 탓만은 아니리라.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가족돌봄 휴직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가족의 질병·사고·노령으로 인하여 가족을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노동자의 경력 단절이 많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가족돌봄 휴직은 1개월 이상 단위로 쓸 수 있고 연간 9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사업주의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사업주는 사업에 큰 지장이 없는 한 가족돌봄 휴직을 부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휴직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할 수도 있다. 2020년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가족의 범위에 조부모까지 확대하고 연간 10일의 가족돌봄 휴가 제도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되고 있다.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아픈 경우에는 가족돌봄 휴직을 쓰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아플 때는 어떨까?

먼저 일하다가 아픈 경우에는 관련 법규에 따라 산업재해 보상을 받으면 된다. 치료를 위한 휴업 기간 중의 병원비와 급여의 일부가 지급된다. 이 기간 동안 노동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해고가 불가능한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장기간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상병이거나 장애가 남아 기존의 업무를 진행할 수 없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일정 절차에 의해 근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질병이 모두 산업 재해에 해당되고 있진 않다. 또한 업무상의 원인으로 얻게 된 질환이더라도 인과 관계가 증명되지 않으면 개인적인 질환이 되어버린다. 그 밖에 생활상 위험 요소에 의해 안전이 위협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회복이 불가능한 질환을 얻을 수도 있지만 독감을 비롯하여 단순 골절 등 비교적 단시간의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환도 있는 등 다양한 경우가 발생한다. 

출처=오마이뉴스.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아픈 경우에는 가족돌봄 휴직을 쓰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아플 때는 어떨까? /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업무 이외 질환으로 인하여 회사를 쉬어야 하게 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서는 어떠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현재의 법상에는 보호 조항이 없다. 

업무 이외 질환으로 인하여 병가를 쓰는 경우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는 바가 없기 때문에 취업 규칙이나 단체 협약으로 지정되어 있다. 올해 상반기 한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전체의 7.3%에 불과하며, 유급이던 무급이던 병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57.8%)이었다고 한다. 

공무원이거나 취업 규칙이나 단체 협약에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는 경우 연차를 몰아쉬도록 하게하면 그나마 사업주가 호의를 베푸는 경우다.   

우리 상담소로 상담을 하는 사례 중에도 개인적인 질병으로 인해서 휴가를 쓰지 못해 회사에서 잘렸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급여 상담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개인 상병으로 인해 출근하지 못한 기간을 결근으로 처리해서 해고 혹은 권고사직을 하는가 하면, 노동자에게 사직서를 강제로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에서는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근거 조항은 마련되어 있고 그 상병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지만, 본인의 개인 상병을 돌보기 위한 제도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미루거나 참는다. 충분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간단한 치료를 받으면서 완치될 수 질병이 재발할 수 있다. 완치 후 돌아갈 일터를 보장하면서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가족은 돌봐도 나는 돌볼 수 없는 노동법. 하루 빨리 개정이 필요하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2019. 10. 1.] [법률 제16558호, 2019. 8. 27. 일부개정]

제22조의2(근로자의 가족 돌봄 등을 위한 지원)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부모, 배우자, 자녀 또는 배우자의 부모(이하 "가족"이라 한다)의 질병, 사고, 노령으로 인하여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직(이하 "가족돌봄휴직"이라 한다)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경우,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2. 2. 1.>
② 제1항 단서에 따라 사업주가 가족돌봄휴직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신설 2012. 2. 1.>
1.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2. 연장근로의 제한
3.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의 조정
4. 그 밖에 사업장 사정에 맞는 지원조치
③ 가족돌봄휴직 기간은 연간 최장 90일로 하며, 이를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나누어 사용하는 1회의 기간은 30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신설 2012. 2. 1.>
④ 사업주는 가족돌봄휴직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2. 2. 1.>
⑤ 가족돌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6호에 따른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는 제외한다.  <신설 2012. 2. 1.>
⑥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가 건전하게 직장과 가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2. 2. 1.>
⑦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고용 효과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개정 2010. 6. 4., 2012. 2. 1.>
⑧ 가족돌봄휴직의 신청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신설 2012. 2. 1.>
[본조신설 2007. 12. 21.]
[시행일: 2013. 2. 2.] 제22조의2의 개정규정중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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