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7회 임시회 폐회사…“10년 전 강정 해군기지 반면교사 삼아야”

제주 제2공항 갈등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됐던 제주도의회의 ‘도민 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상원 격인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심사보류’ 된 가운데 김태석 제주도의회 장이 “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공론화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김태석 의장은 31일 오후에 열린 제37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폐회사를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 정책은 중앙정부가 결정한 대로 따를 것인가, 아니면 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다시 한번의 기회를 가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먼저 “제주도가 어느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한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발언부터 소개했다. 이 발언은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 필요성을 강조한 정동영 의원의 질문에 따른 답변이다.

결정할 제주도는 바로 위대한 제주도민들"이라고 강조했다.

31일 열린 제37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끝난 뒤 폐회사를 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31일 열린 제37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끝난 뒤 폐회사를 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김 의장은 “(원희룡) 지사께서는 취임사에서 ‘도민이 도정의 주인입니다. 도정의 목적도 도민입니다. 도정의 힘도 도민입니다’라고 말했다”면서 “그렇다면 지금 도지사로서 본분을 다하고 계신지 묻고 싶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위대한 도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고 보지는 않느냐. 모아진 도민의 뜻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하고, 수용을 강력히 요청해야지 않겠느냐”고 압박했다.

김 의장은 또 “어제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을 지난 7월부터 제시했지만 묵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전문가가 수립한 계획이 또 다른 전문가에 의해 그 부실성이 입증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제2공항을 둘러싼 정치적, 정책적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30년 숙원사업’이라는 전제 하에 지금의 제주도민의 뜻이 30년 전과 똑같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사께서 정책 추진주체를 운운하며 절대 불가하다는 공론화는 제주도민의 ‘공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며 “지사께서 말한 대로 제주의 30년 숙원사업이자 제2공항 입지선정에 중대한 하자가 없는 것이 확인된다면,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공론은 제2공항 건설 추진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보시킬 것”이라고 거듭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공론으로 제2공항 추진 여부를 결정짓는다면 찬성과 반대가 모두 승복하는 민주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독일 등 외국에서 대형 사회기반시설(SOC)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도입한 결과, 시간․비용이 줄어든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제주사회를 찬-반으로 쪼개고, 마을공동체가 파괴된 강정 해군기지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도 촉구했다.

김 의장은 “우리 제주에서만 도민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보상으로 타협해 갈등을 무마하고자 하는 미봉책의 정책 결정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진정 통탄할 일”이라며 “10년 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 의장은 “제2공항 건설 기본계획이 고시된다고 반대운동이 멈춰지는 것이 아니다. 10년이 넘는 갈등과 공동체 파괴가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망각의 사회가 돼야 하겠느냐”고 강정 해군기지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건설 정책은 중앙정부가 결정한 대로 따를 것인가, 아니면 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다시 한번의 기회를 가질 것인가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있게 하고 있다”며 도민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의회운영위원회에서의 ‘도민공론화 지원 특위 구성 결의안’이 심의 보류된 것을 의식한 듯 “의장을 비롯한 의원 모두가 ‘결정’에서 오는 정치적 책임을 올바르게 져야 하지 않겠느냐. 의회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도민의 뜻이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어렵겠지만 계속해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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