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예산 편성 관계없이 수당 지급하라”...‘병급’건은 불가 판단 ‘546명 일부액 반환해야’

대법원이 실제 근무한 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10년간 끌어온 제주도 소방공무원의 130억원대 수당금 소송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다만 휴일근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중복 지급(병급)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미 지출된 수당을 대규모로 다시 환수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제주도 소방공무원이 A씨 등 36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수당금 소송에서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 제주부로 돌려보냈다.

소방공무원들의 수당금 청구소송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이 대구시를 상대로 한 초과근무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불씨가 됐다.

초과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제주를 포함한 전국 소방공무원들이 소송전에 뛰어 들었다. 제주에서는 2009년 12월2일 36명의 소방공무원이 직접 소송에 나섰다.

소방공무원들은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상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도 매월 최대 360시간을 근무하고도 예산상의 이유로 월 40여 시간의 초과근무 수당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2년에 걸친 소송전에 끝에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신숙희 부장판사)는 2011년 5월12일 제주도가 2007년부터 3년간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 했다.

당시 재판부는 “예산에 편성된 범위와 관계없이 피고는 원고들에게 실제 초과근무 한 시간만큼의 미지급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방공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2월 항소심 선고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는 ‘주말 및 공휴일 휴일근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병급 인정’ 부분만은 받아들 일수 없다며 광주고법에 상고장을 접수했다.

현행 행정안전부 예규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에는 시간외 근무수당과 휴일 근무수당을 함께 지급할 수 없다는 ‘병급 금지’ 규정이 있다.

그사이 제주도는 패소 확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2012년 12월30일자로 소송에 나선 소방공무원 36명에게 12억원 상당의 수당을 지급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소방공무원에 협약서를 작성해 2013년 12월30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수당금을 나눠서 지급했다. 2년에 걸쳐 지급한 금액만 546명에 130억원을 훌쩍 넘겼다.

항소심 이후 6년 만에 열린 대법원 선고에서 재판부는 “예산 편성 범위와 관계없이 실제 초과근무 한 시간에 해당하는 정당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확정 판결했다.

다만, 휴일근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병급 건은 제주도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이 수당규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초과근무수당 중 병급 건은 광주고법에서 원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방공무원들은 이미 받은 일부 수당을 다시 반납해야 한다.

환수 대상이 500여명에 이르고 일부는 퇴직하거나 고인 된 경우도 있어 제주도는 환수 방식과 금액 산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파기환송 확정 판결시 일부 수당 환수가 불가피하다”며 “개인별 금액과 기간이 천차만별이어서 관련 자료를 모두 확인해 후속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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