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비상도민회의, 17일째 단식 청년 응급실행 성명 발표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17일째 단식농성 중 응급실에 후송된 제주 청년 노민규씨.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17일째 단식농성 중 응급실에 후송된 제주 청년 노민규씨.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 제2공항에 반대하며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17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제주 청년 노민규씨가 건강 악화로 인해 응급실로 후송된 가운데,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4일 성명을 내고 "목숨을 건 도민들의 단식에도 대답 없는 정치권은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도 적정하지 않다고 검토의견을 낸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노민규씨가 환경부 장관 면담 등을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도 제2공항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 것에 대한 환경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단식인 셈이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거리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노민규씨는 10월 10일 보낸 환경부장관 면담요청서에 대해 '10월 16일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을 경우 단식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환경부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10월 18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2차례의 환경부장관 면담 요청서를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강조했다.

비상도민회의는 "결국 노민규씨의 목숨을 건 환경부 앞에서의 17일 단식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쳤고 환경부 장관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며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장관이며 나름대로 진보개혁적인 학자로 대중적인 신뢰를 받던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깊은 절망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또 "한 술 더 떠 환경부는 KEI에서 제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견서를 반영하지 않고 국토부에 형식적인 보완의견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마땅히 '부동의' 결정을 해야 할 부실·거짓 평가서에 대해 보완 요구에 그친 점은 환경부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환경부가 국토부의 하청기관이 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상도민회의는 "노민규씨의 단식에 이어 비상도민회의 박찬식 공동상황실장도 10월 31일,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 오늘로 5일차를 맞고 있다"며 "언제까지 목숨 건 이 상황을 환경부는 지켜만 볼 것인가. 무소불위 국토부의 질주를 막고 국토를 지켜내려면 이제 환경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부동의하고, 국회 예결위는 제2공항 기본설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 국토부는 존립근거가 사라진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중단하라"고 각각 촉구했다.

한편, 노민규씨는 지난달 17일부터 환경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를 촉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벌여오다가 단식 17일차를 맞은 지난 3일 새벽 혈당 수치가 60mg/dL 이하로 떨어지면서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정상인이 공복을 느낄 때 혈당 수치는 평균 100mg/dL이다.

노씨는 병원으로 후송되기 전 남긴 글을 통해 "단식 기간 환경부장관에게 면담요청서를 3번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 환경부 내부 방침에도 (환경부는)제주 지역 현안에 대한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가. 국토교통부가 향후 어떤 보고서를 제출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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