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여행 청년예술가’ 제주 유일 선정 ‘연극공동체 다움’...“기획부터 공연까지 소중한 경험” 

제주에서 활동하는 청년 연극인들이 도내 초등학교와 도서관 곳곳을 누비며 아이들을 만났다. 정부가 올해 처음 진행한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의 유일한 제주 팀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 1일 제주시 애월읍 구엄초등학교에는 색다른 공연이 펼쳐졌다. 200명 조금 넘는 전교생들이 모인 다목적실은 연극, 뮤지컬, 랩, 판소리, 춤, 발레 등 다채로운 예술이 어우러진 무대로 탈바꿈했다. 젊은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동작에 학생들은 깔깔대며 웃다가, 자유롭게 꿈꾸고 싶다는 노래 가사에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집중했다.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배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의 표정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올해 1월 창단한 제주 극단 ‘연극공동체 다움’이다. 이들은 지난 8월 22일부터 11월 3일까지 제주 곳곳을 다니면서 창작 연극 ‘책 요정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공연했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외도지역아동센터, 저청초등학교, 광양초등학교, 우도초등학교, 삼도동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교육협동조합 이음, 제주북초등학교, 한수풀도서관, 어도초등학교, 선흘1리 새마을문고, 수산초등학교, 구엄초등학교 등 14곳에서 아이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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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다목적실에 입장하는 구엄초등학교 학생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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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동체 다움의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구엄초 전교생이 다목적실에 모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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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동체 다움의 작품 '책 요정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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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집중하는 구엄초 학생들. ⓒ제주의소리

공연 작품은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줄거리에,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관심을 이끄는 구성으로 채웠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게임에 빠진 아이가 어느 날 책장 속 책 요정과 만난다. 아이는 ‘토끼와 거북이’,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동화 이야기의 일부분이 되면서, 익숙하고 지루한 동화는 흥미롭게 바뀐다. 

책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한 옛 동화의 변신은 충분히 익숙한 소재다. 다만, 연극공동체 다움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몸짓에서부터 발랄하면서 때로는 호소력 짙은 뮤지컬 노래 연기, 토끼의 랩과 거북이의 판소리 장단, 해파리를 연상케 하는 우산 소품, 배우들의 군무와 미운 오리 새끼를 맞이하는 백조들의 발레 연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채웠다. 성인과 달리 무대 집중력이 높지 않은 아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는 고심이 느껴졌다.

여기에 저학년 학생들이 반길 만한 직관적인 볼거리와 고학년 학생들에게 전해질 메시지를 적절하게 나눠 어느 정도 고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가축처럼 갇혀 살고 싶지 않은 어린 오리의 절규와 자유를 향한 호소는 ‘알 것 다 아는’ 나이인 고학년 관객에게 충분히 전해진 듯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구엄초 6학년 강준서 군은 “책 속에서 읽은 내용을 무대에서 직접 보니 느낌이 생생하고, 배우들이 노래로 표현해서 더욱 와 닿았다. 보는 내내 즐거웠다”면서 “미운 오리 새끼가 ‘나는 자유야!’라고 외칠 때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강 군은 “학교나 동네(애월읍)에서 뮤지컬 무대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답했다.

연극공동체 다움은 다목적실에서의 연극 ‘책 요정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앞서, 다른 두 가지 체험 수업도 병행했다. 학생들이 그림자 인형을 제작하고 이야기까지 만들어 짧게 공연해보는 ‘벽장 속 작은 극장’, 판소리 수궁가를 배워보고 대사를 랩으로 다시 풀어보는 ‘랩소리’다. 평소 교육 과정에서 접해보지 않은 것들이라 반응이나 집중도는 높은 편이었다. 

5학년 이담 양은 “그림자 인형은 처음 만들어본다. 직접 손으로 그리고 잘라 붙여서 만드니 더욱 재미있고, 무엇보다 색깔 있는 그림자는 신기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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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그림자 인형극 체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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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처음 경험하는 그림자 인형극에 미소를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

아이들의 호기심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구성은 교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줬다. 구엄초에서 연구·안전을 담당하는 박혜령 교사는 “무릉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지인이 연극공동체 다움 공연을 먼저 보고 나에게 강력 추천했다. 평소 우리도 일반 연극 방식으로 수업을 해왔지만 노래, 그림자 인형극, 랩, 판소리 같은 매력을 골고루 느끼니 학생들 반응이 더욱 좋은 것 같다. 특히 요새는 감성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감동을 자극하는 내용이라 더욱 반갑다”고 강조했다.

연극공동체 다움은 이런 세 가지 활동을 ‘벽장 속 작은 극장으로 Go! Go!’란 사업으로 묶어 제주 곳곳을 누볐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문위)가 올해 처음 진행한 예술 지원 사업 ‘신나는 예술여행-청년예술형’의 일환이다.

‘신나는 예술여행’은 문화 사각지대에 문화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려는 기본 목적으로 2004년부터 이어온 한문위의 대표 사업이다. 특히 올해는 사업 참여자이자 창작자의 문턱을 청년까지 낮춰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예술형’ 부문이 처음 생겼다. 신청 조건을 만 19세에서 39세로 규정했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해 진행했는데, 제주 권역은 11팀이 신청해 3곳이 뽑혔다. 3곳 가운데 제주를 기반으로 하는 곳은 연극공동체 다움이 유일한데, 다움이나 제주 예술계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극공동체 다움은 올해 1월 창단 공연 ‘송이섬의 바람’을 통해 제주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극단이다. 제주로 이주한 30대 연극배우 황은미, 서민우를 중심으로 애월읍 봉성리에 차린 소극장 ‘봉성리 하우스 씨어터’에서 활동한다. 지난 6월부터 매월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리면서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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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가 신기한 듯 바라보는 학생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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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도중에 배우와 아이들이 반갑게 손을 마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민우는 “신나는 예술여행으로 다닌 3개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우도다. 제주 안에서도 손꼽는 관광지이기에 문화적인 혜택이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은 물론 면장님을 비롯해 어른들까지 나와 크게 반겨주셨다. 어린 아이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밝고 활기찬 에너지를 받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책 요정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포함해 총 세 가지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수고가 필요했다. 태풍이나 비 날씨로 인해 공연 일정이 예상을 벗어나고, 사업 기준인 청년 나이에 부합하면서 랩, 판소리 같은 능력도 갖춘 인물을 제주 안에서 최대한 찾으려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부 제작진·배우는 제주 안에서 찾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초청하기도 했다”고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연극공동체 다움은 지난 9월 가족음악극 ‘베짱이의 모험’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1997년 한국에서 초연했던 호주 극단 REM의 <베짱이의 모험>을 재구성했다. 어린 아이부터 성인 모두에게 ‘꿈이 무엇인지’ 던지는 질문은 남녀노소 관객 발길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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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황은미는 “신나는 예술여행처럼 곳곳을 순회하면서 청소년, 아이들과 만나는 활동은 이전 극단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그때는 선배들이 알려준 대로 하면 끝이었지만 이번 경우는 사업 공모 단계부터 창작, 공연 대상 섭외, 기타 크고 작은 준비와 앞으로 남아있는 정산까지 직접 책임져야 한다”면서 “부담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창작자로서 시야나 능력이 넓어지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문위는 내년도 신나는 예술여행 청년형 사업을 12월 12일까지 공개 모집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s://www.arko.or.kr/content/popup/2020/pup_2020_16-3.jsp )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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