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임명 강행 때마다 ‘솔솔’...지사 태도 변화, 제도개선 필요

벌써 세 번째다. 원희룡 지사가 김성언 정무부지사를 임명함으로써 사실상 제주도의회의 뜻을 거스르는 선례를 또 남겼다.

의회가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에서 김 부지사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낸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였다. 능력 및 도정 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크게 꼽혔다. 

제2공항 공론화 관련 질문에 지사 체면을 앞세운 것은 질책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사가 공론화를 반대하는데, 그에 반하는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다만, ‘행정경험 부족’을 이유로 든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 지적이 유효하다면, 정무부지사는 공무원 출신 외에는 맡기 어렵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임명 강행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례적으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성명까지 냈다. 청문회를 요식행위, 통과의례로 전락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는 인사폭거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청문회 무용론도 제기됐다.  

애석하게도, 무용론은 청문 대상을 확대한 2014년 극에 달했다. 소위 ‘비리 3종세트’ 의혹에 휩싸인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자질 부족 논란을 낳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이 그대로 임명되자 “이럴 거면 뭣하러 청문회를 하느냐”는 의원들의 자조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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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도정 들어 도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요 공직자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청문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있다. 왼쪽부터 손정미 전 ICC JEJU 대표이사, 이성구 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김성언 정무부지사, 원희룡 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말 바꾸기 논란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제주시장 예정자가 임명 전에 서둘러 자진 사퇴한 것도 2014년의 일이다.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회의 뜻을 따르게 된 유일한 사례였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자리까지 청문 대상을 넓힐 때만 해도 협치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도민을 대신해 의회 검증을 받아보겠다는 결단으로도 읽혔다. 

하지만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비판이 많다보니, 도청 안팎에선 왜 욕을 사서 먹느냐는 한숨도 들린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럴까도 싶지만, 이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협치와 소통은 도정 구현의 일상적인 원칙이어야 한다. 때에 따라 채택하거나 혹은 거둬들일 구호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인사청문 무용론은 접근법이 틀렸다. 국민(도민)의 직접적인 정책 참여가 제한된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사청문은 우회적으로나마 도민의 평가를 받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정무부지사, 감사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은 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 안긴 선물이기도 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지사의 태도다. ‘의회 존중’이 구두선에 그쳐선 안된다. “합리적 비판을 반대로만 받아들인다면…”이라는 특위 위원장의 볼멘소리는 제도가 안착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보다 앞서 할 일은 최고의 적임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주변에 인재 풀이 떨어진 것인지, 옥석 고르기를 게을리 한 것인지, 옥은 옥인데 미처 빛깔을 못 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누가봐도 이번에는 준비가 소홀했다. 어느것하나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어 청문회 내내 답답했다. 원 지사가 정무부지사를 지명한 것은 10월7일. 인사청문회는 같은달 30일 열렸다. 20여일을 허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의회의 판단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제도적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가 됐다. 

제주도가 청문 대상을 확대한 2014년 9월은 당시 제주시장의 자진사퇴로 궁지에 몰릴 때였다. 청문 대상 확대가 마음에도 없는 ‘위기 모면용 반짝 카드’가 아니었다면, 지금은 초심을 돌아볼 차례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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