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내년 1월 민선 도체육회장 선출 앞둬 '선거조직 개입' 등 과열
특정종목 감독 ‘무리한 해촉’ 구설수...“조직적 정치선거화” 우려

내년 1월15일 치러지는 첫 민선 제주도체육회장 선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은 부평국 제주도체육화 상임부회장, 오른쪽은 송승천 제주도 씨름협회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내년 1월15일 치러지는 첫 민선 제주도체육회장 선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은 부평국 제주도체육화 상임부회장, 오른쪽은 송승천 제주도 씨름협회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내년 1월15일 치러지는 첫 민선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장 선거가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체육계 안팎에선 과열 배경으로 특정 정치인의 후광을 업은 출마 후보들의 이력으로 인해 전·현직 지사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주도체육회는 오는 21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1월15일 민간 제주도체육회장 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공표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치러지게 된다. 

국회는 선거 때마다 지방 체육회 등이 특정 후보의 정치세력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2월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목적으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해 1월 15일에 해당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내년 1월까지 어떤 식으로든 민간에서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제주도체육회 역시 대한체육회의 선거관리규정을 준용해 대의원을 통해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선거를 실시한다. 오는 21일까지 7명 이상 11명 이하의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선거 채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도 체육계 내부에서는 부평국 현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과 송승천 현 제주도씨름협회장(전 도체육회 상임부회장) 간 2파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표심 확보를 위한 치열한 샅바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 선거인단 구성 논란...읍면동장 선거인 포함에 '관권선거' 의혹

최근에는 제주도체육회가 읍면동장(당연직 회장)을 포함한 선거인단 구성 계획을 마련하고 대한체육회에 서면질의하자 후보 간 유·불리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특정후보 측으로부터 사실상 '관권선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선거를 앞둬 지역 인구수에 따라 선거인단을 구성하도록 했다. 제주도체육회의 경우 선거인단이 200명 이상이어야 하고, 관련 규정에 미달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제주도체육회에는 48개 종목이 등록돼있고, 각 행정시 체육회에서는 대의원 85명(제주시39, 서귀포시46)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종목단체장 48명과 시체육회장 2명은 필수적으로 선거인이 되고, 나머지 선거인은 가중치에 따라 추가 배정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도 종목단체에 배정하는 전체 선거인수와 시군구체육회에 배정하는 전체 선거인수 간의 차이가 2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라 제주도체육회는 종목단체 24명, 행정시체육회 1명을 가중치로 배정하고, 추기로 종목단체 48명, 행정시체육회 76명 등 124명을 배정한 예시를 만들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대한체육회에 질의했다. 해당 문서에는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 예외를 인정받고자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 구성안이 대한체육회 가이드라인 상의 선거인 수보다 행정시체육회 선거인단에 더 많은 비율을 할애하고, 또 선거인단에 읍·면·동장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같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는 강원도체육회의 경우 종목단체는 934명 중 114명(12.3%), 시군구체육회는 658명 중 90명(13.68%)을 적용했다. 반면, 제주도체육회는 종목단체 684명 중 48명(7%), 행정시체육회 85명 중 76명(89.4%)을 반영했다.

즉, 전체 대의원 비율로 판단했을 시 종목단체의 추가배정 비율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체육회가 임시로 구성한 선거인단의 행정시체육회 대의원 85명 중 제주시 17명, 서귀포시 17명 증 총 34명의 읍·면·동장이 포함되면서 '관권선거' 의혹까지 표출됐다.

송승천 회장 측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송 회장은 "제주도체육회가 선거인수 배정을 임의로 작성해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으려 한 것으로, 명백하게 선거관리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를 통해 진행돼야 할 행정절차를 도체육회가 자의적으로 움직였다는 지적이다.

또 송 회장은 "읍면동장까지 선거를 할 수 있도록 선거인단을 구성했다. 도체육회장을 뽑는데 읍면동장이 왜 필요하나. 이게 관권선거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이미 체육계에서는 '읍면동장이(선거인단에) 들어가니 우리(부평국 현 상임부회장)가 이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선관위가 구성도 되기 전에 체육회 일부 간부들이 모여 이런 문건을 보낸 의도가 무엇이겠나"라고 문제 제기했다.

이에 반해 도체육회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부두찬 도체육회 총무부장은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것은 (21일 발족하는)선관위가 결정할 사안이다. 대한체육회에 보낸 질의는 실무적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 부장은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 타 지역의 경우 시군구가 여러 곳인데 비해 제주는 행정시 2곳밖에 없다보니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시체육회에 배정하는 선거인수 역시 2배를 넘지 않아 대한체육회에서 정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송 회장 측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 'OOO 후보 사람' 특정 종목 감독 해촉...'파벌 단속' 의혹?

최근에는 제주도체육회가 20년 이상 체육계에 몸 담아 온 특정 종목 감독을 특정 인사와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해촉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파벌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 체육회는 지난 9월 2일 제주도청직장운동경기부 역도팀  A감독에 대해 해촉 결정을 내렸다. 일과 시간에 직무와 관련 없이 지도 장소를 이탈, 직무관련자와 골프 행위를 하는 등 입단 계약과 복무규칙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도체육회는 A감독에 대해 "전국체육대회 참가 60여일을 앞둔 시점에 정상적인 보고와 승인 절차 없이 자의적 판단에 의한 행동"이라며 "제주를 대표하는 전문 체육선수를 육성하고 있는 직장운동경기부 위촉 지도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며 해촉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반해 A감독은 골프를 친 목요일은 관례상의 휴일로, 쉬는 날에 개인적인 일정을 일일이 보고할 필요가 없다며 도체육회의 결정에 정면 반박했고, 결국 A감독은 제주도체육회를 상대로 법원에 '지도자 해촉 결정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법원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A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감독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함께 골프를 친 인물들이 체육회 임직원 행동강령에서 정한 직무관련자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고, A감독이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은 사정을 고려하면 징계 수위가 과하다고 판단했다. A감독은 지난달 1일 복직된 상태다.

체육회 안팎에선 이 사건이 이번 도 체육회장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A감독과 골프를 친 상대가 체육회장 선거에 깊게 관여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꽤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인 셈이다. 

◇ 전현직 지사간 대리전? 예비 후보자들 “과장된 시선” 일축

후보 예정자들 간 신경전이 노골화되면서 도 체육회장 선거가 전·현직 지사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두 후보의 이력 역시 이 같은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평국 상임부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제주도생활체육회장을 지내고, 제주도체육회가 생활체육회와 통합 출범하면서 집행부인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민선6기 도정 출범 당시 새도정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는 등 도 체육계의 대표적인 원희룡 지사 측근이다. 

경쟁자인 송승천 씨름협회장은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대표적 측근으로 분류된다. 선거 때마다 우 전 지사의 캠프 핵심 인사였고, 우 전 지사 재임 당시인 2011년에는 도체육회 상임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마 예상자에 거명되는 예비 후보자들은 이 같은 확대 해석을 극히 경계했다.

부평국 상임부회장은 전현직 도지사 간 대리전 양상이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그런 것은 절대 없다. 체육인들이 정치와 연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체육회장이 새롭게 뽑히는 것"이라며 "제주체육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도민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것이지 정치적인 목적은 결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승천 회장도 "이번 선거는 체육회장을 뽑는 것이다. 국가에서 체육회는 정치와 독립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와는 완전 별개"라며 "지금까지 체육회 일을 해 온 사람으로, 새로운 민선체육회를 설계하고자 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것은 전혀 없다. 지금 힘 없는 전직 지사가 저를 어떻게 돕겠나. 절대 오해"라고 일축했다.

후보자들의 이런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당시 원 지사 선거 조직이 부 상임부회장 지원사격에 일찌감치 나선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우 전 지사 지지자들이 송 회장 지지표 모으기에 분주한 모습이 도 체육회 안팎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체육계 내부 소식에 정통한 A씨는 "도체육회 자체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체육회장선거 역시 단순히 체육인들만 엮여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정치 세력과의 직간접적인 연결고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선거조직 개입을 배제 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미 서로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물밑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이다. 도민사회의 관심이 멀어진다면 자칫 그들만의 싸움이 '혼탁선거'로 얼룩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B씨는 "벌써부터 각 종목별 대의원이 누구 후보 사람이라는 등의 얘기가 오가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서로에 대한 견제가 더욱 노골적이 될 것"이라며 "선관위 구성부터 선거운동까지, 체육회장선거가 사상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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