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 진행...고현주 작가 2년 간 유품 촬영

한 점 한 점의 유품을 통해 제주4.3의 역사를 마주하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나눠보자.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11월 9일부터 12월 9일까지 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를 개최한다.

4.3 71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고현주 사진작가의 작업물을 선보인다. 고 작가는 4.3평화재단과 함께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4.3유가족 20여명을 만났다. 그들의 유품과 유해 발굴을 통해 확인된 유물 사진을 촬영했는데, 전시장에서는 사진뿐만 아니라 실제 유품, 각자의 사연도 정리해 함께 소개한다.

희생자가 입었던 100년 된 저고리, 놋쇠 숟가락, 관에서 처음 본 어머니의 은반지, 학살터에서 발견된 빗…. 유품은 70년 동안 봉인된 시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희생자의 유품을 들여다보며 긴 시간 묵묵히 작업을 이어온 고현주 작가는 “70년의 시간 동안 사물과 함께한 통탄의 시간을 사물들을 통해 다시 다가가 본다. 유품을 통해 4.3의 기억을 더듬고 개인의 단편적인 서사가 다시금 조명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공=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어머니가 희생 당한 순간까지 끼고 있던 은반지. 이장 당시 확인돼 지금은 딸의 손에 끼어져 있다. 제공=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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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가 평생을 써왔던 이불. 제공=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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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연구소 연구원이 목시물굴 가지굴 안쪽 200m 지점에서 발굴한 유물. 제공=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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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평생 자식들을 키웠던 미싱. 제공=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소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유품들이 격렬한 사건을 주목하게 한다”며 “4.3 기억의 망각과 투쟁뿐만 아니라 실존적인 차원에서 개인의 삶과 그 피붙이들이 간직한 기억에 관한 내용을 사진에서 엿볼 수 있다”고 작품을 설명한다.

개막식은 9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고현주 작가, 유족, 미술평론가 등이 함께 한다. 개막식 현장에서는 작품을 모은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Voice of Memories)을 무료로 배포한다. 사진집은 제주도가 비용을 지원했고 (사)제주국제화센터(대표 송정희)가 발간 작업을 맡았다. 영문 번역도 함께 수록돼 있다. 사진집 속에는 유가족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인터뷰 글, 허은실 시인의 시 작품 등이 실렸다.

책 표지는 4.3을 비롯해 제주도민들에게 특별한 감자(지슬)의 의미를 담아, 감자 전분의 분자구조를 분해한 친환경 종이를 사용했다. 실제 감자 껍질을 만지는 것과 같은 독특한 촉감을 준다.

고현주의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표지. 제공=고현주. ⓒ제주의소리
고현주의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표지. 제공=고현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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