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4) 지금, 청년세대의 참여를 보장하라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지난 10월26일 제주시청 거리에서 열린 ‘2019 청년의 날’에서 꼰대발언 B.O.B(베스트오브베스트)라는 주제로 미니포럼이 진행됐다. 기성세대와 현 청년세대 간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생활, 사회생활, 가족생활 등 많은 부분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달랐다. 

최근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한 광고에서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소위 꼰대발언을 하려다 말을 돌리며 던지는 말이다. 광고는 시대가 변하면서 자사의 상품도 변하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단편적인 조직의 문화로 보여주었지만, 이미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음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도 빠르지만, 삶의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변화하면서 삶의 방식, 공동체 문화도 변하고 있다. '새마을의 일꾼'에서 '자아실현'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워라밸, 비혼, 쉐어하우스 등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나타났다. 공동체도 기존과 비교해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 공동의 목적도 중요한 가치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욕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밀레니얼, Z세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는 ‘자기결정권’이다. 많은 결정에 있어서 자기 삶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그 어느 세대보다 자기 삶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자기 가치 실현에 방해되는 것은 최대한 배제한다. 프리타족, 프리랜서로 표현되는 자유노동과 함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현상들이 대표적이다.

자아실현과 자기 삶에 충실한 세대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AI, 자동화 등으로 인해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가치들이 나타날 것이며, 플랫폼 경제로 인해 자유노동은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 그럴수록 자기결정권은 높아질 것이다.

대다수의 기성세대는 이런 문화를 낯설어한다. 심지어는 그들의 정의를 강요하기도 한다. 사회를 위한 일꾼이 되는 것이 대표적인 가치였고, 가족을 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동체 역시도 다수의 결정에 소수의 희생은 미덕이었다. 물론 일부는 수십년간 쌓아온 데이터와 경험으로 본받을 것도 있고, 기성세대의 많은 노력으로 만들어진 판에서 이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정의를 청년들에게 강요한다면 그 정의는 ‘꼰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밀레니얼, Z세대가 변화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창업지원 등 각종 청년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청년들을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청년정책 기본계획 중에는 도정위원회 청년 참여율을 높일 계획이 포함돼있다. 또 제주청년원탁회의, 제주청년문화예술기획단 등으로 창구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아직은 운영되지 않거나 한계를 보여 안타까움이 크다. 민선 7기 공약 중에 청년참여예산제가 있으나 아직은 형식적으로 보여 안타까움이 크다. 

또 한 가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회 정의와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2030세대의 정치 참여의 장이다. 사회의 많은 문제에 대해 논하면서 꼬리의 끝을 찾다보면 궁극에는 정치로 귀결된다. 그만큼 이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정치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로 정치는 2030세대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혐오만큼이나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성세대들이 청년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정치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이 사회,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변하고 있기에 사회는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이제 변화를 주도하며,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밀레니얼, Z세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 변화의 주체이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 정의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의 공동체가 지속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박경호(34)는?

"제주 청년, 사람을 연결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청년이다. 2015년 제주사람도서관, 제주청년협동조합을 함께 하면서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과 함께 재미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풀어갔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제주에서 재미난 작당을 고민 중이다. 그 안에는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느슨한 커뮤니티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