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16년간 동명이인에 재산세 부과...제3자 토지 등기에 원토지주 등장 ‘소송전’

제주도의 실수로 토지주가 뒤바뀌고 사유지가 원토지주의 허가 없이 공공용지로 협의취득 돼 도로까지 깔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민간인 2명을 상대로 9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최근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문제의 토지는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서 성산일출봉으로 이어지는 우회도로에 위치해 있다. 면적은 2846㎡로 애초 한 개 필지였지만 이전등기를 거쳐 여러 개로 쪼개졌다.

원 토지주인 제주도민 A씨는 1979년 5월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문제는 당시 남제주군이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같은 이름의 B씨에게 재산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잘못된 세금 부과는 1998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6년간 이어졌다. 결국 B씨는 2003년 11월 재산세 부과를 근거로 토지 소유주를 자신 명의로 바꾸는 등기명의인표시경정등기를 했다.

2005년에는 한 필지였던 토지를 5개 필지로 쪼겠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지 중 일부가 성산 우회도로 사업부지에 편입되자, 2006년 11월 한 개 필지를 제주도에 공공용지로 매각했다.

B씨는 2013년 11월 매각 후 남은 토지를 합병해 이중 일부를 제3자인 C씨에게 2억5000만원에 팔았다. C씨는 해당 필지를 다시 분할하고 2014년 7월 일부를 다시 제주도에 매각했다. 

원토지주가 고인이 되면서 뒤늦게 땅의 존재를 알게 된 A씨 유족들은 2016년 4월 B씨와 C씨, 제주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토지 반환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잘못된 경정등기를 기초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며 원토지주 유족측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가 확정됐다.

원 토지주들이 20여년 만에 조상 땅을 되찾았지만 이미 일부 토지는 공공용지로 변해 서성로(고성-성산간) 확포장 공사가 끝난 뒤였다.

제주도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총사업비 221억원을 투입해 고성리에서 성산일출봉 진입로까지 3.21km 구간을 폭 25m, 4차선으로 확장하는 도로공사를 진행했다.

결국 제주도는 원토지주를 상대로 해당 토지를 다시 사들이는 절차를 진행하고 2018년 11월 B씨와 C씨를 상대로 9억8862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제주도의 과실로 B씨에게 재산세 부과 통지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경정등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제주도의 과실을 감안해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타인 권리의 매매에 따른 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570조에는 타인의 권리 매매로 원상회복이 어려운 경우, 권리매매 이행 불능을 원인으로 하는 매도인의 담보책임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한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20여년 전 공무원의 착오가 있었지만 제3자가 원토지주의 소유권까지 말소시킬 것이라는 사정까지 예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제주도의 책임도 배척했다.

결국 재판부는 원토지주 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 확정판결 시점인 2018년 3월15일 해당 토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제주도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각 배상액은 B씨 6억2069만원, C씨 3억6793만원 등 총 9억8862만원이다. 제주도는 이미 도로가 들어선 만큼 원토주지와 협의해 등기이전 없이 해당 금액상당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20년 전 애초 동명이인에게 왜 재산세가 부과됐는지는 시간이 오래돼 확인되지 않았다”며 “원 토지주와 협의 끝에 토지가격 보상으로 소유권 논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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